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파괴 바미안석불 국내 학자가 디지털 복원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39분


전체 골격틀 중 얼굴 부위에 표면을 입히는 모습[사진제공=박진호]
전체 골격틀 중 얼굴 부위에 표면을 입히는 모습
[사진제공=박진호]
지난해초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의해 완전 파괴된 아프가니스탄 중북부 바미안 지역의 바미안 석불(3∼4세기경 제작·높이 55m). 이 석불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3차원 디지털로 복원된다.

디지털 복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문화재 디지털 복원 전문가인 박진호씨(30·숙명여대 강사).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박씨가 디지털 복원한 무령왕릉 내부, 일본 호류지(法隆寺) 금당벽화 등은 중고교 국사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

박씨는 바미안 석불 사진 자료, 실측 자료, 3∼4세기 당시 바미안 석불과 같은 후기 간다라 양식의 석불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말부터 복원을 시작했다. 이후 복원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불교미술사학자인 문명대 동국대 교수의 도움을 받고 있다. 복원은 이달 중순 마무리된다. 박씨의 작업은 지난해 파괴 직전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조성됐을 때의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이번 디지털 복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석불의 얼굴 복원. 이 석불은 3∼4세기에 제작됐으나 이미 8세기때 이 곳을 침입한 이슬람교도에 의해 얼굴의 일부가 부서졌고 13세기에는 징기스칸 군에 의해 석불의 왼쪽 다리와 왼쪽 팔이 잘려 나갔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석불의 얼굴 원형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상황. 현재 남아있는 바미안 석불 사진은 얼굴과 팔다리 일부가 부서진 모습을 담은 것이다. 그것도 촬영 각도가 다양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본 정면 사진이거나 밑에서 위를 바라보고 찍은 것 뿐이다. 지난해 파괴 직전 언론에 소개된 석불 사진이 바로 이같은 것이다.

바미안 석불 디지털 복원을 위해 제작한 전체 골격틀
[사진제공=박진호]

자료 부족으로 고민하던 박씨는 올해초 일본의 불교미술사학자인 구와야먀 쇼신(桑山正進) 교토대 교수가 지난해 석불 파괴 직전 작성한 석불 실측 도면을 입수했다. 박씨는 마치 지도의 등고선처럼 불상의 높낮이를 정교하게 그린 이 도면을 컴퓨터로 입체화했다. 특히 남아있는 얼굴 일부분의 등고선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전체적인 얼굴 형태를 복원해나갔다. 최대한 정확하게 얼굴을 복원하기 위해 문명대 교수에게 자문해 동시대 불상인 후기 간다라 석불의 얼굴 자료를 비교 검토하면서 하나 하나 작업을 해나갔다. 팔 다리도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초 완전 파괴되기 직전의 바미안 석불
[사진=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번 복원은 현재 지지부진한 바미안 석불 복원 사업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네스코와 아프가니스탄은 이 석불을 복원할 계획이지만 현장 부근에 지뢰가 매설돼 있어 접근이 어렵고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자료로는 복원이 어렵다”는 회의론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바미안 석불을 디지털로 3차원 복원해 놓으면 앞으로 이뤄질 실물 복원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면서 “복원이 마무리되는 대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이를 전달해 유네스코 본부 측에서 실물 복원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해 석불실물복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