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소식]'휴전선'의 시인 박봉우 시비 건립

  • 입력 2001년 10월 8일 13시 39분


분단과 독재에 앗긴 순수와 자유를 강렬한 시적 언어로 형상화해온 민족시인 고 박봉우(朴鳳宇, 1934-1990) 선생의 시비(詩碑)가 10월 하순경 경의선 임진강역 역사(驛舍) 플랫폼에 세워진다. 시비 설립을 주관하는 ‘시인 박봉우 시비건립위원회’는 현기영(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김중배(MBC 사장) 김윤수(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씨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시비에 수록될 박 시인의 작품은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박봉우 시인의 대표작인 <휴전선>이다. “6.25 이후 등장한 최초의 민족시요, 반전시라는 점에서도 문학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신경림 시인의 말) 박봉우 시인의 대표작 <휴전선>은 “광목폭을 찢어 만든 깃발”(김현승 시인의 말)이란 헌사를 받았다.

박 시인은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비극을 종식시켜야 함을 자신의 시적 전생애를 통해 역설해왔으며, 특히 올해는 고인이 타계한 지 11주년이 되며, 아울러 <휴전선> 발표 4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박봉우 시인 시비 건립 기금 모금은 농협 485058-52-180343(예금주: 전성태)를 통하면 된다.

▶<휴전선> 전문.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나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박봉우 시인 주요 약력

1934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 서중, 광주고, 전남대 정치학과 졸업했다. 아호는 추봉령(秋鳳領). 강태열 시인 등과 함께 <영도(零度)>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52년 <문학예술>지에「석상의 노래」당선되었고,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휴전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 시집으로 <휴전선> <겨울에도 피는 꽃나무> <4월의 화요일> <황지의 풀잎> <서울하야식> <딸의 손을 잡고> <나비와 철조망> 등이 있으며, 전남문화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90년 3월 1일 전주에서 타계했으며, 현재 전주 시립 효자공원에 고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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