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미국 테러전쟁 장기화대비…수출 3단계 비상계획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26분


정부는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한국기업들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수출분야 3단계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본보가 15일 입수한 정부의 ‘비상계획’에 따르면 미국의 보복전쟁 시나리오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국지전이 조기(1∼2개월) 수습되는 1단계 △국지전이 장기간(6∼12개월) 계속되는 2단계 △전쟁이 1년 이상 계속되고 아프가니스탄 주변국으로까지 확산되는 3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대응방안을 수립했다. 정부는 이 계획을 ‘3급 대외비’로 지정해 공개하지는 않았다.

▽수출 비상계획 내용〓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이 마련한 비상계획의 1, 2단계 대책에는 미국과 중동지역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수출보험공사의 특례보증 한도를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이고 제때 결제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지연이자를 줄여주는 것 등이 포함됐다.

또 이들 지역의 수출기업에 대해 전쟁으로 운송료와 보험료 등 수출 부대비용이 오른 것을 항만사용료 감면 등으로 메워주고 해당지역 거래은행이나 수입상의 업무 차질로 인한 수출환어음 부도 유예기간(1∼2개월)을 갑절로 늦춰주기로 했다.

정부는 수출관련 사고조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보험금의 80%까지 먼저 지급하고 대기업에 대한 단기수출보험 부보율(附保率)을 현행 수출액의 95%에서 97.5%로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화물 발송지연으로 무역금융을 즉시 쓸 수 없는 기업은 일반자금 대출로 바꿔 지원 받게 된다.

3단계 때는 정부가 모든 수출중소기업의 신용장(LC)에 대해 전액 자금을 지원하고 8월말 현재 2692억원인 잔존 무역어음의 상환을 유예하며 수출기업의 본사와 지사간 거래에 대해서도 수출보험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또 11조6000억원인 한국은행의 총액대출한도를 3조원 더 늘리고 연 2.5%인 대출금리를 0.5∼1.0%포인트 내리는 한편 수출업체의 부도방지를 위해 운전자금을 긴급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의 위기의식〓정부는 미국 테러사태 후 미국과 중동에 대한 수출이 이미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와 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여파도 오래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당초 4·4분기로 기대했던 수출 회복 시점이 미국의 테러사태 여파로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보복공격이 장기화되고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 수출은 장기 침체국면에 빠질 수 있어 모든 가능한 수출 지원방안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10월 들어 13일까지 수출액은 35억97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2% 감소했다. 추석 연휴를 감안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이 올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30%대로까지 떨어진 것은 ‘적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김상철·박중현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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