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이르면 오늘 시작…美,이슬람 반발불구 공습계속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18분


대도시를 포기하고 산악 게릴라전에 들어간 탈레반에 16일이나 17일 시작될 이슬람 성월(聖月) ‘라마단’은 불리한 전황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은 라마단 기간에도 탈레반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뜻을 누차 밝혀왔다. 더욱이 탈레반이 궤멸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 중단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탈레반이 전열을 재정비해 저항선을 구축할 경우 전황이 불리해질 수도 있을뿐더러 자칫하면 오사마 빈 라덴에게 국외 탈출이나 추가 테러를 도모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칸다하르에서 탈레반 붕괴에 결정적 역할을 한 파슈툰족 온건파나 미국의 입장에 동조해온 파키스탄 등 주변 이슬람국가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모두 라마단 중에는 미군의 공습이 중단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점이 미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라마단에 행해지는 미국의 공격은 이슬람 문명 자체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명의 충돌’로 읽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변 국가들과 이슬람 사회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미국이 최소한 공격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경우 탈레반측은 분명히 한숨 돌릴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마단은 예언자 모하메드가 알라로부터 코란을 계시받은 신성한 달로 이슬람교도들은 이 기간 중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금식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해가 진 후에는 음식을 먹어도 된다. 이로 인해 라마단에 오히려 먹는 양이 늘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지하드(성전·聖戰)에 나선 탈레반 전사들은 금식의 계율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라마단은 초승달을 육안으로 확인한 다음날부터 시작된다. 14일 밤까지 어느 이슬람국가도 초승달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올 라마단은 16일이나 17일 시작된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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