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국어 발음사전 펴낸 전영우 교수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34분


“서울시내 교통보다 더 복잡한게 한글의 발음체계입니다. 올바른 말하기 교육을 위해서는 우선 발음부터 정리해주는 게 시급해요. 그러나 아직도 학교에서는 체계적으로 발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30년간 방송생활에서 익힌 실전 노하우와 17년간 교단에서 연구한 자료들을 집대성해 ‘표준 한국어 발음사전’(민지사)을 펴낸 전영우 교수(수원대·국문학·사진). 그는 한글이 소리나는대로 적는 표음문자이지만 어느 언어보다도 철자법과 발음법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발음기호를 함께 적어주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 국어사전에도 발음기호를 적어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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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전의 강점은 단어뿐 아니라 그 단어에 연결되는 어절과 어구에 따라 달라지는 발음까지도 포함한 것. 가령, ‘고향’이라는 단어의 경우 ‘고향 가는’, ‘고향 땅에’, ‘고향 떠난’, ‘고향 잃은’ 등의 항목을 함께 실었다. 발음기호는 국제음성문자(IPA)로 표기해 국제적 통일성을 기했다. 수록된 어휘의 양도 풍부해서 1962년 정부에서 첫 판을 낼 당시만해도 수록 단어는 5000개에 불과했으나 4번의 개정 증보를 거쳐 6만5000단어를 수록했다.

전 교수는 특히 ‘말하기’ 국어교육이 미흡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민주시민이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 소양은 화법, 화법의 기본은 발음입니다. 역으로, 발음을 제대로 알아야 원활한 토론과 논의도 가능하고 결국 성숙된 민주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서양에서는 ‘말하기’를 지도자의 핵심 역량으로 평가하며 초등학교때부터 중점적으로 가르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몇 년 전부터 고등학교 교과에 선택항목으로 자리잡고 있을 뿐이지요.” 그는 인터넷 채팅문화가 빚어낸 10대들의 비속어 남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자연에도 맑은 물만 존재할 수는 없어요. 오염된 물도 있고 맑은 물도 있어야 그게 자연이지요. 하지만 분명한 원칙은 존재해야합니다. 학생들이 표준 발음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걸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 그 중에서도 학자들의 몫이지요.”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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