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국제가구박람회 화제의 아이템들

  • 입력 2002년 1월 24일 15시 32분


◆ 책장

도서관은 작은 우주다. 시각장애인 작가였던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국립도서관장으로 지내는 동안 서가의 책들을 어루만지며 세계를 꿈꾸고 우주를 상상했다.

책장은 집안에 들어온 도서관이다. 집안에서 가장 포만감을 불어넣어주는 공간이다. 책들이 저자들의 육성을 종이 위에 정돈한 것이라면 서가는 책들에게 질서를 부여하는 미학의 구조물이다.

쾰른의 국제가구박람회에 출품된 독일 파쉬엔사의 책장 ‘비블리오텍(Bibliothek)’ 제품들은 모던하고 상그러운 것들로부터 장대하고 클래식한 것까지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었다. 커다란 채광창의 둘레를 따라 E자형으로 맞춤 제작한 책장(오른쪽)은 책이 세계로 향하는 창(窓)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좀체 활용하기 힘든 채광창 둘레 공간에 주목한 디자인 의도가 신선하다.

우드 칼러의 6단 책장(왼쪽)은 삼베와 같은 패브릭이나 화이트톤의 패널을 끼운 미닫이문을 채용해서 동양적인 느낌을 준다. 국내에 들여온다면 한지를 채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파쉬엔은 이와 비슷한 책장 미닫이문의 다양한 디자인을 제시했다.파쉬엔은 실내의 모서리 공간을 이용하는 L자형 책장, CD칸을 따로 만든 책장, 한가운데에 서랍장을 마련한 책장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몰테니&C는 유리를 끼운 책장문 속에 열십(十)자형 버팀대를 디자인 해넣어 풍경을 내다보는 채광창처럼 만들었다.

◆ 아방가르드 작품

‘클래식(Classic)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표방한 일군의 작품들이 쾰른에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전위’답게 자리한 곳도 1, 2, 3관. 실험정신의 디자이너들을 위한 큰 마당이었다.

이탈리아 카르텔사는 ‘항아리’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의자(아래)들을 내놓았다. 홍보책임자 가브리엘라 데 비아세는 “아방가르드라면 실용성이 없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며 “하지만 이들 의자는 실용성과 미학을 부모로 뒀다”고 말했다. 방송사나 공연장에서 쓰고 난 일반 의자들을 그냥 쌓아두면 집합미(美)가 없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이탈리아 리비트사는 알루미늄 원통의 윗부분을 사방으로 ‘찢어낸’ 옷걸이(오른쪽)를 선보였다.이밖에 독일 브레츠사는 유치하다 싶은 ‘컬트 소파’를, 인스탄트사는 ‘파격적이면서도 안락한’ 소파를, 드라에네르트사는 2개의 원형 유리판을 활용한 변형테이블을 선보였다.쾰른=권기태기자kkt@donga.com

◆ '네오 팝아트' 캐릭터 활용

요절한 미국 네오 팝 아트의 기수 키스 해링(1958∼1990,www.haring.com)의 작품들이 쾰른에서 가구로 환생했다. 미술의 대중화, 대중 속에서 만개하는 미술을 주장했던 그는 20대 때 뉴욕 지하철역 벽에 통근자들의 모습과 상상을 담아냈다.

굵고 단순한 선, 눈코입귀가 표현돼있지 않으면서도 액티브한 인물들은 유쾌하면서도 암담한 미국 노동자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독일 브레츠사는 쾰른 박람회장에 해링의 컬러풀한 캐릭터들을 담은 소파, 수납장, 탁자, 침대들을 골고루 선보였다.

“내 작품 값이 오르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내 작품들은 대중들을 위한 것이다.”

미술품의 저가(低價)주의를 주장했던 천상(天上)의 해링이 자기 캐릭터들과 함께 휴식하고, 차 마시고, 잠에 드는 일하는 사람들을 본다면 얼마나 기뻐할 것인가.

쾰른〓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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