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옌볜大 학우회’ 송년모임 “월드컵때 민족 자부심”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8시 14분


‘재한옌볜대 학우회’ 소속 조선족 동포 50여명이 2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식당에서 송년 모임을 가졌다.김동주기자
‘재한옌볜대 학우회’ 소속 조선족 동포 50여명이 2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식당에서 송년 모임을 가졌다.김동주기자
28일 오후 6시 ‘재한 옌볜(延邊)대학교 학우회’ 송년 모임 장소인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식당. 50여명의 조선족 동포가 오랜만에 만난 고향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학우회는 국내에 교환교수로 들어와 있던 옌볜대 조선족 교수들이 주축이 돼 94년경 결성됐다. 그 이후 옌볜대 출신 유학생들이 모임에 합류, 현재 회원수만 350명이 넘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이들은 한국에서 공부한 뒤 대부분 중국으로 돌아가 중국 내 조선족 사회를 이끌어 갈 지식인이다.

현 학우회장을 맡고 있는 김웅(金雄·40)씨의 학우회 결산 보고와 옌볜대 고문을 맡고 있는 동훈(董勳) 남북평화통일연구소 소장의 인사말에 이어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됐다.

길게는 5, 6년에서 짧게는 10개월가량 고향을 떠나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올 한해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단연 6월의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였다.

2000년 2월부터 인천대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 회장은 “월드컵 때 나라 전체가 환희의 바다가 됐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며 “‘역시 우리 민족은 대단하다’는 민족적 자부심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옌볜대 출신 대부분은 자신들의 학업이 조선족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북한과의 변경 무역이나 한국의 투자 관광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 특성상 최근 한반도 전체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대 수의학과 박사과정 5년차인 한충택씨(34)는 올해 가장 감격스러웠던 일로 노무현(盧武鉉)씨의 대통령 당선을 꼽았다. 한씨는 “옌볜 조선족들의 대다수는 ‘햇볕정책’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 노 후보를 지지했다”며 “남북 교류가 활성화돼 북한을 관통하는 철도가 중국까지 이어져야 조선족 경제도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술잔이 돌아가면서 거나해지자 참석자들은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를 화제 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조선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호씨(25)에게 올 한해는 생활비와 학비 마련에도 힘을 쏟으며 학업에 정진해야 했던 힘든 한해였다. 그는 “석 달에 36만원 하는 기숙사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틈틈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방학 중에는 공사장 막일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빨리 논문을 끝내고 졸업한 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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