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모차르트 「레퀴엠」,「원본」은 듣기 나름

  • 입력 1997년 5월 2일 08시 20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시신이 구덩이에 던져지는 장면은 모든 영화팬들에게 잊기 힘든 전율을 가져다준다. 호소하듯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배경음악은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장송곡)」중 「라크리모사(눈물의 날)」. 그러나 이 장면의 감동을 되살리기 위해 「레퀴엠」음반을 사려면 주의해야만 한다. 낯익은 전주로 시작된 「라크리모사」가 영화에 나온 선율과 다르게 전혀 엉뚱한 모습으로 흘러가 버릴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다음과 같다. 모차르트가 「라크리모사」를 손보던중 운명하자 제자 아이블러가 나머지 작업을 떠맡았다. 계약에 따라 작품을 넘겨줄 날짜가 다가오는데도 작업은 지지부진.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는 아이블러 대신 다른 제자 쥐스마이어에게 다시 일을 떠넘겼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흔히 연주되는 「쥐스마이어판」 레퀴엠이 완성됐다. 20세기에 들어서서야 음악학자들이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쥐스마이어판 악보는 모차르트의 개성과 거리가 멀다는 것. 바이어 랜던 레빈 드루스 몬더 등 수많은 음악학자들이 기존 악보를 뜯어 자기가 믿는대로의 「모차르트 스타일」로 고쳤다. 일단 모차르트의 손길이 멈춘 「라크리모사」부터 제각각이 됐다. 뵘 카라얀 마리너 등 60, 70년대의 거장은 널리 알려진 쥐스마이어판을 정석으로 신봉했다. 그러나 최근 원전연주(작품이 작곡된 시대의 악기나 연주법을 사용하는 방식)가 붐을 이루면서 기존의 쥐스마이어판은 점점 더 푸대접받는 신세가 됐다. 원전 지휘자들중 존 엘리엇 가디너만이 쥐스마이어판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근에야 종교음악의 권위자이자 원전연주자의 한사람인 필립 에르베그가 모차르트 「레퀴엠」 녹음대열에 가세했다. 그가 선택한 악보는 바로 카라얀 뵘 등과 동일한 쥐스마이어판. 에르베그의 음반은 음악학자 얀 데 빈네의 입을 빌려 「전통」을고수한이유를밝혔다. 『쥐스마이어판은 20세기에 쓰여진 다른 판과 비교해볼때 모차르트를 실제로 알고 있던 지인(知人)에 의해 쓰여졌다는 정통성이 있다』 그럴 듯한 말이지만 20세기의 음악학적 성과들을 부인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판이 진정한 「정통」일까. 모차르트 자신에 의해 완성된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다음에야 정답은 듣는 감상자 자신의 마음속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으로 진정한 모차르트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음반이야말로 정통에 근접한 것이 아닐까. 쥐스마이어판까지 여섯가지 악보 연주가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유윤종기자〉 ①바이어판 쥐스마이어의 작업을 대부분 인정, 관현악법의 색채를 화려하게 하는 한편 모차르트 고유의 색상을 짙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 니콜라스 아르농쿠르 지휘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판(텔덱) 등. ②랜던판 모차르트의 사후 처음 「레퀴엠」 완성작업을 맡았던 아이블러의 악보를 크게 참조하고 있다. 「분노의 날」에서 트럼펫의 리듬은 쥐스마이어판과 큰 차이를 보인다. 로이 굿맨 지휘 하노버 밴드판(님버스)이 대표적. ③레빈판 「상투스(거룩)」에 이어지는 푸가를 길고 화려하게 다시 썼으며 「라크리모사」는 약간 손질해 새로 만든 아멘푸가에 연결시켰다. 마틴 펄만 지휘 보스턴 바로크판(텔락) 등. ④드루스판 기본적인 접근법은 레빈판과 비슷하지만 결과는 매우 다르다. 목관의 색채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고 「라크리모사」는 거의 완전히 개작했다. 로저 노링턴 지휘 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즈(EMI)연주. ⑤몬더판 쥐스마이어가 쓴 부분을 통째로 부정해 상투스, 베네딕투스(축복하소서)등을 완전히 생략했다. 단 「아뉴스 데이(신의 어린양)」는 모차르트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지휘 「고음악 아카데미」(르와조 리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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