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측 “내각 연대책임제” 안철수 “개혁공동정부로 협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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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캐비닛’ 밑그림 경쟁


《 5·9대선을 열흘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일제히 차기 국정운영 방향과 내각 구상에 대한 밑그림을 밝히기 시작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밝혀야 한다는 동아일보 등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주도권 경쟁인 셈이다. 각 후보 진영은 앞으로 투표일 전까지 국무총리 및 주요 장관 후보자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신선하고 다양한 인물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전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


● 문재인측, 통합정부 구성 원칙 공개

“진보-보수 폭넓게 기용 드림팀 구성”… 정의당-국민의당과 입법연대 추진
통추위 위상 놓고 “인수위 성격” 논란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격차를 더 벌리면서 문 후보 측의 차기 정부 내각 구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후보는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선거 전에 밝힐 경우 “대통령이 다 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국무총리 등 내각 인선 공개에 신중한 입장이다.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비영남 탕평 총리’ 수준의 인선 원칙만 밝히고 “내각 인선을 위한 별도의 조직은 없다”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은 5월 9일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로 확정되는 순간 임기가 시작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새 정부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문 후보 등 대선 후보들은 물밑으로 인선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 직속 통합정부추진위원회(통추위)가 28일 ‘내각 국민추천제’ 등 통합정부 구성 원칙을 밝혔다. 문 후보는 이 원칙들을 바탕으로 내각 인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추위 박영선 공동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당의 충분한 협의 △국무총리의 각료 제청권 보장 △지역사회 언론 인터넷을 통한 인사 공개추천제 등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는 한승헌 통추위 자문단장(전 감사원장)의 의사가 강하게 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내각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안에 드는 인재라면 누구나 폭넓게 기용해 ‘통합 드림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추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같이 새 정부의 인선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통합정부의 구성 방식, 인선 기준, 국정운영 방식, 여야가 합의 가능한 개혁 우선 과제 등을 제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통추위가 제시하는 통합 정부 구성 로드맵을 참고해 내각을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통추위는 이날 통합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밝혔다. 청와대-국무총리-부처로 이어지는 수직적 하향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장관책임제, 내각 연대책임제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혁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민의당 정의당 등과 정책·입법 연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설명했다. 통추위는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발간하는 대통령 지침서와 같은 통합정부 지침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1차 보고서는 이르면 다음 달 3일 발표된다.

통추위가 이날 밝힌 내용이 차기 정부 구성을 준비하는 인수위 성격으로 비치면서 통추위의 위상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일부 긴장관계가 거론되기도 했다. 비문(비문재인) 성향 의원들이 주도하는 통추위가 큰 틀의 정부 구성 원칙을 밝힌 것에 대해 당내에선 견제 기류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추위는 당내 통합을 위해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강조한 ‘협치’의 가치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꾸려졌다”며 “당내에 통합 정부 운영을 위한 여러 위원회가 존재하는데, 통추위 안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안철수, 패권세력 뺀 연대 승부수

“내각 중심 국정… 민정수석실 폐지
임기단축 개헌, 국회 뜻 따를 것”… 김종인에 공동정부 준비위원장 제안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8일 개혁공동정부를 통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승부수를 띄웠다. 전날 안 후보와 전격 회동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합류 의사를 즉각 밝히지는 않았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이틀 뒤인 30일 내놓기로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 개혁 세력과 힘을 합쳐 이 나라를 바꾸겠다”며 ‘권력의 분산과 협치를 통한 개혁공동정부 구상’을 밝혔다. 지지율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격차가 벌어지자 보수층을 붙잡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위한 명분을 주며 후보 단일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안 후보는 “5월 10일부터 대통령과 청와대 권한을 축소하는 청와대 개혁에 착수하겠다”며 대통령민정수석실 폐지, 대통령의 정당 인사 불개입 등을 제시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을 축소하고 내각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국민을 위한 개혁과 협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 정치세력과 함께하겠다. 각 당의 좋은 정책을 과감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어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를 통해 국가 개혁과제를 내각이 주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원내교섭단체 대표가 합의해 (총리를) 추천하면 그에 따르겠다”며 “책임장관은 책임총리의 추천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 후보는 “국회의장, 정당 대표, 국회의원과 상시 소통하겠다”며 “국회 대표와의 회의를 상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를 위해 당 외부에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김 전 대표에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임기 3년 단축론에 대해 “이제 국회에서 국민 의사를 반영해 결정이 되면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당초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를 취소하면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안 후보가 ‘임기 3년 단축론’을 공개적으로 명시하지 않자 뜸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나눈 얘기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9일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 TK 민심을 청취한 뒤 30일 위원회 운영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인 최명길 의원은 “김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3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누가 문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후보를 반대하고 집권을 막기 위해 다른 후보끼리 연대하는 건 저급한 행동이 아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당선이 유력해진 것은 마린 르펜 후보를 반대하는 의사가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안철수#대선#섀도 캐비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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