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 13개업체 『정품 사용합시다』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29분


‘한국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킨다.’

최근 아래아한글지키기운동본부의 한글과컴퓨터 인수를 계기로 침체에 빠져 있던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우리 소프트웨어 살리기’에 힘을 합쳤다. 나모인터랙티브 새롬기술 소프트맥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유니소프트 인포데스크 정소프트 큰사람정보통신 피코소프트 한국데이타베이스 한국인식기술 한메소프트 화이트미디어 등 13개 업체가 소프트웨어벤처협의회를 구성하고 소프트웨어 정품사용 운동에 나선 것.

이들은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하나로 빌게이츠 같은 영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시장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짜나 다름없는 소프트웨어 가격파괴와 불법복제 풍토가 사라진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와도 시장에서 당당하게 겨뤄볼만 하다고 주장한다.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소장은 ‘코리아의 자존심’이라 불린다. 지난해 미국 맥아피사(현재 네트웍어소시에이츠사)가 그의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V3’을 1천만달러에 사겠다고 제의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 그는 최근 ‘V3 98’을 중국과 일본에 수출하기로 계약했고 미국 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통신 프로그램쪽은 외국업체들이 발을 디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큰사람정보통신(대표 이영상)과 ‘새롬데이타맨프로’개발업체인 새롬기술(대표 오상수)이 워낙 확고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

MS와 주력제품으로 정면 승부를 벌이는 업체들도 있다.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사장은 그가 개발한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램인 ‘나모웹에디터’가 MS의 ‘프론트페이지’에 견주어 결코 가격과 성능면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하이트미디어의 이상협사장. 20세에 불과한 그는 멀티미디어 제작도구인 ‘칵테일’로 MS와 격돌하고 있다. 최근에는 MS의 ‘파워포인트’와 견줄 수 있는 ‘칵테일98’을 개발해 MS의 아성에 도전.

일정표를 관리하는 패키지 프로그램 ‘명인’으로 유명한 피코소프트의 유주한사장도 MS의 ‘아웃룩97’과 시장에서 겨룰 ‘명인98’ 출시를 준비하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PC용 데이터베이스 전문업체인 한국데이타베이스의 김상득사장은 MS의 ‘액세스’와 경쟁하기 위해 시각적인 기능을 보완한‘디벨로퍼7’을 내놓았다.

국내업체들의 취약 부분을 찾아 공략하는 업체도 있다.

타자연습프로그램 ‘한메타자’로 잘 알려진 한메소프트의 이창원사장은 최근 사업방향을 전환,‘한메디지털대백과사전’ 완결판을 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못지않은 한국판 디지털대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꿈.

이밖에 유니소프트는 세계 최초로 웹번역기 ‘바벨2.0’을 개발, 1억5천만원어치 수출했고, 정소프트도 하드디스크 보호프로그램으로 해외에서 1억원 이상 벌었다.

아이디어와 땀으로 무작정 소프트웨어 업계에 뛰어들어 좌절도 겪을 만큼 겪은 이들. 업체간 경쟁관계를 떠나 우리 소프트웨어를 살리자는 대의에 하나로 뭉쳤다.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외국업체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우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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