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인 100명의 '문학살리기'…"월간지 현대문학을 돕자"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30분


창간 47년째를 맞는 국내 최장수 문학 월간지 ‘현대문학’을 살리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월간지 ‘현대문학’은 그동안 대한교과서 주식회사가 비용을 지원해 왔으나 잡지 발행에 매월 1000여만원씩 적자가 발생하자 최근 대한교과서측이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잡지의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

‘현대문학 살리기’ 운동은 100여명의 문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문학’이 경영논리에 따라 순수문학을 지향해온 편집 취지가 퇴색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문단에서는 이 잡지가 경영난으로 인해 지금까지 순수문학 위주에서 상업적인 쪽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현대문학을 아끼는 사람들’이란 후원회를 결성했다. 회원 중에는 김춘수 박완서 고은 박상륭 현길언 황동규 이청준 황석영 등 저명 작가와, 백낙청 김병익 유종호 김윤식 도정일 등 평론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문인 이외에도 박맹호(민음사 대표) 김언호(한길사 대표) 등 출판계 인사,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차범석 예술원 회장, 최열 환경연합 사무총장 등 각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20일 선언서를 통해 “‘현대문학’이 근래 몇 년 동안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문예지로서의 품위와 격조, 나아가 문학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기구독 신청이나 후원금 등 재정적 후원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순수 문예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한다는 구상이다.

통권 564호를 발간한 이 잡지는 1955년 창간 이래 한 차례의 결호도 없었던 국내 대표적인 문예지. 97년부터는 새로운 편집진과 편집 체재를 도입,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세계의문학’ 등 기존 계간지와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왔다. 이 잡지는 문예진흥원의 원고료 지원금이 끊기고 IMF 사태 이후 기업 광고가 급격히 줄면서 적자 운영이 계속되어 왔다. 현재까지 5억원 가까이 적자가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문학’ 편집위원인 김화영 교수(고려대 불문과)는 “대부분의 문학지들이 적자에 허덕이면서 상업주의로 흘러 문학의 존엄성이 훼손될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번 캠페인을 통해 좋은 문학잡지는 사유물이 아닌 사회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교과서측은 “경영 압박으로 인해 더이상 출판사에 재정 지원을 해주기는 어려운 상황”라면서 “이제는 ‘현대문학’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거나 다른 공적인 지원책이 강구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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