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는 세무서의 『봉』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許文明기자」 서울 강남에서도 번화가로 꼽히는 논현 신사 압구정동 일대 커피점과 약국들이 하루 16만원도 안되는 매출을 올린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지난 18일 서울 강남세무서가 강남지역 중심가의 커피점 약국 등 2백45개 업소의 연간 사업소득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방은 1백54개 가운데 80%인 1백23개 사업자가, 약국은 91개중 43%인 39개 사업자가 연 사업소득을 4천8백만원 미만이라고 신고했다. 이들의 연간 영업일수를 3백일로만 잡아도 하루 매출이 16만원이 채 안된다는 계산이다. 다방의 경우 커피 한잔을 2천원으로 치면 하루 80잔밖에 팔지 못한다는 얘기다. 약국은 통상 매출액의 절반 가량이 약품구입비로 나가므로 하루 버는 돈은 고작 8만원선.전세금을 감안할때 한달 임대료 뽑기도 벅차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에 분석대상이 된 2백45개 업소중 1년동안 버는 사업소득을 1억5천만원 이상으로 신고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4천8백만원에서 1억5천만원 미만이라고 한 곳은 커피점이 31개, 약국은 52곳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는 세금은 얼마나 될까. 서울 압구정동 요지에서 커피점을 경영하는 A씨(4인가족 가장)의 경우 신고 사업소득은 4천7백만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금액이지만 그의 신고대로 세금을 한번 따져보자. 우선 그는 연 사업소득이 4천8백만원 미만이므로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자 인정을 받아 매출액의 2%인 94만원을 부가세로 낸다. 소득세는 국세청에서 인건비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을 공제한 다방업자 소득표준율 15.9%를 적용, 7백47만원이 과세표준이 되며 여기에 4인가족 인적공제(1인당 1백만원씩)를 뺀 3백47만원에 세율 10%를 곱해 34만7천원을 내면된다. 즉 A씨가 연간 내는 세금 총액은 부가세 소득세를 합쳐 1백28만7천원 정도다. 약국은 과세특례 적용을 받지 않고 일반 사업자처럼 간이과세 적용을 받는다. 연 사업소득 4천7백만원의 약국주인 B씨가 내는 부가세는 부가세율 1.3% 적용을 받아 61만1천원. 여기에다 소득세가 조제약사의 소득표준율 17.0%를 적용하고 인적공제를 빼면 39만9천원이 돼 B씨의 총 세액은 1백1만원 수준이다. 이에비해 연봉 4천7백만원이면서 4인가족 가장인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는 얼마나 될까. 각종 인적공제와 기본공제 의료비 보험료 등 표준공제를 감안한 평균 세액은 무려 6백68만원. A씨와 B씨의 5,6배를 훌쩍 넘는다. 그래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봉급생활자들의 지갑을 세무공무원들 조차 「유리지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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