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곡학아세 이문열씨 책 반환" "지식인테러 즉각 중단하라"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13분


월간 ‘인물과 사상’ 독자모임 등이 주축이 된 ‘이문열돕기 운동본부’(대표 화덕현·37) 회원 40여명은 3일 오후 2시부터 경기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에 있는 소설가 이문열씨의 문학사숙 부악문원 입구에서 ‘이문열 책 반환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150여명이 보내온 이씨의 소설 733권을 상엿줄로 묶어 부악문원 입구까지 옮긴 뒤 ‘한 시절 천재작가의 곡학아세를 장송하며’라는 조시(弔詩) 등을 낭송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씨가 일간지를 통해 시민단체를 싸잡아서 ‘홍위병’이라고 몰아세운 것은 변형된 색깔공세”라면서 “이 땅의 지식인들이 겸허하고 진중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환행사 참석자들은 마을 초입에서 모의장례식을 치르려다 주민들과 잠시 실랑이를 벌였다.

또 ‘민주참여네티즌연대’ 회원 30여명이 ‘홍위병의 지식인 테러와 언론탄압 행위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부악문원 앞에서 맞시위를 벌였으나 양측이 충돌하지는 않았다.

반환행사 참석자들은 책 반환에 대해 이씨와 부악문원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가져온 책들을 고물상에 10원을 받고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문학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악문원을 비웠다. 그러나 이씨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의 전화 통화에서 “반환행사 주체들은 순수 독자가 아니라 운동권으로 보기 때문에 책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씨는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7월9일 ‘홍위병을 떠올리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시론에서 일부 시민단체의 친정부적 태도에 대해 ‘소수에 의한 다수 위장’ ‘비전문적 정치논리에 의지한 전문성 억압’ ‘공격성과 파괴성’ 등이 중국 문화혁명을 주도했던 홍위병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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