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가리」시사회]『SF 전환점』『할리우드 흉내』

  • 입력 1999년 7월 15일 19시 12분


SF(Science Fiction) 장르는 한국 영화계의 불모지이자 넘을 수 없는 벽 그 자체였다. 67년 김기덕 감독이 일본 ‘고질라’ 시리즈를 만든 도호(東寶) 기술팀의 도움으로 ‘대괴수 용가리’를 만든 뒤 맥이 끊겼다. 90년대들어 ‘영구와 공룡쭈쭈’ 등 이른바 ‘심형래 표’로 불리는 어린이용 SF와 ‘구미호’ ‘퇴마록’ 등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한 부분적 시도가 전부였다.

32년만에 재등장한 SF영화 ‘용가리’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은 ‘스타워즈’ 등 할리우드의 SF를 잣대로 잰다면 초라하다. 주인공 용가리의 모습은 거의 한밤에만 ‘출연’할 정도로 정교한 맛이 없다.

‘용가리’는 외계인의 음모와 상형문자로 쓰여진 예언서, 공룡의 부활 등 이야기 소재에 있어 할리우드 영화의 큰 틀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연기자 캐릭터에 대한 적절한 묘사가 부족한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리얼리티를 잃어간다.

1999년 외계인이 화석 상태로 발굴된 용가리의 생명체를 부활시켜 지구 정복에 나서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용가리는 불을 뿜으며 도시를 쑥밭으로 만들지만 예언서의 비밀에 따라 머리의 다이아몬드를 제거하자 착한 본성을 찾아 지구의 수호자로 변한다는 줄거리.

200여개에 이르는 미니어처 제작과 우리 영화사상 가장 긴 40여분의 CG화면 등을 우리 기술력으로 소화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 작품의 완성도를 둘러싼 시비의 ‘원죄(原罪)’는 SF장르를 심형래 한 사람에게 맡기다시피한 우리 영화계에 있을지도 모른다.17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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