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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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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했던가. 자동권총으로 했다. 손자병법이 강조하는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不戰勝)의 전략이다. 당시 자동권총으로 싸우는 전략은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전략의 세계적 전문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유행가에 나오는 말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고, 나만이 할 수 있고 ‘부전승할 수 있는 전략’만이 참전략이라고 했다.
미국 군인들이 베트남에서 월맹과 전쟁할 때 월맹 군인들에게 미국식 전쟁방식이 곧 글로벌스탠더드이므로 전쟁을 이에 맞게 하자고 했다. 전쟁을 땅굴을 파고 게릴라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하자고도 했다. 월맹군 내부에서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군인들이 없지 않았다. 만약 월맹 군인들이 미국식으로 투명한 전쟁을 했더라면 ‘한 달’을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전략으로 세계 최강군대인 미군을 이겼던 것이다. 천하 최강의 적과 싸우더라도 ‘나만의 부전승 전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병법(兵法)의 요체다. 이런 전략도 없으면서 강한 적을 맞이해 적의 전략대로 싸움을 하는 것은 스스로 패배의 길을 걷는 것이다.
▼'부전승' 비결은 차별화 전략 - 나만의 시스템 찾아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최근에 펴낸 책 ‘21세기 일본의 국가전략’에서 일본의 근본문제는 “국가전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한국이나 최근에 경제위기를 겪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타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경제위기를 겪은 후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의 기업경영방식과 경제시스템이 곧바로 글로벌스탠더드이므로 우리 것은 무조건 그와 똑같게 뜯어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러한가. 국가간에 기업경영방식이나 경제시스템을 비교할 때는 무엇보다 공통되는 부분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앞서고자 할 때는 차이가 나는 부분을 잘 살려 이른바 ‘차별화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차별화전략을 부전승전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외국경제시스템을 모방만 하는 것은 경제종속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룩셈부르크 스위스 네덜란드 싱가포르 독일 등의 선진국은 모두 글로벌스탠더드를 잘 이해하면서도 차별화된 국가경제시스템 전략으로 선진국이 됐다. 저명한 문화경영경제학자인 폰스 트롬피나스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선진국이 되는 방식이 7가지나 있다고 했다.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글로벌지식경제시대에는 만국에 공통되고 모든 환경에 맞는 단 하나의 기업경영방식이나 경제시스템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전승의 전략도 단 한 가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 100% 모방땐 실패▼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미국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똑같이 따라서 하다가는 미국처럼 세계 제일의 무역적자대국이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아무리 많게 되더라도 달러를 찍을 권한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항공우주산업 기업컨설팅산업 농축산업제품의 생산과 수출은 미국처럼 할 수도 없다. 미국에서는 일류대학 졸업자들이 바로 세계일류의 인재들이므로 기업들은 이런 인재를 곧바로 쓸 수도 있다. 우리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정치 등 기업환경도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정당의 당수와 이른바 실세들이 계약서 한 장 없이 수십 년간 그야말로 목숨을 걸 정도의 동지관계가 된다. 외국인들은 투명성의 보장도 없는 이런 관계를 그렇게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미국방식을 배척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잘 알고 활용하면서 그보다 앞서는 방식을 찾아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외국의 경제시스템의 100% 모방이 아니다. 국민의 생활수준면에서 선진국을 따라가거나 앞서자는 것이다. 글로벌경제전쟁시대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1세기에 맞는, 그리고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경제전략을 잘 수립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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