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자고나면 신종 러브호텔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56분


《신종 ‘러브호텔’이 서울 강남의 주택가와 상가건물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러브호텔은 이름을 ‘○○빌’ ‘××사이버텔’ ‘갤러리호텔’ ‘아트호텔’ ‘멀티미디어텔’ 등으로 붙여 언뜻 보아서는 무얼 하는 곳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한 것이 특징. 이들 호텔은 객실 내부에 PC, 비디오, 게임방 시설까지 갖춘 것으로 드러나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은 일부 ‘러브호텔’이 원조교제를 하는 청소년을 출입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신(新) 러브호텔촌〓서울 강남구 지하철 역삼역 뒤편에 최근 들어선 ‘C’ 호텔은 아파트와 불과 8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문에 자극적인 여성사진을 곁들인 ‘휴대전화 출장마사지’ 홍보 전단이 아파트 단지 안에까지 뿌려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 전모씨(47·주부)는 “아이들이 통학할 때 길거리에 이 같은 전단이 나돌아 낯이 뜨겁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역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안에는 올해 6월 이후 여관 10여곳이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리노베이션 공사를 벌였고 신축한 호텔도 6개나 등장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앞 역시 ‘러브호텔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길 건너편 골목에 즐비한 이들 ‘러브호텔’은 마치 카페처럼 통유리와 현대식 철재 등으로 외관을 치장해 종전의 ‘러브호텔’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물론 이름도 ‘○○빌’ ‘××사이버텔’ ‘멀티미디어텔’ 등으로 되어 있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방이동에서 2000, 2001년 2년 동안 신축된 호텔은 3개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4월부터 10월까지만 10개가 새로 들어섰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20여개의 여관도 반년 새 사실상 ‘시공’ 수준으로 내외부를 리모델링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여관 골목에도 10여개의 신축, 개축 호텔이 들어섰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앞 골목도 20여개의 여관이 ‘신 러브호텔’로 개축돼 있다.

▽PC방, 비디오방 고객까지〓한 러브호텔 전문 인테리어업자는 “30개의 객실을 갖춘 방배동 여관의 경우 3억원을 투자해 수익이 최고 4배까지 상승했다. 철저한 대실(貸室)영업인 데다 비디오방 PC방 역할도 겸하고 있어 낮손님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역삼동 M호텔에는 ‘채팅, 온라인게임, 홈시어터를 한곳에서’라는 플래카드를 내붙였다. 특실에는 DVD, 노래방 기기, 컴퓨터, 원목 침대, 고급 세면기와 침구, 2인용 월풀욕조, 스팀사우나기, 대형 평면TV 등을 갖추고 있다.

호텔들의 대실요금은 3시간에 4만∼9만원이지만 평일에도 오후 8시 이후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단속 사각지대’〓변형된 러브호텔이 들어서고 있으나 강남구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홍기 강남구청 공중위생계장은 “99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돼 숙박업소 영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실태 파악이 어렵다”며 “법규가 다시 바뀌기 전까지는 예전처럼 과징금을 매길 수도 없어 사실상 ‘단속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측은 내년 2월부터 강화된 공중위생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 서둘러 개보수하거나 신축하려는 업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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