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화제의 책]「입 다물고 밥이나 먹어라」

  • 입력 1997년 3월 29일 09시 02분


[권기태 기자] 목련꽃처럼, 혹은 팬더처럼 탐스럽고 앙증맞게 커가는 딸과 아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창조주가 피와 살을 피조물에 붙여가는 과정이라 여기는 어른이 있을지 모른다. 대개 이들은 무의식중에 『난 내 아이들에 관한 한 전지전능해』라고 생각하게 십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들이 돌연 격렬한 반감을 드러내거나 이유 모를 낙담에 빠져 말문을 닫아버릴 때 크나큰 당혹감을 느낀다. 두 딸을 키우는 여성 불문학자 용경식씨가 다정다감한 필치로 번역한 「입 다물고 밥이나 먹어라」(하서)는 이런 엄마 아빠들에게 희망적인 출구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프랑스의 협상전문가 미쉘 가잘의 노작으로 고전적 협상이론을 부모와 아이들 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사례들을 들며 생동감 있게 풀어썼다. 이 글은 우선 아이들과 「싸워야 할 때」를 위해 충고한다. 다음과 같은 말들을 조심하라고. 『자 이제 우리 둘이 한번 붙어보자구』(아이들에게 벌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감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원망해야 한다는 죄책감을 심는다) 『네 마음대로 해라』(양보와 동시에 무관심을 드러낸다) 『그렇게 하기만 하면 아빠한테 이를거야』(아이를 분노하게 하는 협박) 『너는 엄마가 고통받는 걸 원치 않겠지』(애정을 미끼로 죄의식을 심어주는 말)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왜?라고 부드럽게 물어라.아이들의 섬세한 심리,욕구,관심사를 파악하는 이 간단하고 기적적인 방법을 어른들은 잊고 있다. 「난 아이들에 관해선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므로』 『이런 후 당신에겐 별 게 아니지만 아이에겐 중요한 사항을 양보하라. 「제3의 타협점」을 찾아라. 그러나 아이들은 유리한 절충점을 얻기 위해 미리부터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영민함이 있다. 당신의 해결책을 받아들인 아이에게 최소한의 보너스를 주라』 문장과 각 실례마다 아이들의 심리를 정밀하고 인간적으로 읽어내고 있다. 2부에 나오는 「아이끼리의 분쟁을 중재하는 지혜」 또한 마찬가지다. 가잘은 칼릴 지브란의 다음과 같은 경구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들은 당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당신을 통해서 나온 것,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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