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리의 작품세계]'가족 시네마'外

  • 입력 2000년 6월 13일 01시 54분


유미리는 소설집 '가족 시네마'와 '풀 하우스' 등 초기작에서 자전적 소재를 사용, 가족의 붕괴와 해체를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냉정한 문체로 그려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점차 사회적 이슈로 작품의 소재를 넓혀나가면서 인간 내면풍경의 황폐와 소통단절을 고발하고 있다.

▽가족 시네마〓부모의 별거로 흩어졌던 가족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20년만에 다시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자아의 껍질에 갇힌채 제각기 살아온 2남1녀는 카메라 앞에서 서로의 치부를 감춘채 위선에 골몰하지만 번번이 갈등이 불거져나와 촬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풀 하우스〓'가족 시네마'와 동일한 주인공들이 등장해 결국 가족이 될 수 없는 피폐한 인간군상을 그려낸다. 아버지는 새 집을 지어 가족들을 불러들이지만 누구도 오지 않자 노숙자 일가족을 불러들인다.

▽타일〓97년부터 자전적 사소설(私小說)경향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향한다. 개인들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 자기배역을 '연기'하는 현대사회 인간의 고독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주인공은 발기불능을 이유로 이혼당한 사내. 원룸에 틀어박혀 내부공

간을 온통 타일로 바르는 데 몰두한다.

▽골드 러시〓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중학생 살인사건을 소재로 현대사회속에서 인간의 파편화라는 중심주제를 변주했다. 물신숭배를 통해 타인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게 된 중학생 가즈키는 '완벽한 어른이 되고자' 아버지를 살해

한다. 사회적인 주제로 작품세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일본사회의 큰 공감과 주목을 받았다.

▽남자〓올해들어 작가가 육체와 욕망의 문제로 관심의 줄기를 크게 옮겨놓고 있음을 보여준 작품. 포르노 소설을 쓰는 여자가 남자를 체험하는 각각의 에피소드와 포르노 소설 자체의 텍스트가 교차되면서 작품이 진행된다. 관계의 단절과 인간내면의 악마성에 대한 집착에서 한 걸음 벗어난 성숙한 면모도 보인다. 그

러나 인간 소통의 부재, 파편화된 개인 등의 모습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유미리의 관심사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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