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대상]'음주-과속과 전쟁' 대구경찰청 대상

  • 입력 2000년 11월 6일 19시 02분


《동아일보와 손해보험협회 등이 매년 교통사고 예방 및 감소에 공로가 큰 개인과 단체를 발굴해 수여하는 ‘제1회 교통안전대상’ 수상자들을 지난회에 이어 소개한다.》

▼대상 대구경찰청▼

대구에서 교통사고가 크게 줄고 있다. 올들어 이 지역에서는 9월말 현재 1만8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214명이 숨지고 1만3400여명이 다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고 발생 건수는 2.4%, 인명피해는 7.3% 감소했으며 사망자수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지난해 대구경찰청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감소 실적 전국 1위를 차지했을 때도 교통사고 건수가 전년도(98년)에 비해 6.5% 증가하고 부상자도 9.3% 늘어난 사실에 비교해 볼 때 괄목할 만한 기록. 이같은 성과는 운전자들의 의식이 바뀐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구경찰청의 전방위적인 교통사고 줄이기 노력이 주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구경찰은 올들어 운전자들의 경미한 위반행위는 지도 위주의 단속을 펴는 한편 중앙선 침범 과속 음주운전 등 사고로 직결되는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을 펼쳐왔다. 그 결과 9월말 현재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단속 건수는 46만21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만여건이나 줄었다. 이에 비해 음주운전 과속 등의 단속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92% 가량 늘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사망사고를 내기 쉬운 과속 운전을 막기 위해 무인과속측정기를 기존의 17대에서 31대로 늘려 앞산순환도로 신천대로 등 대구시내 주요 간선도로 곳곳에 설치했다.

또 올들어 교통안전표지 153개를 새로 설치하고 5299개를 보수하는 한편 노면표시를 재도색하는 등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특히 97년부터 99년까지 3년간 대구시내 교통사고 빈발 지점 123개소를 선정, 이 가운데 82개 지점에 대해서는 교통안전 시설을 보강했다.

이밖에 버스와 택시의 기사들은 물론 대구시내 135개 초등학생 1만1424명에 대해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고예방을 위한 홍보와 교육을 중점적으로 해왔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인터뷰/민승기 대구경찰청장

“전 직원이 열심히 하고 시민들이 협조해 주신 덕분에 큰 상을 받게 됐어요. 교통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는 채찍으로 여기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제1회 ‘교통안전대상’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차지한 대구경찰청의 민승기(閔昇基) 청장은 “직원들의 다각적인 교통사고 예방 활동이 주효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피해를 줄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음주운전은 물론 중앙선 침범과 과속 운전을 집중 단속해왔다”면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자는 지도장 발급 위주의 계도를 통해 처벌 수위를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들어 음주운전자에 대한 단속을 주2회에서 주4회로 대폭 강화했는데도 적발되는 운전자들이 조금도 줄지 않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대구 경제가 좋지 않아서인지 술 마시는 운전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부임이후 대구에서 1년 가까이 생활해보니 대구사람들의 성격이 대단히 급한 것 같다고 평하면서 “느긋한 마음 자세와 사소한 교통법규 하나라도 어기지 않는다는 운전 태도가 교통사고를 막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최우수상 서울시 녹색어머니회▼

“아이들의 교통 안전은 우리가 책임집니다.”

일반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울시 녹색어머니 연합회’(회장 박연희·39)는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모여 만든 교통안전 단체. 일종의 자모회인 셈이다.

현재 서울시내 529개 초등학교별로 독립된 어머니회가 있고 31개 경찰서별로 연합회가 조직돼 있다. 총 회원수는 5만2000여명.

주요 활동은 오전 8시부터 50분 동안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일. 교통사고를 당하는 어린이들이 이 시간에 가장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출근 길 초등학교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늘색 제복의 주부는 대부분 이 연합회 회원이다.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어머니들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만큼 그 어떤 교통 관련단체보다 봉사 활동에 헌신적이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90년 1537명에 이르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에는 572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차량 증가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이 단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불합리한 신호 체계 등 교통 시설 개선 건의와 교통법규 위반 차량 운전자에 대한 계도 엽서 보내기도 연합회의 주요 업무. 교통 시설 개선 건의의 경우 어머니들이 봉사 활동을 하면서 직접 체험한 불편을 경찰에 알려주기 때문에 채택 비율이 상당히 높다.

무심결에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들이 계도 엽서를 예상치 않은 곳에서 받기 때문에 엽서 보내기 운동도 법규 위반을 줄이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이 경찰측 분석이다.

박회장은 “30여년간의 연합회 운영에서 얻은 교통사고 예방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전국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물적·인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우수상 중앙일보 사건팀▼

언론·사회·공공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중앙일보 사회부 사건팀은 기획보도물인 ‘바꿔! 휴대폰 문화’와 후속 캠페인 ‘아 차차! 휴대폰을 끕시다’를 통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규제 법제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출발점이 된 ‘바꿔! 휴대폰 문화’시리즈는 올 2월28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5차례에 걸쳐 기획 보도됐다.

국민 2명당 1대 꼴로 보급된 휴대폰. 그 편리하고 필수적인 문명의 이기가 잘못 이용될 경우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가 주된 문제의식이었다. 특히 시리즈 2회분에서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의 실태와 위험성을 심층 보도했다.

사건팀은 보도가 끝난 뒤 1개월 간의 준비를 거쳐 시민단체와 함께 ‘아 차차! 휴대폰을 끕시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티커 30만부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고 가두서명과 거리홍보도 20차례 이상 진행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우수상 KBS 정철훈PD▼

언론·사회·공공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KBS 제2라디오 정철훈(鄭哲勳·35) PD는 입사 10년차의 베테랑으로 2년 전부터 교통관련 프로를 담당해왔다.

‘배한성 최영미의 가로수를 누비며’의 담당 PD로 일하는 그는 하루 15번 나오는 ‘55분 교통정보’도 책임지고 있어 회사 안팎에서 명실상부한 ‘교통PD’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대중교통 취재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 곳에서 표 한 장으로 버스 전철 기차 등 다양한 대중교통들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시스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지하철과 버스 등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도 자전거타기 운동이 대중교통과 연계되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이번 수상을 더욱 질높고 알찬 교통정보를 제공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동영기자>argus@donga.com

▼특별상▼

■이홍로(44·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원장)〓84년 교통안전공단 교육원 교수로 임용된 후 한국의 교통안전 정책에 관한 심도있는 분석과 연구에 전념해왔다. 도로관리 정책의 효율화 방안 등 14편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고 교통안전교육 모범교안 사례집 등 7권의 저서를 발간. 특히 외국의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 사례를 통해 한국식 어린이 안전교육 강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용식(63·안동 곰돌이 차량봉사대 고문)〓69년부터 31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오전 7∼9시 안동시내 중심가의 혼잡지역 등에서 교통정리 활동을 하면서 사고 예방에 헌신했다. ‘인간 상록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84년부터는 안동시 모범운전자회 지회장으로 교통질서 계도에 힘썼다. 96년 안동 곰돌이 차량봉사대 고문직을 맡아 시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동부건설〓신입 및 재직사원에 대한 철저한 안전교육으로 대형버스 승객의 안전 여행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교통사고의 감소를 위해 차량에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과속 방지 예방활동을 펼쳤다. 운행 노선에 대한 순찰 강화를 위한 안전순찰 제도를 개발하고 각종 대국민교통안전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71년 설립 이후 회사차원에서 안전운전 활동을 적극적으로 폈다.

■안성경찰서〓보행자, 이륜차, 농기계 등 분야별 사고예방 대책의 시행을 통해 교통사고 감소율(99년 6월∼2000년 6월) 도내 1위를 차지했다. 교통사고 줄이기 100일 작전을 추진하면서 ‘한 생명 더 구하기 운동’을 전개, 캠페인 기간 중 교통사망사고를 46.7%나 감소시켰다. 교통근무 방법의 개선을 위해 책임지역지정 및 실적평가제를 도입했다.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모임〓교통법규위반 차량에 보내는 사랑의 편지보내기 캠페인을 펼쳤으며 올 8월부터 9월초까지 ‘하루 한 생명 더 구하기 운동’을 벌였다. 격월간으로 ‘내고장 교통문화신문’을 발행해 시민들에게 교통안전 상식을 알리는 데 힘썼고 연 1회 교통문화아카데미와 학술토론을 개최. 버스와 택시의 교통불편 민원사항과 교통법 위반사항을 주가지수처럼 표시하는 ‘버스닥’과 ‘택시닥’ 제도를 고안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