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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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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와 리놀륨(고무판) 판화를 15년 동안 해온 작가는 생생한 인물묘사가 강점이다. 이번 출품작은 깊게 골이 패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이 실제처럼 묘사된 30점. 전시작은 네 가지 소주제로 나뉘어 선보인다.
먼저 ‘구겨진 삶’ 편. 정원철씨는 납으로 된 얇은 판으로 판화를 제작한 뒤 그 판화를 유리판 위에 붙였다. 유리 부분에는 ‘원망’ ‘통곡’ ‘도망’ 등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적혀 있다.
‘다가가기’ 편에서는 김순덕 할머니의 처녀시절 모습을 그린 ‘못다 핀 꽃’과 주름진 할머니 손이 솜방망이(할머니들에게 전혀 힘이 돼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제도를 상징)를 쥐고 있는 작품이 하나로 묶여지져 있다. 일장기 위에서 일본군이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모습을 그린 ‘사죄’와 강덕경 위안부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조합되어 전시되기도 한다.
‘접어둘 수 없는 이야기’ 편에서는 할머니들의 초상화를 새긴 납판 초상화를 만들고 이를 다시 구겼다가 펴낸 작품들이 나온다. 작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왜곡되고 이지러진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회색의 초상’ 편에서는 리놀륨 판화로 찍은 할머니 초상화들이 전시된다.
작가는 지난 97년 전시 관계로 폴란드를 방문했다가 그 곳에서 유대인들이 집단 학살당한 아우슈비츠를 보고 나서 역사와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동생활터인 경기 광주군 퇴촌면 ‘나눔의 집’옆에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이 98년 개관했을 때 할머니 초상화 20점을 그려 기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6개월 동안 작품 준비를 해온 그는 “작가는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을 감싸고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02-733-6945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