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의 苑」…한국 苑의 특성 종합정리

  • 입력 1996년 11월 27일 20시 06분


「金次洙기자」 『한국전통의 조원(造苑) 원칙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왕궁의 원(苑)뿐 아니라 민가 사찰 고분의 원까지도 자연의 순리를 존중, 인간을 자연에 동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한국 원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연구서 「한국전통의 원」을 펴낸 정재훈문화재보호재단발굴조사단장은 전통의 조경원칙을 바로 알고 이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특히 『한국의 원은 정원보다는 포괄적인 의미로 앞뜰 뒤뜰과 함께 건물주변의 모든 조경을 포함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씨가 이번에 펴낸 책은 6백여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으로 고구려 신라 조선시대 왕궁의 원뿐 아니라 절 서원 민가 등의 원까지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각종 원의 실측도면 2백50여장과 사진 6백40여장을 함께 실어 현장감을 높였다. 지난 9월 문화체육부에서 명예퇴직하기 전에 34년간 문화재관리국 국립중앙박물관 등 우리의 문화유산을 조사 연구 관리하는 부서에서 주로 근무한 덕분에 도면 사진 등 중요한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씨는 중국 일본의 원과 우리나라의 원을 비교해 보면 한국 원의 특징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원은 전체적인 윤곽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인 경우가 많고 일본의 원은 지나치게 인공미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라는 것. 반면 한국의 원은 물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나무도 전정을 하지 않는 등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고 원의 크기도 인간의 행동반경을 고려해 아담하게 꾸민 것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정자나 길 역시 거의 인공을 가미하지 않은 모습으로 꾸밈으로써 인간심성을 순화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통은 통일신라후기 이후 풍미하기 시작한 음양오행과 풍수지리사상의 영향으로 지세를 변경하거나 지맥을 끊는 행위를 금기시하면서 더욱 강하게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정씨는 최근들어 일부 부유층인사들이 자연을 파괴해가면서 호화정원을 꾸미는 것은 전통에도 어긋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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