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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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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순회길에 자주 나서는 한국유통연구소 연구원 최병돈씨(34)도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의 변신에 만족해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충북 청원군 옥산면)는 그가 자주 들르는 곳이다. 음식이 정갈하고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는 원두커피의 맛이 수준급이어서 이 곳에서 식사를 할 때가 많다는 것.
▽요리실명制…고객이 맛 투표
최씨는 “옥산휴게소에 들러 즉석에서 뽑아주는 냉면과 커피를 먹고 나면 ‘출장길’이 ‘여행길’처럼 편해진다”며 “종업원들의 서비스질이 크게 높아져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1시간 반 거리로 청주톨게이트 2㎞ 못 미친 곳에 있는 옥산휴게소는 승용차 출입구부터 다르다. 홍익대 미대생들이 그린 풍경화 민화 등 10여점의 미술작품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고 매장에 들어가면 ‘고객 맛 투표함’ ‘위생검사실’ 등이 눈에 띈다.
장터국밥 버섯고기덮밥 냉면 등 1, 2층 전문식당가는 호텔경력 주방장 5명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요리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어 고객들의 맛 투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전통음식연구회 염초애 회장(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이 매주 한 차례 ‘음식감수’를 벌이고 있어 조리사들이 항상 긴장하고 있다는 것.
이 휴게소 최욱규 지점장은 “매일 수백명의 고객이 투표해주는 맛 평가에서 낮은 점수가 나오면 즉시 주방장 회의를 열어 원인을 찾아낸다”고 소개했다.
한국도로공사가 99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벌인 ‘휴게소 운영혁신 운동’으로 인해 전국 100개 휴게소마다 독특한 ‘개성’을 창출하고 있다.
정결한 화장실은 이제 ‘기본’이며 지역특산품판매장 문화휴식공간 등이 많이 들어서 있다.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경부고속도로 언양휴게소와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는 외국어 도우미가 있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신탄진휴게소에서는 실시간 화상교통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외국어 도우미에 건강 상담까지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 남해고속도로 남강휴게소,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등에는 분수대 폭포 무료건강센터 체육공원 등이 설치돼 있어 그림전시회 고객노래자랑대회 전통놀이마당 등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평창휴게소는 7월경 휴면실 사워실 등을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게소가 ‘즐거운 여행길’의 ‘재미있는 쉼터’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수시로 운영평가를 하고 있으며 낙제점수를 받은 휴게소에 대해 운영권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꼭 들어보세요!
한국도로공사가 추천하는 특색 있는 휴게소 음식점을 소개한다.
▽주문과 동시에 면 즉석에서 뽑아-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043―260―1053)〓2층 함흥냉면집은 주문과 동시에 면을 즉석에서 뽑는다. 고구마 전분반죽으로 만든 면발이 쫄깃하며 육수는 완성된 지 3시간이 지나면 폐기처분하고 있다. 주방에 대장균 등을 검사하는 위생검사실과 당도 염도 측정계 등을 갖추고 있다.
▽사골국물 인삼소머리국밥 일품-남해고속도로 하행선 남강휴게소(055―582―5470)〓인삼을 넣고 뚝배기에 푹 곤 사골국물의 인삼소머리국밥이 일품이다. 어린이 고객을 위한 ‘순살돈가스’도 있고 23종의 반찬류를 마음껏 골라먹을 수 있는 자율식당도 정갈하다. 3가지 우동을 파는 우동전문점과 피자를 반죽해 즉석요리로 내놓는 햄버거전문점에서 간식용 먹을거리를 찾으면 좋다.
▽'생생면'말은 튀김우동 권할만-영동고속도로 하행선 문막휴게소(033―731―8481)〓멸치 다시다 등으로 만든 시원한 국물에 ‘생생면’을 만 튀김우동이 일품. 강원 청정지역에서 직접 사육한 한우로 6∼10시간 끓인 사골 육수의 지역특산음식 ‘횡성한우국밥’을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 강원 진부령 황태덕장에서 직송한 황태로 만든 해장국도 시원하다.
▽불고기-미나리 어우러진 별미-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언양휴게소(052―263―6153)〓언양 토속음식인 불고기와 미나리가 어우러진 요리가 유명하다. 순수 한우등심을 얇게 썰어 갖은 양념에 숙성시킨 불고기를 먹고 나면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거뜬하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