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膾 炙(회자)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7시 24분


膾 炙(회자)

膾-회칠 회 炙-구운 고기 자 逸-빼어날 일

會-모을 회 祭-제사 제稱-일컬을 칭

생선회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은 逸品(일품)이다. 요즈음은 워낙 보편화되어 굳이 바닷가로 나가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쉽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膾’는 본디 생선회가 아니라 고기회, 곧 肉膾(육회)를 뜻했다. 그것은 膾가 月과 會(회)의 합성자인 데서도 알 수 있다. 여기서 月은 ‘달’이 아니라 ‘고기’(肉)임은 웬만한 한자상식을 갖춘 독자라면 다 알 것이다.

둘 다 ‘月’로 표시하지만 내부에 있는 ‘〓’의 모양이 하나는 계수나무를, 또 하나는 고깃덩어리에 보이는 근육질의 모습을 뜻한다. 구별은 간단하다. 달이나 시간과 관계가 있으면 月, 고기나 신체와 관계가 있으면 肉으로 여기면 된다. 예를 들어 朝(아침 조), 明(밝을 명), 朔(초하루 삭), 望(보름 망), 期(기약할 기), 朗(밝을 랑) 등은 月, 肝(간 간), 脂(기름 지), 胸(가슴 흉), 育(기를 육), 胎(태 태)등은 肉인 셈이다.

한편 會는 고기(月)를 잘게 썰어 지방분을 빼고 살점만 모아 놓았다(會)는 뜻이다. 본디 중국 사람들은 날 것을 먹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들은 채소까지도 삶거나 튀겨 먹는다.

요즘 가끔 생선회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일본 관광객들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그러나 肉膾만은 매우 즐겼다. 주로 祭祀(제사)에서 사용했는데 孔子(공자)와 孟子(맹자)도 肉膾를 즐겨 먹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炙’는 구운 고기다. 불(火) 위에 고기(月)가 있지 않은가. 우리의 불고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러니까 ‘膾炙’는 祭祀에 올렸던 것으로 누구나 즐겨먹었던 고기음식인 셈이다.

그런데 祭祀음식은 맛있다. 그 중에서도 고기 요리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리게 마련이다.

이처럼 다들 좋아하였으므로 후에 膾炙라는 말은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으로 쓰여지게 되었다. ‘人口에 膾炙된다’는 말은 널리 알려져 稱頌(칭송)되고 있다는 뜻이다.

韓2(한악)은 당나라 말기 때의 사람이다. 성품이 대쪽같아 결국 당시 실권을 쥐고 있던 朱全忠(주전충)에게 밉보여 좌천당하기도 했다. 그는 10세 때부터 시를 지었고 많은 시를 남기기도 했는데 당시의 풍격을 일신한 새로운 시를 써서 크게 환영을 받았다. 주옥같은 작품 수백 편이 당시 사람들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人口에 膾炙’되었다는 고사가 있게 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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