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은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지만 매화며 철쭉은 만개한 지 오래. 나도 질세라 풀밭 돌섶에 머리를 조아렸던 야생화도 고개를 쳐들고 야무진 매무새를 자랑한다.
여기는 이름도 예쁜 「아침고요원예수목원」. 한마다로 줄이면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다. 북한강의 청평댐을 지나 현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축령산 기슭이다. 만든이는 삼육대 원예학과 韓相卿(한상경·48)교수. 전재산을 털어 국유지도 일부 빌려 조성한 10만평 규모의 꽃밭이다. 집도 아예 이곳으로 옮겨 온가족(부인과 대학생 남매)이 함께 지내며 여기서 출퇴근 등하교한다.
이 정원은 5년전 미국 캘리포니아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본 북미 도시의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된 것. 한교수는 『어느 도시를 가도 그 도시를 대표하는 가든이 있고 그중에서도 캐나다의 부처스가든은 정말로 아름다웠다』면서 『귀국한 뒤 곧바로 조성작업에 착수해 지난해 9월에야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넓은 산기슭에 산책로를 만들고 그 옆에 주제별로 가든을 조성했다. 그 이름은 한국 하경(Sunken) 매화 분재 야생화 침엽수 정원 등. 지난달 27일부터 18일까지는 봄맞이 정원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람회의 백미는 주택정원으로 알맞은 3∼5평 규모의 정원을 주제별로 조성한 「작은 정원전」. 장독대 원두막 석등 연못 수석 울타리 산수 돌탑 우물 섬 오솔길 물레방아정원 등 다양하다. 시(詩)가 있는 산책로도 아침고요 원예수목원의 자랑거리다. 가슴에 새길 만한 민족시를 읽으면서 사색과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한 곳이다.
▼가는 길〓경춘가도에서 청평 번화가를 지나 검문소에서 좌회전해 현리쪽으로 접어든다. 5분쯤 달리다가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한 뒤 4㎞를 더 가면 된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학생 2천원이며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개장한다. 수목원내에는 토속음식점도 있다. 0356―84―6703
〈조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