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복제인간도 佛性이 있을까

  • 입력 2003년 1월 10일 19시 11분


‘복제 인간도 불성(佛性)을 갖고 있는가.’

‘개도 불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無)라고 대답했다는 중국 당나라의 고승 조주(趙州) 스님이 21세기에 살았다면 어떻게 답변했을까.

클로네이드사의 복제인간 탄생 주장으로 기독교계를 비롯한 종교계가 대부분 반대와 비난을 표명하고 있지만 불교계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하다.

조계종 등이 종단 차원에서 복제인간에 대해 비난의 성명을 발표한 적이 없을 정도로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는 인간이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유일한 창조주인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내세워 인간복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의 근본 이론인 연기론(緣起論)에서 보면 복제인간도 꺾꽂이처럼 새로운 생명이 나타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얽히고설킨 생명의 인과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연기의 한 고리에 불과한 것이다.

동국대 오형근 명예교수(불교학)는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 등으로 분류되는 불교의 탄생 이론에 비춰보면 복제인간은 습생에 가깝다”며 “복제인간 자체는 선악을 가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업과 인연을 통해 태어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불교계가 복제인간 탄생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탄생 자체가 교리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탄생 뒤에 깔린 도덕적 윤리적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불교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불성을 가진 복제인간을 장기 매매 등의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 사고파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현 시점에서는 기형아 출산과 조기 노화의 위험성이 매우 커 정상적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는 복제인간이 태어날 수도 있다는 것.

동국대 김용정 명예교수(철학)는 “병을 고치기 위한 수단으로 줄기세포 배양 등은 인정할 수 있지만 불완전한 방법으로 인간이 태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