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곳에 사는가/여의도]의사 신명국씨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2분


서울 마포 도화동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신명국씨(50)는 요즘 의약분업 사태 탓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옳고 그름을 떠나 본인이나 환자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마다 여의도 광장아파트 집 앞 샛강 생태공원을 뛴다. 이 때는 의약분업도 환자도 다 잊어버린다. 상쾌할 따름이다. 멀리 아침 햇살이 반사되는 증권타운 고층 빌딩은 삭막하기보다는 여의도의 단정함을 더해 보인다.

◇단독주택 없어 뒷골목 우범지역 적어

“도심 속에 교통여건과 자연여건을 동시에 갖춘 지역으로 여의도 만한 곳이 드물지요. 여의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쾌적한 주거여건에 놀라게 됩니다.”

여의도는 좀 별난 곳이다. 정치1번지, 방송1번지, 금융1번지, 한국의 맨해튼. 온갖 수식어가 따르는 87만평의 섬은 주거지로도 독특한 여건을 갖고 있다.

우선 단독주택이 없다. 모두 아파트다. 그는 “단독주택이 없어 뒷골목 우범지역도 없다”고 말한다. 소규모 유흥가는 한 곳에 몰려 있고 딱히 퇴폐적인 곳은 드물다.

교육여건도 섬 바깥과 다르다. 이 곳에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다닐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집에서 걸어서 등하교가 가능한 셈. 또 초등학교 친구가 고등학교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그는 “환경과 정서가 비슷한 친구들과 계속 사귀는 까닭에 자녀들이 학창시설 ‘친구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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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83년 결혼과 함께 여의도로 왔다.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 아내 조동희씨(46·삼성제일병원 임상병리과장)와 자신이 출퇴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5∼20분이다. 여기에다 이사 당시 여의도 거주자들의 ‘수준’도 감안했다. 부유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딸 재은(16)과 아들 승환(15)은 이따금 강남 쇼핑 중심지에 다녀오면 “강남은 너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강남과 달리 여의도의 환경은 아이들을 사치스럽게 만들 만한 구석이 없다”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백화점 셔틀버스를 타고 영등포역 일대 대형 유통시설에 갈 수 있어 쇼핑에도 별 불만이 없다.

그는 여의도의 주말을 좋아한다. 직장인들이 없는 주말 여의도는 한가하고 평화롭다.

◇교통-쇼핑 편리…매주 이벤트도 풍성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공원과 샛강 생태공원을 달린다. 샛강에서 멀리 잠실까지 다녀올 때도 있다. 불꽃놀이를 비롯해 거의 매주 열리는 각종 행사는 덤으로 그의 가족을 즐겁게 한다. 구청에서 단지 앞 도로변에 개울을 조성하고 있어 개울 옆길에서 가을 낙엽을 밟으며 퇴근할 날도 기다려진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는 의약분업 갈등이 치열하던 이달 초 무료 진료를 위해 음성 꽃동네를 다녀오기도 했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자신은 후진국으로 의료봉사를 떠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한가한 주말 샛강 생태공원을 거닐며 이같은 계획을 굳히고 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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