[건강]사시, 6~7세전 치료 놓치면 ‘死視’ 된다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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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외사시                                어린이내사시
어린이외사시 어린이내사시
주부 김모씨(34·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최근 아들 때문에 속상하기만 하다.

일곱살 난 아들을 데리고 안과에서 잰 시력이 한쪽 눈은 ‘1.0’ 이었지만 다른 눈은 ‘0.05’로 무려 20배나 차이가 났기 때문. 김씨의 아들은 5년 전 사시로 진단을 받은 뒤 조기 수술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애 아빠도 어렸을 때 그랬지만 크면서 정상으로 됐다’는 시어머니 말만 믿고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수술시기를 놓쳐버린 것.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종복 교수는 “주위에서 ‘사시가 있더라도 크면서 정상이 된다’는 말은 사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시가 아닌 ‘가성(假性)내사시’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시력 발달이 끝나는 6∼7세를 넘겨 치료하면 시력회복이 어렵고 미용상의 교정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안과 장혜란 교수는 “심한 원시가 주원인인 조절내사시로 치료받은 107명의 어린이 중 조기에 치료받은 어린이가 치료시기가 늦어진 어린이보다 양쪽 눈의 거리감과 입체감을 조절하는 능력이 2배나 좋아졌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안과 장혜란 교수가 프리즘 검사법으로 어린이 사시를 진단하고 있다.자녀의 사시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선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눈의 위치가 정상이지만 겉으로 봤을 때 사시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가성사시’라 한다. 특히 동양 아이들은 미간이 넓고 코가 낮아 ‘사시’로 착각하기 쉽다. 사시가 간혹 나타나는 경우를 ‘간헐사시’, 항상 나타나는 경우를 ‘사시’라고 한다.

사시는 위치에 따라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내(內)사시 △밖으로 돌아가는 외(外)사시 △위로 올라가는 상(上)사시 △아래로 내려가는 하(下)사시로 구분한다.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소아안과 공상묵 교수는 “눈을 담당하는 뇌신경이 다쳐 생기는 마비성 사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시의 원인이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며 “사시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지능의 문제나 뇌 이상을 동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기는 생후 4∼6개월이 되면 물체를 쳐다볼 때 두 눈이 똑바로 정렬되면서 입체감이나 원근감을 느낀다. 따라서 6개월이 지나도 두 눈이 똑바르지 않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의 사시는 집에서 부모가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아기는 눈이 크고 검은 눈동자와 흰자위의 구분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먼저 아기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눈을 마주친 뒤 아이 눈동자의 위치를 확인한다. 다음으로 아기의 양쪽 눈이 가운데로 대칭인지, 한쪽 눈의 코 쪽 흰자위가 반대쪽 눈의 흰자위보다 적게 보이거나 많이 보이는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겉보기엔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지만 햇볕에 나갔을 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눈부셔 하거나, 물체를 주시할 때 △눈을 찡그리거나 옆으로 보며 △눈을 치켜 뜨고 본다거나 한쪽 눈을 감는 등의 증세를 보이면 나이와 관계없이 안과 진료를 받아본다.

빛사랑안과의 이동호 원장은 “부모 중에 원인은 모르지만 심한 시력 장애가 있었거나 심한 굴절이상 등으로 높은 도수의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착용한 경우, 유전성 안과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은 경우 아이의 사시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사시가 없더라도 아이가 3세가 됐을 때 눈 검사를 한 번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시 치료의 목적은 시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 눈이 비뚤어진 채로 오래 놔두면 시력발달이 안 돼 시신경에 이상이 오는 ‘약시’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의 원칙은 근시나 난시 등이 있으면 이를 먼저 치료하고 약시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약시를 먼저 치료해 시력을 최대한 회복시킨 뒤 수술을 한다.

수술은 사시의 형태에 따라 안구를 조절하는 6개의 근육 중 1, 2개를 자르거나 늘려 치우친 눈의 위치를 교정하는 것.

조절내사시는 돋보기 안경을 통해 원시를 교정한 다음 경과를 보며 조기에 수술한다. 유아내사시는 그냥 방치하면 대부분 약시가 생기므로 늦어도 생후 6∼12개월 사이에 수술한다. 간헐외사시는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어 정기적인 눈 검사만 하기도 한다.

별도의 사시 예방법은 없으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최선. 사시치료를 위해 안경 착용이 필요한 경우는 아이가 귀찮아하므로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과 칭찬이 필요하다. 사시를 예방하는 눈 체조가 있기는 하지만 효능이 아직 검증돼지 않았기 때문에 맹신하는 것은 피한다.

사시수술의 성공률은 평균 85∼90% 정도. 하지만 수술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발하는 비율이 약 20∼30% 정도로 높다. 빛사랑 안과 이동호 원장은 “수술로 사시가 잘 치료됐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양쪽 눈의 시력이 잘 발달하고 있는지 눈의 위치가 좋은지 계속 확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사시종류 및 치료방법
사시종류특징치료
간헐외사시주로 18개월∼4세에 발생. 평소엔 정상이지만 자고 깼을 때, 울 때, 멍하니 있을 때, 갑자기 밝은 곳에 나갈 때 눈이 바같쪽으로 몰림.한쪽 눈 가림치료, 4∼6세까지 기다렸다가 수술(경우에 따라 조기 수술).
조절내사시주로 2∼3세에 발생. 심한 원시로 인해 눈이 안쪽으로 몰림.원시안경 착용으로 치료하며 필요시 수술, 약시 치료.
유아내사시4∼6개월 된 영유아에 한쪽 눈이 심하게 안으로 몰리는 것.약시가 동반되면 약시를 먼저 치료해야 하며 늦어도 1세 이전엔 수술
가성내사시미간이 멀고 코가 낮은 경우 코 쪽의 피부가 안쪽의 흰 눈동자를 가릴 때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것처럼 보임.치료 필요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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