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학원 새바람/글짓기-웅변과외]표현력 중시

  • 입력 1997년 1월 24일 18시 06분


[朴重炫·尹景恩 기자] 초등학생의 언어표현 과외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대입논술시험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3,4년전부터 부쩍 늘어난 글짓기과외와 발표력을 키워준다는 웅변학원에 새바람이 일고 있다. 일부 학원들이 창조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열린 교육」을 표방하고 나선 것. ▼ 글짓기 ▼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H아파트. 일주일에 한번씩 동네 어린이들이 모여 글짓기 과외지도를 받는 날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 남자어린이가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위로 당겨올려 책상다리를 하려고 낑낑거린다. 마주앉은 여자어린이는 일어나 뒷짐을 지고 팔자걸음을 걷는가 하면 다른 여자어린이는 턱을 쓸어내리며 『어험』하고 헛기침을 반복한다. 선생님으로부터 『박지원의 「양반전」을 읽고 생각나는대로 양반의 모습을 흉내내 보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 최근 YMCA 등 공공단체나 글짓기학원 체인점과 과외업체중 일부가 설명문 독후감 기행문 등 장르별로 틀에 박힌 양식에 따라 글을 쓰도록 하던 기존의 지도방식에서 탈피하고 있다. 폭넓은 독서와 자유로운 토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표현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점에 나와있는 20여종의 글짓기지도서들도 어린이들이 상상력과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총체적 언어교육 방법론」 등을 내세우고 있다. 「글쓰기 파피루스」의 저자 정태선씨는 『최근 많은 학부모들이 「기술적」인 글짓기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과외수업이나 학교수업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한다. ▼웅변―동화구연▼ 『이 어린이 힘차게 주장 합니다아!』 웅변하면 으레 떠오르는 과장된 목소리를 이제는 듣기 어렵게 됐다. 최근 일부 웅변학원에서는 실생활에 쓸모없는 「고함지르기」식의 웅변대신 부드러운 대화체의 동화구연을 가르친다.문화센터 등에도 동화구연 교실이 속속 생겨난다. 초등학교의 웅변대회도 「나의주장 발표대회」로 바뀌거나「동화구연대회」가 신설되고 있다. 국제웅변학원의 편사범원장(동화구연 아버지회 회장)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지르기보다는 여러 사람 앞에서 자연스러운 말투로 조리있게 자기 의견을 발표하도록 지도하는 웅변학원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동화구연도 성우 못지않은 성대모사보다 어린이들의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을 더 중시하는 추세. 이같은 경향에 대해 서울대 국어교육과 윤희원교수는 『글짓기과외나 웅변학원이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지만 자칫 어설프게 도입한 새로운 방법론은 어른들의 창의력에서 나온 결과를 아이들이 따라서 암기하도록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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