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으로 읽는 4천년 문명사 「세계패션사 1,2」

  • 입력 1997년 9월 30일 08시 51분


무릇 옷을 입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누드마저 패션의 일부로 통합된 오늘날, 의복이란 단순히 「몸을 덮는 천」에 그치지 않는다. 옷. 인간과 동물을 구별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인간들 서로를 구분케 해 준다. 이 상징물을 통해 인간은 때로 위엄을, 때로 지성을, 때로는 성적 매력을 표현하느라 애써왔다. 그리고 찬찬히 뜯어보자. 소매 깃부터 단추까지 기나긴 역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고 살아남은 부분이 있는가. 「옷」이야 말로 개인의 표현수단을 넘어 인류사의 변화상을 기록한 중요한 지표. 자작아카데미에서 펴낸 「세계패션사 1, 2」(J 앤더슨 블랙,매쥐 가랜드 지음). 옷의 소재라는 「씨」와 패션의 정신이라는 「날」을 통해 엮어낸, 의복의 사회문화사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출발점으로 역사를 훑어내려가면서 두 저자는 의복의 변화를 가져온 다양한 영향에 주목한다. 지리상의 발견 및 과학기술의 발달은 옷의 변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한 수도사가 소맷자락에 누에를 숨겨 들여온 뒤, 실크산업은 서구의 복식을 근본부터 변화시켰다. 동양에서 가져온 목화씨가 아메리카의 평원에 뿌려짐으로써 구미 여성들은 풍성한 면 페티코트를 입게 되었다. 옷의 소재가 풍요로워짐은 다양한 패션의 등장을 의미한다. 무엇이 패션을 만드는가. 저자는 역사가들이 말해온 세가지 의복의 기원과 연관시켜 이를 설명한다. 첫째 자연으로부터의 방어, 둘째 품위에 대한 열망, 셋째 성적 매력을 드러내 보이려는 욕망. 그러나 인간이란 「편안함 보다 장식을 선호」 하기에 첫번째 자연방어적 요소는 패션에 단지 제한적인 역할만을 했을 뿐이며, 품위에 대한 태도는 시대와 문명에 따라 전혀 달랐으므로 유행의 결정요인이 되기에 약했다. 세번째 「성적 매력」이야말로 패션의 발전에 기여한 세 요인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종교와 문화등 복식사를 변화시킨 역사적 정신적 동인(動因)에도 두사람은 주목한다. 1920년대 영화의 보급은 「요부(妖婦)」스타일의 복식을 등장시켰으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패션은 양차대전과 성차별 철폐에서 영향받은 바 크다는 것. 과거의 의복사를 더듬어온 저자는 「패션의 내일」을 진단한다. 『선진국의 의복 스타일은 「품위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극히 사치스러운 패션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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