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vs디지털]캉틀루브의 '오베르뉴의 노래'

  • 입력 2002년 8월 27일 17시 48분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왼쪽)와 네타니아 다브라트가 노래한 '오베르뉴의 노래' 앨범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왼쪽)와 네타니아 다브라트가 노래한 '오베르뉴의 노래' 앨범

프랑스 중부에 자리잡은 오베르뉴주(州)는 프랑스에서 가장 한적한 지역 중 하나다. 지세가 평탄치 않기 때문인데, 자연 풍광만은 꽤 멋지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 출신 작곡가인 조셉 마리 캉틀루브가 고향의 노래를 묶어 민요 가곡집으로 출판하기로 한 것은 실로 멋진 생각이었다. 이곳의 민요는 독특한 소박함과 향취로 원래부터 인기가 높았다. 캉틀루브는 20세기 초반부터 50년대까지 다섯 권의 ‘오베르뉴의 노래’ 악보전집을 발간했다.

프랑스어를 잘 모르는 이방인의 귀에도 독특하게 들리는 사투리 발음도 그렇지만, 그 가사에 담긴 사연들 역시 매력적이다. 개울을 건너는 목동의 노래, 숲으로 숨는 연인들, 포도주 예찬, 별들도 숨겨주지 못하는 실연의 아픔, 아낙네들의 험담…. 이 민요집은 먼 프랑스 산악지대의 한적함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러나 단순히 민요를 모아 출판한다는 아이디어 만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힘든 일이다. 캉틀루브가 찬사를 받아 마땅한 것은, 그가 관현악 편곡에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선율만 흥얼거려 보면 너무도 단순해 고개가 갸웃거려 질 정도다. 그런데도 이 노래집이 개울과 숲, 초원과 샘물의 세밀한 분위기를 눈앞에 잡힐 듯 그려내는 것은 반주 역할을 맡은 관현악 부분이 어떤 ‘교향시’ 못지 않게 치밀한 덕분이다. 가끔은 오보에나 클라리넷이 민속춤곡을 연주하는데, 그 소리가 우리나라의 날라리(새납)과 놀랄 만큼 닮은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 아름다운 민요집은 이스라엘 출신의 소프라노 네타니아 다브라트의 음반(뱅거드·1963, 66년 녹음)이 명연주로 꼽혀왔다. 이 음반의 매력은 꾸밈 없는 노래를 들려주는 다브라트의 ‘순진미’에 있다. 어딘가 어린 소년 같은 그의 음성은 노래 가사에 나타난 대로 양떼를 모는 목동의 들뜬 기분을 전해준다. 이 앨범은 몇몇 대형 음반점에 ‘염가판’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앞에 언급한 관현악의 ‘미묘한 색상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현대의 디지털 녹음으로 들어야 제격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주역 메조소프라노로 활동한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의 음반(소니·1985년 녹음)이 이런 갈망을 해소해 준다. 슈타데의 미모 만큼이나 깨끗하고 순수한 음성이 담겨 있는 데다, 최신의 디지털 녹음기술이 포르티시모에서 피아니시모 까지의 섬세한 표현을 손에 잡힐 듯이 살려주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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