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X이 무서워 피하나

  • 입력 2002년 2월 21일 14시 09분


김 대리는 요즘 우울하다. 얼마 전 직속 상사와 한판 붙은 탓이다. 그것도 거의 치고받기 직전에 가서야 아슬아슬하게 멈춘 대형사고였다. 평소 직원들을 참 지겹도록 못살게 굴던 상사였다. 자신이 맡은 일보다는 직원들 한테 뭐 잔소리할 거 없나 눈에 불을 켜는 사람이었으니 두말할 게 없었다.

직원들치고 그 촘촘한 감시망을 비켜갈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일단 걸리면 적어도 며칠은 고문(?)을 당해야 했다. 하는 일마다 트집을 잡으며 달달 볶아대는 데는 견뎌낼 장사가 없었다.

“분명 가학증 환자일 거야. 너 딱 걸렸어 하는 표정으로 묘하게 웃을 때 봤지? 그게 정상이냐고” 하며 진저리를 치는 직원이 여럿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김 대리와 붙고 만 것이다. 어느 순간,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그만 이성을 잃은 게 불찰이었다. 물론 동료들로부터 그는 거의 영웅 대접을 받았다. 역시 너밖에 없다, 대단하다, 너무나 속이 후련하다, 고맙다, 안 그래도 우리가 힘 합쳐 언제 한번 크게 손 봐주려고 했다 등등 풍성한 말잔치가 이어졌다. 그렇다고 대형사고가 그냥 수습될 리 만무했다. 다행히 평소 그 상사를 곱게 보지 않던 같은 과장들이 모여 그를 어르고 달래서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진 않았지만, 김 대리로선 고달픈 나날이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김 대리는 평소 믿고 의지하던 선배에게 불려갔다. 그리고 “어린아이 보고 너 왜 어른이 못되느냐고 한다고 어린애가 어른이 되는 거 봤어? 그 작자, 누가 봐도 미성숙한 인간이란 거 보면 몰라?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린애한테 감정적으로 대하는 어른이 어디있냐” 하는 따끔한 충고를 들어야 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김 대리 같은 일을 겪는 경우가 있다. 상사라고 해서 인격까지 성숙하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일수록 아랫사람을 힘들게 하기 마련이다. 그럴 땐, 그 선배의 말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똑같이 감정적으로 맞붙다가는 자칫 물귀신에게 잡힌 꼴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꼬이고 비틀린 사람일수록 이 편에서 끝까지 의연하게 대해야 한다는 건 하나의 철칙이다.

www.mind-open.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