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상품권 시장 "명절이 좋아"

  • 입력 2001년 9월 28일 18시 46분


‘한국인은 상품권을 너무 좋아한다.’

99년 2월 상품권법 폐지로 정부 규제가 없어진 이후 상품권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98년 8000억원 규모였던 상품권 시장이 작년에는 3조5000억원으로 커졌고 올해엔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백화점 상품권이 절반을 차지하고 주유상품권 15%, 제화상품권 15%, 농협 도서 문화 외식상품권 등이 20% 정도.

이런 성장세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것. 상품권 역사가 오래된 일본은 시장 규모가 약 50조원으로 한국의 10배에 이르지만 장기불황의 여파로 답보 상태.

▽선물문화와 상품권〓왜 유독 한국에서 상품권이 인기를 끄는 걸까. 신세계백화점 이상범 상품권팀장은 “때가 되면 ‘인사’해야 할 곳이 많은 기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라면서 “상품권 판매 중 법인이 사가는 비율은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10만원 이상짜리 선물이 한국에서는 흔해 고액상품권으로 대체하기 쉽다. 일본에서는 고액상품권을 찾기 어렵다.

최근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지방에도 직영백화점과 할인점을 늘리고 정유업체 호텔 외식업체들과 공동상품권을 발매, 상품권 사용의 편의성이 높아진 것도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상품권의 효과〓상품권은 79년 과소비를 주도하고 뇌물용으로 쓰인다는 이유로 폐지됐다가 94년 정부 규제 아래 부활됐다. 특히 99년에 소비촉진 정책으로 정부규제가 사라졌다. 롯데백화점 상품권 담당 이찬우 매니저는 “4만∼5만원짜리 넥타이를 선물하려던 소비자도 상품권을 선물하려면 10만원짜리를 구입하기 마련”이라며 “상품권은 소비단위를 늘리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할인시장의 번성〓백화점 상품권 유통 중 20%가 사채업자를 거쳐갈 정도로 최근 상품권 할인시장이 커져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금권숍’에서 상품권 할인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명동에서 상품권을 취급하는 김모씨(53)는 “일부 유통업체가 상품권을 사채업자를 통해 싼값으로 대량 유통시키거나 일부 기업이 기밀비가 없어지면서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 이를 할인해서 현금화하는 등 액면보다 싼값의 상품권 공급이 많아지면서 할인시장이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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