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김정란 교수 "제 詩가 난해하다구요?"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28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정란 교수(48·상지대·사진)가 시 평론집 ‘영혼의 역사’와 소설 평론집 ‘연두색 글쓰기’(이룸)를 함께 냈다. 그는 새 시집도 이달중 내놓을 예정이다.

김씨가 이처럼 그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식년을 맞아 이달말 프랑스 파리로 1년간 ‘휴식’을 떠나기 때문. 그는 “사회활동에서 누적된 피로를 풀고 생(生)의 한 매듭을 짓으려니까 마음이 조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그동안 언론매체를 통해 ‘권력’을 향해 던진 발언은 공격적이고 때로는 전투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학비평에서는 텍스트에 대한 세밀하고 따뜻한 분석이 돋보인다. ‘텍스트 해부학’이라 부를 정도로 세심하게 작품의 속살을 헤집고 있다.

비유하자면 김 교수의 문학비평은 권위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따뜻한 어머니에 가깝다. 자신의 말처럼 “새끼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어미”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은 “열심히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맹점”도 갖는다.

이번에 묶여진 소설 평론집에는 의외로 여성작가의 작품이 많이 거론되지 않았다. 이는 “대중적으로는 여성작가들이 주목받고 있을지 모르지만 90년대 이후 이들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주체성은 오정희 같은 선배보다 많이 약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씨는 그러나 몇몇 여성시인에게서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고 했다. 박서원 노혜경 허수경 김혜순 이향지 등이다.

김씨는 다음주 새 시집 ‘용현향’(나남)도 낸다. 3년만에 내는 다섯 번째 시집으로 테마는 ‘사랑과 연대’.

시집 제목은 다른 향과 섞여야만 향기를 내는 동물성 항료 이름에서 빌어왔다. 그는 “문학과 현실에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저 혼자만 잘나서가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취지를 살리고자 시집의 평문은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된 정신분석학도에게 맡겼다.

김씨는 자기 직함을 쓸 때 ‘시인’을 앞세우길 바란다. 평론이나 사회활동은 ‘부업’에 속하며 시업이 본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간에는 시집보다 평론이 낫다는 얘기도 만만치않다. 이런 지적을 그녀는 “일부의 시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제 시가 다른 사람의 시보다 앞서간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또 제 시가 미적으로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감수성을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스스로 자기 시가 난해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일까.

“저처럼 상징적인 글쓰기를 도입한 시는 흔치 않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읽기가 난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쉽게 읽히는 텍스트는 시간의 부식(腐蝕)을 잘 견디지 못하는 법입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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