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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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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회학과 최샛별 교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한국사회의 명문고교의 변천과 상류계층 남성과 여성의 학연’을 22, 23일 전남대에서 열린 전기 사회학대회(주최 한국사회학회)에서 발표했다.
최 교수는 이 조사를 위해 1964년부터 1986년까지 남녀 명문고의 서울대 진학실적을 조사했다. 평준화 첫 세대가 대입시험을 치룬 1977년도 이전과 이후, 서울대 진학실적 상위 15개교를 살펴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1977년도 이전까지는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가 부동의 1, 2,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산고 경북고 제물포고 등 지방 명문고를 포함한 15개교가 매년 번갈아가며 근소한 차이로 순위 다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77년도 이후에는 순위 변동이 심하다. 대전고, 전주고 등 평준화의 적용을 받지 않은 지방 명문고들이 1위를 차지할 뿐 매년 순위 안에 드는 고교도 일정치 않다. 서울대 합격자 중 70%를 웃돌던 상위 15개 고교 졸업생의 비중은 1978년 42%로 줄더니 1983년에는 15%로 대폭 하락했다.
평준화 이전에 여고 중에서는 경기여고(4∼7위)와 이화여고(11∼15위)만이 서울대 합격률 상위 15위 안에 들었다.
그러나 평준화 이후에는 서울예고가 78년 15위에 처음 진입한 뒤 꾸준히 15위권 안에 들었고 82년부터 86년까지는 5년 연속 줄곧 1위를 차지했다. 평준화 이후 경기여고, 이화여고 등 평준화 이전의 명문여고 학연은 사라진 반면 서울예고를 졸업한 여학생을 중심으로 강력한 학연이 형성된다는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당시 서울예고는 전교생 가운데 남학생의 비율이 5%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학교나 마찬가지라는게 최교수의 설명.
예술고교는 평준화 이후에도 자체 학생 선발 기능을 갖추고 있었고 재학생들의 집안 환경도 비슷하기 때문에 학연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배경이 조성된다는 게 최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65년부터 90년까지 서울대와 이화여대 음대의 여자 졸업생 가운데 30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평준화 시기와 관계없이 서울예고 출신이 가장 많았고 이들 중 236명(77.9%)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출신과 결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여성의 학연이 남성의 학연을 더욱 공고히 다져줌으로써 상류층의 폐쇄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최 교수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여성의 학연에 대한 연구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상류층 사회를 연구하려면 여성의 학연을 중요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