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접대부,유흥주점 일제단속적발 80여명 귀가거부

  • 입력 1997년 6월 2일 20시 09분


「여고생 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주점 등에 대한 일제 단속에서 경찰이 찾아낸 1천8백여명의 가출 청소년가운데 80여명이 2일 현재 끝까지 귀가를 거부하고 있어 경찰이 난감해 하고 있다. 경찰의 설득끝에 귀가한 가출청소년의 대부분도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한 사실은 한국사회의 청소년문제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심각하며 결코 단편적인 접근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한 유흥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하다 경찰에 적발된 모여상 2학년 P양(17)은 『죽어도 집이나 학교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끝내 부모의 연락처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학교친구와 함께 가출한 P양은 『가출하기전까지 집에서는 아버지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에게 맞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며 『지금 돌아가면 그때보다 더 심하게 맞을 것이 뻔한데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 S주유소에서 일하다 폭력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성모군(15) 등 10대 소년 4명도 경찰에서 한결같이 『집 연락처가 기억이 안 난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이사했다』 『부모도 친척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이 『소년범은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나 주거부정이면 도주우려가 있어 구속될 수 있다』고 어르고 협박해도 끝내 부모의 연락처를 밝히지 않아 결국 구속됐다. 한국청소년선도회 柳聖壽(유성수·49)실장은 『회원들이 유흥업소 등에서 찾아낸 청소년들중 절반 이상이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해 이들을 찾는 것 못지않게 설득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가출청소년들이 집이나 학교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구속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실장은 『부모나 교사들이 이들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무조건 윽박지르고 체벌하는 것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일부 학교의 경우 가출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가면 공공연히 자퇴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이나 청소년단체 관계자들은 『일부 학부모들은 가출한 자녀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을 집으로 데려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가출청소년 문제는 「잡고 돌려보내는」식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며 『가정 학교 사회의 범사회적 대책마련 및 포괄적인 프로그램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두·부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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