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궁중반점」展, 자장면먹으며 관람

  • 입력 1999년 5월 11일 10시 07분


‘미술관에 가서 자장면을 맛본다.’

미술애호가들이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노래도 듣고 자장면을 먹는 이색 경험을 하게 됐다. 14일부터 6월30일까지 열리는 ‘엘비스 궁중반점전’이란 독특한 전시회 덕택이다.

미술관 전시실은 커다란 중국 음식점처럼 꾸며진다. 주방과 조리대가 설치되고 식탁과 의자도 배치된다. 전시장 벽면과 구석 구석에 가라오케기기를 설치해 관객들이 엘비스의 노래를 모창하도록 했으며 △자장면을 배달하는 사진 △엘비스를 묘사하는 그림 등도 전시된다.

작가 안드레아스 슐레겔(독일)이 런던에 있는 ‘그레이스랜즈 팰리스’라는 중국식당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이 전시회는 기획됐다. 그는 “이 중국식당 주인이 손님들이 중국음식을 먹는 동안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열심히 모창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가장 동양적인 중국음식점과 가장 서구적인 엘비스 음악의 만남이 실생활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을 발견한 것.

이 전시는 세계 순회전의 하나. 슐레겔과 가이 바 아모츠(이스라엘) 마이클 래데커(네덜란드) 리사 청(캐나다) 정연두(한국) 등 5명의 작가가 참가한다. 이들은 97년 독일 프랑크프루트, 98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도 같은 전시회를 열었다. 앞으로 벨기에와 홍콩전시회도 준비 중이다. 이번 전시회 중 자장면을 요리하는 퍼포먼스는 14일 오후5시반, 15일 16일 오후2시에 각각 열린다.

작가 정연두가 자장면을 요리해 관객에게 나눠주고 슐레겔이 식탁사이를 돌며 엘비스의 노래를 모창한다. 다른 작가는 동서양 혼합복장의 옷을 입은 채 웨이트리스가 되거나 구석에서 설거지를 한다.

작가들은 고급문화 장소로 인식되는 미술관에서 서민의 음식과 대중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퓨전’이라고 설명한다. 슐레겔은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분투하는 지역들을 순회전 장소로 꼽았다”고 말한다. 독일은 최근 통일 후 내적 단합을 위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조정을 위해, 한국은 분단극복을 위해 각각 노력하고 있는 나라들이라고 설명한다. 02―737―7650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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