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징역 10월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씨. 지난 1월 「음란물 제조 및 배포」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뒤 네차례 법정에 서는 동안 장씨는 가족친지조차 재판에 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 「변호사 없는 재판」을 치러냈다.
문인들은 장씨가 재판에 대해 일절 함구해왔다고 한다. 이는 사법부에 대한 장씨 나름대로의 항변이었던 것 같다.
장씨는 재판전부터 『내 작품을 나 이상 누가 잘 설명할 수 있겠는가. 변호사나 증인은 세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장씨는 검찰의 신문이 있었던 첫 공판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진술 대신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대해 바로 말함』(계간지 「상상」 봄호) 등 자신이 문학계간지에 기고한 글 3편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 구형 직후 판사가 최후진술 기회를 주었을 때도 그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장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소설이 「음란하다」는 것에 대해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포르노의 외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주제를 살리기 위한 스타일상의 문제이고 핵심주제는 자기모멸과 부패한 기존가치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재판으로 인한 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장씨는 최근 도서출판 살림과 5년짜리 출간계획을 맺어 98년부터 2년에 소설 한권씩을 내기로 했다. 출판사측은 『장씨가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자기 작품의 분수령으로 삼은 듯 이제부터는 서사성이 있는 작품을 써보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단에서는 장씨의 구속에 대해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전업작가들의 단체인 「젊은 작가모임」은 장씨의 구속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냈다.
장씨는 선고 직후 『구속되면 수형생활을 감수하겠다』던 당초의 입장을 바꿔 직접 항소하고 2심에 대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