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태평양 건넌 '보은의 초청장'…美수양母 수지씨 만나는 송호윤씨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53분


“이제는 만나면 꼭 말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베푼 사랑이 얼마나 큰일을 이뤄냈는지를….”

사랑의 편지로 이어진 동갑내기 미국인 수양어머니와 한국인 아들이 40년 만에 만난다.


전북 익산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송호윤씨(52)는 25일 미국에서 올 귀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1949년 익산에서 몰락한 지주의 맏아들로 태어난 송씨는 6·25전쟁 직후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산8의 단칸방에서 고단한 도시살이를 시작했다.

송씨와 동갑내기로 미국 캔자스주 출생인 수지 프랭켈은 61년부터 친구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펼쳤다. 특히 프랭켈씨는 국제적 불우아동돕기 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 미국 지부를 통해 한국의 동갑내기 소년 송씨의 ‘수양어머니’가 돼 4년 동안 매달 20달러씩 후원했다. 옷과 학용품도 보내고 플랜 인터내셔널이 한국어로 번역해 준 사랑의 편지로 송씨를 위로했다. 가난과 절망이란 두 단어 사이에서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송씨에게 프랭켈씨의 경제적 지원과 편지 선물은 큰 힘이 됐다.

공고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으로 돌아온 송씨는 밤낮으로 농사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이제 고향에서 제법 큰 농장을 갖게 된 송씨는 가슴 깊이 묻어 놨던 ‘수지 프랭켈’이란 이름을 떠올렸다. ‘성공하면 한국에 꼭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40년 전 프랭켈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다시 꺼냈다.

영어를 못하는 송씨가 프랭켈씨를 찾는 데는 두 달이 걸렸다. 미국 전화번호부에 나온 수지란 이름을 다 뒤진 플랜 코리아(www.plankorea.or.kr·플랜 인터내셔널 한국지부)의 도움으로 프랭켈씨와 연락이 닿았다. 8월25일 남편 제프리 프랭켈, 4명의 자녀와 함께 송씨의 농장을 방문하기로 한 프랭켈씨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났다”고 기뻐하면서 “가족 모두 8월25일을 기다리며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고 전해왔다.

프랭켈씨의 가족은 40년 전 프랭켈씨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어린이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3세계 가난한 어린이의 ‘수양부모’ 역할을 하고 있는 막내딸 에이미(13)는 베이비시터를 하며 번 돈을 플랜 인터내셔널에 기부하고 있다. 아동정신과 의사인 남편은 무료 육아워크숍을 열고 있으며 프랭켈씨는 동네에 어린이 박물관을 만들고 있다.

송씨는 “40년 동안 프랭켈씨의 은혜를 잊어본 적이 없다”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첫번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송씨도 40년 전 받았던 은혜를 에티오피아의 셀레 마트(11)에게 더 큰 사랑으로 4년째 갚고 있다.

두 사람의 사연은 이번 주말 미국 NBC TV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플랜 인터내셔널:유엔 경제이사회 협의기구로 영국 미국 등 14개 후원국에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 42개국에 120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국제아동후원 단체. 1937년 스페인 내전 당시 전쟁 고아를 돕기 위해 영국 언론인 에릭 머저리지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후원방식은 일시적인 후원금 전달 방식이 아닌 1 대 1 결연 방식.

한국에선 6·25전쟁 막바지인 53년부터 양친회(02-3444-2216)란 이름으로 한국 어린이와 인연을 맺어 79년 7월까지 매년 2만5000여명의 어린이를 외국의 양부모와 연결시켰다. 한국은 96년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신했으며 국제어린이유엔총회 의장국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회원수가 100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플랜 인터내셔널, 42개국 120만 어린이 후원▼

유엔 경제이사회 협의기구로 영국 미국 등 14개 후원국에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 42개국에 120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국제아동후원 단체. 1937년 스페인 내전 당시 전쟁 고아를 돕기 위해 영국 언론인 에릭 머저리지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후원방식은 일시적인 후원금 전달 방식이 아닌 1 대 1 결연 방식. 한국에선 6·25전쟁 막바지인 53년부터 양친회(02-3444-2216)란 이름으로 한국 어린이와 인연을 맺어 79년 7월까지 매년 2만5000여명의 어린이를 외국의 양부모와 연결시켰다. 한국은 96년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신했으며 국제어린이유엔총회 의장국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회원수가 100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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