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18〉
내가 탄 배는 알라의 높으신 뜻에 운명을 맡긴 채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를 계속한 끝에 마침내 바소라에 도착하였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이삼 일 동안 머물면서 친척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는 둥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집 바그다드로 가 교주님을 배알하고 사란디브 왕의 선물을 바쳤습니다.
교주님께서는 그 진귀한 선물들을 보자 대체 어디서 그것을 보내온 것이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충성된 자의 대군이시여, 이 선물은 사란디브의 하지왕이 교주님께 보내온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교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사란디브의 하지왕이라고? 나라의 이름도, 왕의 이름도 나에게는 금시초문이로군. 그렇기는 하지만 이 편지로 미루어 보아 필시 그 나라는 문명국이고, 그 왕은 깊은 예지와 광대한 실권을 가진 위대한 왕자(王者)임에 틀림없다고 짐작이 되는구나』
『교주님의 짐작이 틀린 것이 없사옵니다. 왕이 공식적으로 출타할 때는 높이 십일 척이나 되는 거대한 코끼리등에다 옥좌를 마련하고, 왕은 좌우에 두 줄로 늘어선 대관대작들과 중신들, 그리고 수많은 빈객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선두에는 황금으로 만든 긴 창을 든 사나이가 서고 그 뒤에는 끝에 푸른색 옥으로 장식된, 역시 황금으로 된 창을 든 사나이가 서게 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국왕이 승마를 할 때에는 금으로 수를 놓은 비단옷을 걸친 일천 명의 기수가 수행을 했으니, 솔로몬도 그런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밖에도 나는 사란디브와 하지왕의 위대함에 대하여 여러가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왕국에서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았던가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하였답니다. 내가 그 나라에서 신격화되었다는 말을 한다면 교주님께서는 그 나라를 한갓 야만인들의 나라로 착각하실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오, 세상에 그런 좋은 나라가 있고, 그런 훌륭한 군주가 있었다니!』
이렇게 말씀하시고 난 교주님께서는 사가(史家)를 불러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두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많은 하사품을 내리셨습니다.
교주님 앞을 물러난 나는 곧 집으로 돌아갔고, 일가친척들과 재회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이것이 나의 여섯번째 항해 이야기랍니다.
여기까지 말한 주인은 입을 다물었고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그 신비한 이야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랜 침묵이 흐른 뒤 주인은 말했다.
『자, 오늘은 이만합시다. 내일은 여러분들께 나의 마지막 항해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로 하지요』
이렇게 말하고 난 주인은 하인을 시켜 짐꾼 신바드에게 금화 백 디나르를 주라고 했다. 그리고 짐꾼에게 말했다.
『형제여! 내일도 와주시오. 이 늙은 것을 기쁘게해주기 위해서 말이오』
짐꾼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주인의 손에 입맞춘 뒤 집으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오늘 들은 이야기의 감동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