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낙선후보의 고백]"나는 30억 쓰고도 떨어졌다"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18분


“30당(當) 20락(落)이라지만 실제로는 30억원 갖고도 부족했던 것 같다.”

지난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30억원을 쓰고도 낙선한 A씨는 올해 8월 본보 기자와의 대면 조사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는 비교적 조직이 단순해 자금 흐름을 머릿속에 대부분 꿰고 있지만, 당조직과 개인조직이 병존해 있는 정당소속 후보들의 경우 선거 때 자기 자신도 헤아릴 수 없는 돈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며 “그런 돈까지 합치면 실질적인 선거비용 규모는 그들이 밝힌 것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나.

“선거 2, 3년 전부터 출마를 위해 모아뒀다.”

-주로 어디에 썼나.

“조직관리비가 전체 비용의 70∼80%를 차지했을 것이다. 일선 조직책임자만 3000명을 두었는데, 농사철에 이들에게 ‘봉사’를 부탁하려면 최소한 품앗이값은 줘야 하지 않느냐. 1인당 일당 5만원은 줘야 하므로, 10일간만 잡아도 15억원이 든다. 또 동네별로 10∼15명씩 총 350명쯤 되는 지역 유지들에게는 최하 50만원 정도씩은 줘야 한다.”

-자금은주로언제많이쓰나.

“선거일이 다가오면 강박관념이 커진다. 상대후보의 지출이 늘어날수록 그보다는 더 많이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선거 막판에 가장 많이 쏟아부은 것 같다.”

-자금 살포 효과가 있었나.

“조직책임자들에게 간 돈이 곧바로 득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선거운동에 쓰지 않고 자기들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줄 알면서도 안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적군’이 되어 나를 비방하면서 돌아다니기 일쑤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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