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浩 然 之 氣(호연지기)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7시 36분


浩 然 之 氣(호연지기)

浩-넓을 호 然-그러할 연 惑-미혹될 혹

勇-날쌜 용 腕-팔뚝 완 拔-뺄 발

人生(인생)에서 나이 마흔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 이제 어느 정도 人生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고 앞으로의 목표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나이 마흔은 人生의 定立期(정립기)다. 孔子(공자)의 경우,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誘惑(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한 ‘不惑’(불혹)의 유래다. 비슷한 이야기를 孟子(맹자)도 했다. 그는 그것을 ‘不動心’(부동심)이라고 했다. 곧 외부의 여하한 자극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다.

그도 孔子처럼 정치적인 야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상인 王道政治(왕도정치)를 펴고자 애썼다. 그가 아끼는 제자에 公孫丑(공손추)가 있다. 한번은 이렇게 물었다.

‘만약 선생님께서 齊(제)의 재상직에 앉게 되셨다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孟子라지만 중책을 맡다 보면 때로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孟子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는 나이 마흔이 되고부터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느니라.’

그 비결은 다름 아닌 ‘勇氣’(용기)에 있다. 우리는 勇氣라면 흔히 물질적인 腕力(완력)을 생각하기 쉽다. 옛날 衛(위)의 孟賁(맹분)은 맨손으로 쇠뿔을 뽑았고 齊의 北宮黝(북궁유)는 송곳으로 눈동자를 찔러도 깜빡거리지 않았다. 그러나 孟子가 말하는 勇氣는 腕力이나 용맹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修養(수양)에서 가능하다. 곧 血氣(혈기)의 勇氣보다는 道德(도덕)의 勇氣다. 그러기 위해서는 氣(기)를 잘 길러야 하는데 孟子는 그것을 浩然之氣라고 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행동하는 데 있어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인간이 그런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비도덕적인 것을 배격하고 도의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나오게 되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勇氣라는 것이다.

그러면 浩然之氣는 어떻게 기르는 것일까. 그에 의하면 養氣(양기)는 正氣(정기·기를 바르게 함)와 병행하되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 宋의 어떤 어리석은 농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기 논의 벼가 잘 자라지 않자 순을 모조리 뽑아 올려놓았더니 그만 벼가 하얗게 메말라 죽었다는 이야기다. ‘拔苗助長’(발묘조장), 또는 ‘助長’(조장)의 고사다. 그렇다. 진정한 용기란 도덕적인 양심을 뜻하며 그것은 浩然之氣를 기름으로써 가능하다. 물론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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