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앞바다 상감청자 대거발굴 의미]고려전성기 명품 잠깨다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07분


좌우의 연꽃잎무늬가 새겨진 찻잔은 이번에 인양된 청자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좌우의 연꽃잎무늬가 새겨진 찻잔은 이번에 인양된 청자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전북 군산 앞바다와 부산에서 고려 청자가 무더기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인근 해역에서 인양된 454점의 고려 청자는 한국 수중발굴사에 한 획을 그을만큼 양질의 토기가 대량으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부산시 북구 덕천2동 실내빙상경기장 건립예정부지에서 발굴된 고려 상감청자 20여점은 청자가 거의 발굴되지 않는 부산지역에서 양질의 청자가 완전한 형태로 발굴됐다는 점에서 한국 도자사 연구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

세간의 관심이 쏠리자 문화재청은 25일 군산에서 인양된 청자를 공개하고 발굴 성과와 의미, 앞으로의 계획 등에 관해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들 청자는 인근 부안 가마터에서 제작되어 해상을 통해 당시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배가 침몰하면서 바다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재청은 “청자들이 해저에 묻혀 있다가 인근 새만금방조제 건설로 인해 물살이 빨라져 퇴적층이 깍여나가면서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자들을 살펴본 윤용이 명지대 교수(한국도자사)는 25일 “고려 청자가 전성기로 진입하던 12세기 후반의 것으로, 문양이나 형태 면에서 해저 발굴 도자기 중 가장 양질”이라고 평가했다. 10세기경에 등장한 고려 청자는 초기에 문양이 없는 순청자였다가 12세기 들어서면서 문양이 들어가고 모양이 다양화되면서 세련된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454점의 청자는 접시 대접 술잔 찻잔 등으로, 대부분 모란 연꽃 등이 양각 음각으로 새겨져있다. 이 중 앵무새가 음각으로 새겨진 대접은 처음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대규모의 해저 유물 발굴은 네차례 있었다. 1976∼84년 전남 신안 앞바다, 1983년 전남 완도 앞바다, 1987년 충남 보령 죽도 앞바다, 1995년 전남 무안 도리포 앞바다 해저 유물 발굴 등. 모두 고려 청자가 나왔으나 이번 만큼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었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윤 교수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이나, 불교적 심성을 반영한 연꽃, 부부간의 금슬을 상징하는 앵무새 등 다양한 무늬가 새겨지고 모양이 다양화된 것은 바로 청자가 세련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당시 고려 귀족사회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꽃잎무늬 찻잔은 당시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고려 청자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군산 앞바다에서 대량으로 인양된 12세기 후반 고려 청자들

앞으로의 추가발굴은 어떻게 진행되고 얼마나 많은 청자들이 더 확인될 수 있을까. 이번 긴급 조사에서 유물을 수습한 범위는 남북 7m, 동서 30m 정도. 일주일간의 조사였지만 실제 발굴 기간은 3일. 그것도 조수 간만 때문에 하루에 1시간씩 밖에 작업을 하지 못했다.

문화재청의 이명희 무형문화재과장은 “3일간의 수습에서 이 정도의 양이 나왔으니 앞으로 본격 발굴에선 상당량의 청자가 추가로 발굴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했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김용한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조사 지역 이외의 인근 해역에도 청자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도 “술잔 찻잔이 나왔으니 술을 담는 매병이나 항아리 주전자 그리고 향로 등이 추가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아직 배의 잔해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과장은 “뻘층을 걷어내고 청자 수습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배의 잔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현재 군상해양경찰대에 의뢰해 인양 해역을 경계하고 있다. 곧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곳을 사적으로 가지정하고 본격 발굴에 들어갈 계획이다. 본격 발굴은 해군 해난구조대 전문 잠수요원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동아대박물관이 부산 실내빙상경기장 예정 부지의 고려 고분에서 발굴한 12∼13세기 고려 상감청자 20여점은 양질인데다 부산 지역에서 처음으로 청자가 대량 발굴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자상감국화무늬마상배(馬上杯)를 비롯, 청자상감모란무늬병 등 모두 전성기의 상감청자들이다. 심봉근 동아대박물관장은 “이번 발굴 유물을 볼 때 개경과 부산지역간의 해상 교역이 상당히 활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은 청자의 분포 및 유통 경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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