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에너지 대안을 찾아서」저자-전문가 대담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원자력발전의 위험을 경고하는 수많은 말들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40%가량이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에 관한 논란은 이제 그 위험에 대한 원론적 찬반을 넘어 경제성을 고려한 장기적 전망을 필요로 한다.

원자력발전과 전력사업 문제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다룬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두 전문가의 대담을 마련했다.

저자인 이필렬 한국방송대교수(과학사·화학)는 과학도로서 에너지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대담에 참여한 박군철 서울대교수(원자핵공학)는 원자력 개발을 주도해 온 전문가이다. 이들은 이교수가 미리 제안한 4가지 주제에 대해 각기 견해를 밝혔다.

▼100% 안전은 불가능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한가.

▽박군철〓100% 안전한 과학기술은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안전장치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장치가 작동하도록 하는 다중안전장치를 사용합니다. 많은 안전장치를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은 공학자가 보기에 최선의 안전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필렬〓다중안전장치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불안한가를 대변할 뿐입니다. 방사능 유출 같은 위험은 감각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박〓원자로가 100% 안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은 위험할 수도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류를 위해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전력수요 40% 담당

◇원자력 발전의 미래

▽이〓원자력발전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의 40%를 담당합니다. 불가피한 현실이 된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포기해야 하겠지만 어느정도 시간을 두고 서서히 줄여나가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박〓저도 원자력발전이 최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체에너지가 나올 때까지의 중간단계라고 봅니다. 대체에너지개발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풍력 태양열 등은 아직 경제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10년내로 약 2배의 전력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위해 약 60조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당장 핵발전 이외의 현실적인 대안은 없습니다.

▽이〓전력수요 예측은 항상 매년 8, 9%가 늘어난다고 보고 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이제는 수요측면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요를 절약해 나갈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에너지 절약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데는 적극 찬성합니다. 다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한 원자력발전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한전 독점구조 개선을

◇한전의 전력독점구조 문제와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식

▽박〓한전은 지금 싫든 좋든 민영화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한전의 자회사로 남는데 이것을 외국기업에 넘기면 안됩니다. 완전히 민영화하거나 외국기업에게 넘어가면 장기적인 투자가 어렵고 우리의 전력수급에 따른 통제가 어렵습니다.

▽이〓한전의 독점구조는 깨뜨려야 합니다. 하지만 한전의 민영화는 시장경제화보다는 다양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여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미래지향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운동 시급

◇새로운 에너지의 길과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이〓기본적으로 대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화석에너지나 원자력은 고갈됩니다. 더욱이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있다면 지금부터 다른 길을 찾아나아가야 합니다. 결국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면서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박〓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합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화석에너지나 원자력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찾고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입니다. 절약을 해야 대체에너지의 개발을 위한 준비기간을 늘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의 에너지에 대한 의식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일본 독일과 비슷하지만 노동생산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결국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효율성을 높인다면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안 세우고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것을 줄여나가는 중입니다.

▽박〓미국에서는 전력시장을 자유화하자 수익성이 높은 LNG에만 소비가 편중되고 있습니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력시장 자유화는 전세계적 추세입니다. 우리나라의 한전 민영화도 전력시장 자유화의 일종입니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일정액을 투자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은 결국 국가가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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