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 시인의 미 발표시가 5일 발간되는 월간 ‘간행물윤리’ 2월호에 공개된다. 1992년 1월1일 쓴 ‘신년축시’는 새해를 맞아 남북한 겨레의 통일을 염원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정상동(鄭相東·47) 현 간행물윤리위원회 기획관리부장이 독립기념관 교육홍보부장으로 재직했을 때 신년 하례차 대학(동국대)시절 은사였던 미당을 찾아가 개인적으로 받은 시다. 정씨는 그동안 이를 지상에 발표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소장해오다 이번에 공개했다.
◇신년축시-1992년의 첫날 아침에
1992년의 이 첫날 아침에도 푸른 소나무사이나 대나무사이
단군 할아버지의 넋과
순국 선열들의 넋과
또 돌아가신 모든 옛어른들의 넋이
깃드리어 지켜보고 계심을
우리는 느끼나니,
아니,
어느 매마른 두메의
어느 시든 풀잎 사이에서도
이 나라의 통일과 자두 독립만을 바래는
그 분들의 넋이 기다리고 계심을
우리는 마음속으로 뼈저리게 느끼나니,
우리들의 가족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딸과 손자손녀들
모다 오늘은 나란히 앉어
돌아가신이들의 그 넋의 소원을
가슴으로 그득이 듣고 있나니,
북쪽의 백두산 변두리에서도
남쪽의 한라산 골짜기에서도
이 나라의 어느벌판 어느바닷가에서도
우리 가족들의 거짓없는 마음은
누구나 다
그 넋들의 한맺힌 소원의 소리를
우리 넋으로 알아듣고 있나니,
이 고스란이 또 한번 오신
새해 새아침에
우리들 각자가 옷깃 여미고
또한번 스스로 물어보게 되는 것은
"그럼 안되는 건 무엇때문이냐?"는 것이다.
그래 하늘의 대답을
우리는 마음속에서 알아듣는다-
"그것은
너희들이 사랑을 잊었기 때문이다.
개도 못먹을
그 알량한
경제니 정치 이념의 유행에만 놀아나서
고집하고 대립하고 피 흘려 싸웠을뿐,
서로 사랑해야할 진정을 팽개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회복해야할건
한겨례 끼리의 그 진정한 사랑이!"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