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생활사투리' 설 덕담…"니 바짝 벌어라" "올해는 거시기 혀∼"

  • 입력 2003년 1월 2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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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로 익살을 떨며 설 인사를 대신한 KBS2 ‘개그콘서트’의 ‘생활사투리’코너의 김시덕(앞) 이재훈. 설과 관련된 상황을 던져주고 사투리로 바꿔보라고 하자 금세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우수수’ 쏟아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로 익살을 떨며 설 인사를 대신한 KBS2 ‘개그콘서트’의 ‘생활사투리’코너의 김시덕(앞) 이재훈. 설과 관련된 상황을 던져주고 사투리로 바꿔보라고 하자 금세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우수수’ 쏟아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올해는 ‘거시기’ 혀∼.”(전라도·이재훈) “니 바짝 벌어라.”(경상도·김시덕) KBS2 ‘개그콘서트-생활사투리’에서 사투리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개그맨 이재훈(27) 김시덕(22)이 설을 맞아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로 덕담을 보냈다. ‘올해는 거시기 혀’는 올해 소원을 이루라는 뜻이고 ‘니 바짝 벌어라’는 ‘부자 되세요’의 경상도 버전.》

두 사람은 실제로도 전라도와 경상도 출신. 이재훈은 전북 전주, 김시덕은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거시기’라는 말을 구사할 줄 알면 전라도 사투리는 90% 마스터한 거나 다름없어요. ‘거시기 해라’는 소원을 기원하는 모든 덕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이재훈)

“‘바짝 벌어라’도 마찬가지예요. 원래 ‘돈 많이 벌어라’는 뜻이지만 ‘복 많이 받아라’ ‘열심히 살아라’ 등 여러 의미도 됩니다.”(김시덕)

그들은 대뜸 기자에게 “올해 꼭 시집가라”는 덕담을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로 말해줬다.

“옆집 갸(걔)는 올해 학부모 된다던디….”(전라도)

“눈가에 주름 다 빈다(보인다).”(경상도)

설 풍경에서 흔히 벌어지는 고스톱판. 돈을 잃고 남이 하는 것을 구경만 할 때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로 어떻게 말할까.

“(계속 참견하며) 어이, 풍 먹어 풍. 거시기 똥 먹으랑께.”(전라도)

“(뒤도 안 돌아보고) 고마 차삐라!(그만 치워 버려라.)”(경상도)

돈을 딴 사람이 개평도 안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어허, 갱우(경우)가 아니자녀∼.”(전라도)

“니 밤길 조심해라∼이.”(경상도)

이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상황만 설정하고 두세마디 툭툭 던지다 보면 그 중에 건질 만한 말들이 나온다는 것. ‘생활사투리’ 코너도 들이는 노력에 비해 반응은 폭발적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들은 당초 전라도 사투리는 ‘가능한 능글맞게’, 경상도 사투리는 ‘최대한 무뚝뚝하게’ 한다로 컨셉트를 잡았다.

“당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를 전라도 말로는 “헤헤∼좋은 겅께(것이니까) 언능 챙기랑께”, 경상도 말로는 “오다 주섰다(주웠다)”로 바꾸는 식이다.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들은 설이지만 고향에 내려갈 짬이 없다. 연휴 내내 대학로 ‘갈갈이 홀’에서 ‘갈갈이 개그 콘서트’ 공연을 계속하기 때문. 이재훈은 어릴 때의 설에 대한 추억을 하나 털어놨다.

“친척들이 모이면 ‘가족오락관’을 패러디해 놀았어요. 우리집이 한산 이가여서 ‘한산오락관’으로 명칭을 바꿨죠. 청팀 홍팀으로 나눠서 제대로 했다니까요. 스피드 퀴즈도 하고. ‘거시기 둘째네 사돈 처녀가 시집갔자녀. 그 이름이 뭣이여. 그 있잖여. 흐미∼ 답답한 거.’ 이런 식이에요.”

김시덕은 “길이 막혀 차안에서 토한 기억밖에 없다”며 ‘갱상도 싸나이’답게 잘라 말했다.

이들의 올해 소망은 한 가지.

“CF 찍게 해주세요. 네∼?(웃음)”

두 사람은 이 말을 2월 2일 ‘개그콘서트’에서 전라도와 경상도 버전으로 선보인다. 무엇이냐고 집요하게 물었는데도 ‘영업비밀’이라며 끝내 밝히지 않았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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