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은 「노인의 날」…동네일 참여등 주위서 챙겨줘야

  • 입력 1997년 10월 2일 07시 52분


2일은 유엔의 권고에 따라 정부에서 정한 「제1회 노인의 날」. 노인들은 심심한 것이 고통이다. 96년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2백65만명. 하루 종일 공원과 거리를 배회하다 귀가해도 가족들조차 그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서울 탑골 보라매 장충단 종묘공원 등에는 각각 하루에 1백∼2천명 정도의 노인이 몰려든다. 일부는 정치 얘기를 나누거나 장기를 두다가 흥분하는 등 왁자지껄하지만 상당수는 해바라기처럼 햇빛을 따라 자리만 옮기다가 해질녘에 집으로 향한다. 매일 탑골공원에 오는 정모할아버지(72·서울 구의동)는 며느리에게 한달에 30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지만 쓸데가 별로 없다. 그는 『돈만 쓰면서 놀려니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아 이런저런 생각만 하다보니 괜히 슬퍼지곤 한다』고 말했다. 전국 2만9천여개의 경로당에 나가는 노인들 중에 자기 계발을 하며 여가를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1천8백여개의 노인교실과 39개의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노인들은 춤이나 운동 등으로 소일하다가 금방 싫증내기 일쑤다. 「노인의 전화」 서혜경이사는 『요즘 노인들은 노년을 맞을 준비 없이 일만 했던 탓에 여유시간을 보낼 돈도 노하우도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다수 노인들은 용돈이 부족하고 돈이 있어도 「놀 줄 몰라서」 여가를 제대로 보낼 수 없다. 젊었을 때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지 못했고 한시나 서예, 시조를 익힐 기회도 없었다. 테니스 탁구 당구도 배우지 못했다. 바둑이나 장기도 못 두는 이가 많다. 뒤늦게 배울 자신도 없다. 노인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천41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지 조사한 결과 「라디오나 텔레비전 시청」이 72.5%였고 「화투나 장기」(26.5%) 「공원 복덕방 경로당 등에서 소일」(17.4%) 「신문 잡지 책 보기」(9.5%) 「등산 낚시 산책 등 레저」(6.9%) 순이었다. 예술활동은 1.0%뿐이었다. 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소장은 『노인들은 자녀들과 대화도 안 통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점점 무료한 생활로 빠져든다』면서 『노인들이 동네 일에 참여한다든지 제사와 종교활동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도록 주위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정책 전문가인 한성대 황진수교수(행정학과)는 『현재 노인의 여가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부서조차 없다』면서 『복지부가 노인의 여가시간 활용 재교육을 위해 기초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교육부가 교육 내용을 짜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인에 대해 여가시간 활용 재교육을 시키는 전문인력 양성 △노인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노인시설에 대한 예산 지원 △노인 전용 볼링장 헬스클럽 수영장 등의 설립 유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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