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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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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권의 임기 말과 너무나도 닮은꼴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또 한번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에 대해 실망하고 탄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력이 재편성되는 선거정국에는 정치인들 간의 암투와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므로 부정부패에 관한 제보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정치권의 비리나 부패에 관한 뉴스는 신문보도의 단골메뉴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부패에 관한 보도는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매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할 기본 사명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이런 유형의 기사는 독자들의 흥미와 극적 효과를 자아내기에 적합한 보도 소재이므로 신문들은 앞을 다투며 보도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폭로와 비판에 머무르는 단발성 기사보다는 문제의 원인과 분석, 그리고 처방을 제시함으로써 공론을 선도하는 기획기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렇게 볼 때 12월 10일부터 엿새 동안 연재하였던 ‘선거와 돈’ 기획 시리즈는 시의 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부패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사였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한 채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선거자금의 규모나 출처를 객관적 자료를 통해 알려주었으며 정치브로커의 실상에 관한 구체적 사례를 보도하여 유권자들이 돈 선거의 폐해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선거와 돈’ 시리즈는 양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인들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시도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 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기획기사였다.
반면 12월 17일 사회면에 게재된 “서울대, 세계수준 20년 뒤져”라는 제목의 기사는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계량적 자료에만 의존했을 뿐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시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교수 1인당 논문수, 교수정년보장 비율, 학생의 1일 공부시간, 대학예산 등이 대학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는 지표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척도만으로는 대학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파악하기 힘들며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내년에는 사회 각 분야의 개혁성과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기획기사가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심층 기획기사를 접한 독자들이 식견을 갖춘 유권자로 거듭날 수 있으며, 공론 형성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 영 철(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