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국제음악콩쿠르]결선 스케치

  • 입력 1996년 12월 1일 20시 02분


제1회 동아국제음악콩쿠르의 결선첫날인 1일 콩쿠르가 열리는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가득채운 청중으로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모여 치열한 경쟁을 거친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하루에 세곡씩이나 되는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는 무대란 한국 음악연주사상 유례없던 일이기 때문에 피아노 전공자와 피아노음악 애호가들이 이날 대거 경연장을 찾아 「21세기 피아노거장들」의 연주에 환호와 격려를 보냈다. ○…이날 결선 첫무대는 이탈리아의 마우리치오 발리니가 연주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시작됐다.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긴 전주에 이어 저음으로 무겁게 피아노의 선율이 시작되자 청중은 숨을 죽이며 한음 한음에 귀를 기울였다. 발리니가 3악장의 장식음을 다소 독특한 스타일로 소화해내자 이를 의식한 청중 사이에 속삭임이 일기도. 뒤이어 연주한 알레시오 박스(이탈리아)는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의 명상적인 2악장과 역동적인 3악장의 율동을 몸짓이 적고 단정한 특유의 스타일로 소화, 갈채를 받았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결선에 오른 권민경에게 청중은 가장 큰 갈채를 보냈다. 앞서 두사람이 연주한 낭만주의 협주곡 대신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의 현대적인 울림이 들려오자 이에 낯익지 않은 청중은 자세를 고쳐앉으며 다소 긴장하는 모습. 마지막 순서로 연주한 권민경에게 일부 청중은 콩쿠르에서 허용되지 않는 「앙코르」를 외치기도. ○…한편 1일 오후3시부터 5시까지 이어진 관현악 리허설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많은 의견교환이 오간 전날과 달리 거의 중단없이 일사천리로 연주가 이어졌다. 3시40분부터 두번째 순서로 리허설에 임한 알레시오 박스(이탈리아)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 매우 아름답다』고 평한 뒤 『지금까지의 연주경험상 내게는 큰 홀이라 부담스럽지만 음향이 매우 따스하며 예술의 전당 자체에 많은 기억을 갖게 됐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이곳에서 개인 리사이틀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한편 앞서 리허설을 진행한 마우리치오 발리니(이탈리아)는 첫악장이 끝나자 경쟁자이기도 한 박스를 불러 『어떻게 들리느냐』고 평을 부탁하기도. ○…이날 리허설에서는 결선출연자들이 객석에 앉아 경쟁자들의 실력을 지켜보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이날 리허설과 경연이 없는 아비람 라이케르트(이스라엘)는 콩쿠르 진행요원에게 『심사위원석이 어디냐』며 물어 1층 중앙에 위치한 심사위원석에 앉아 음향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홀을 가득채운 청중 속에는 1차예선부터 준결선까지 빠짐없이 경연을 지켜본 열성파들이 다수 있어 눈길. 피아노를 전공하는 최돈은군(예원학교 3년)은 『학교의 배려로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실력대결을 쭉 지켜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군은 1차예선부터 다음단계 진출자를 혼자 점쳐보았었다며 『대개는 생각대로 들어맞았다』고 자랑. 〈劉潤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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