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윤완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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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장을 거쳐 정치부장으로 있습니다.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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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5~2026-06-14
칼럼100%
  • [횡설수설/윤완준]여론조사 홍수 속 “응답 샘플 모자라 중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를 진행할 때 대상자의 연령, 성별 등 비율을 전체 유권자 분포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 그에 따라 확보해야 할 응답자 수가 100명이라면 최소 70명은 조사에 응해야 가중치를 줘서라도 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재선거를 치르는 경기 평택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20대의 응답 샘플이 그 최소 기준에도 모자라 중단됐다. 평택지역신문협의회는 27일 “무차별적인 조사 공세로 인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응답 거부가 잇따랐다”고 중단 원인을 설명했다. ▷평택을은 여야 후보 5명이 맞붙으면서 격전지로 부상한 곳이다. 그에 따라 여론조사도 몰리면서 3월 말 이후 공표된 조사만 20건이었다. 협의회에 따르면 조사 기관들이 공표용 여론조사를 위해 전화를 건 횟수는 23만1508번이나 됐다. 평택을 선거인 약 18만 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협의회는 비공표 여론조사와 정당 내부 조사까지 합치면 평택을 유권자 한 명당 평균 4차례 이상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여론조사 범람은 평택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6·3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4개월간 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건수를 세어봤더니 무려 1850여 건에 달했다. 28일 하루에만 61건의 여론조사 결과가 올라왔다. 평일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여론조사 전화가 몇 번씩 걸려오면 일상과 업무가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거부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끊어버리는 일이 늘어나자 어떻게든 응답자 수를 채우려는 조사 기관들이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횟수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설사 최소 응답자 수를 채웠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20대 응답자 100명이 필요한 조사에서 70명만 응답했다면 조사 기관들은 답을 듣지 못한 30명도 70명과 비슷한 답변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 가중치를 부여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는 그야말로 가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실제 민심과는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응답 거부가 확산될수록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민심과 동떨어진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 여론 지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혼란을 가중시키고 심지어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학계에선 조사 기관의 공신력을 평가한 등급제를 도입해 일정 등급 이상의 기관만 선거 기간에 여론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여러 해법들이 거론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민심 왜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여론조사 홍수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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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2년 전 총선의 26배, 지선 덮친 딥페이크

    2018년 온라인에 공개된 한 영상이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영상 속 ‘가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다 갑자기 “이렇게 말해 볼까요. 트럼프는 완전 쓰레기”라는 말을 내뱉었다. 인공지능(AI)이 만든 정치인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일깨운 첫 사례였다. 영상 속 인물은 오바마 대통령 특유의 손동작까지 따라 했지만 입 모양과 눈의 움직임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이런 어색한 딥페이크 영상은 옛날 일이 돼가고 있다. 8년 전과 달리 최근 쏟아지는 영상들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실제 장면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일반인들에게 5개 영상 중 적어도 1개가 딥페이크 영상이라는 걸 미리 알려줬음에도 딥페이크 영상을 가려낸 비율은 21.6%에 불과했다.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현실과 구별이 불가능한 딥페이크 영상의 출현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더욱이 이제 오픈 소스를 사용해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우리 선거에도 그런 딥페이크 기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삭제를 요청하거나 고발, 수사 의뢰한 6·3 지방선거 관련 딥페이크 게시물이 벌써 1만155건이다. 지난 총선 때는 389건이었는데 2년 만에 26배 넘게 증가했다. 3월엔 울산 지역 구청장 선거를 준비하던 인사가 자신이 미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이 됐다고 뉴스 앵커가 보도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올렸다가 고발당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일 90일 전부터 딥페이크 영상의 유포를 아예 금지하고 있는데도 적발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악의적인 딥페이크 영상은 기존의 허위 정보가 AI 기술의 외피를 입고 진화한 산물이다.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선거 자체의 신뢰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 2023년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투표일 이틀 전 특정 후보가 선거 부정을 논의하는 것처럼 조작된 가짜 AI 음성이 공개됐고,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해당 후보는 결국 패했다. ▷설사 거짓이 드러난다고 해도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짜 정보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아 나중에는 사실을 접했던 것처럼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해 혐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딥페이크 영상은 퍼지는 속도도 빠르다. 이제 선거 관리도 AI 시대에 걸맞은 전환이 필요하다. 딥페이크 영상이 카카오톡 대화방 등 소셜미디어 곳곳을 침투하고 있는 마당에 선관위가 일일이 찾아내 삭제를 요청하고 고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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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트럼프 1기 한미 국방장관 회담 참사의 기억

    한미 국방장관이 2020년 10월 워싱턴에서 마주 앉았던 안보협의회의(SCM)는 양국 동맹사(史)에서 참사라 부를 만했다. 결과만 봐도 이전 회담 공동성명마다 매번 명시됐던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구가 사라졌다. 언론에 공개된 회담 분위기도 살풍경했다.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전환을 강조한 직후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은 전환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맞받았다. 특히 두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이 개최 3시간 반 전 돌연 취소됐다. 양국은 그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속사정은 2년 뒤 에스퍼의 회고록을 통해 세간에 공개됐다. 4년 방관하다 터진 불신의 고름 에스퍼는 비공개 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드 기지를 홀대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것이 동맹을 대하는 방식이냐”는 말도 나왔다. 급기야 그는 화상회의로 참석한 마크 밀리 당시 미 합참의장에게 사드 철수를 검토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날 갈등은 갑자기 폭발한 것이 아니었다. 동맹 사이의 균열은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나란히 집권 4년 차를 맞을 때까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에스퍼만 해도 2018년부터 사드 기지 장병들에 대한 대우가 열악하다며 수차례 문제 제기를 했지만 한국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평한 건 에스퍼만이 아니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도 훗날 회고록에 문 전 대통령의 2017년 첫 방미에서부터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이견이 노출됐다고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회고록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외교안보 라인의 삼각 축이 모두 문재인 정부를 믿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셈이다. 맥매스터와 에스퍼는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이런 인물들까지 한국 정부와 틈이 벌어진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북-미 대화를 두고 문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시절에는 이런 불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그간 누적됐던 불신의 고름이 한순간에 터져나온 것이 2020년 SCM이었다.다시 나온 경고음, 방치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와 달랐다.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 일본을 먼저 찾는 등 한미일 안보 협력부터 강조한 실용외교는 미 조야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후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 한미 기밀 누설 논란으로 인한 미국의 정보 공유 제한까지 동맹은 수시로 얼굴을 붉혔다. 손익 계산을 따지며 동맹을 함부로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버겁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등을 돌릴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동맹의 불협화음을 파열음으로 키우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원 팀’ 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내부에서부터 엇박자를 내며 반대로 가고 있다. 기밀 누설 논란의 장본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누군가 그 사실을 공개한 저의가 의심된다고 한 것부터가 외교안보 라인 안에서 자주파니 동맹파니 하며 반목하는 실상을 드러냈다. 이제는 외교와 통상이 따로 가는 듯한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미국과 협의하기 전 국가안보실, 외교부와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라며 “다들 좀 친하게 지내라”고 했다. 동맹의 민감한 현안인 대미 투자 협상에 나설 때조차 우리 부처들끼리 주도권 다툼이나 벌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동맹의 이상 기류를 잠재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도 부족할 판이다. 경고음을 방치해선 안 된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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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여권 들고 온 北 여자축구단

    남북 간 인적 교류가 끊기면서 벌써 6년간 개점휴업 상태이긴 하지만 휴전선을 지나 방북할 수 있는 통로는 2곳이다. 개성으로 연결되는 경의선 출입사무소,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출입사무소다. 신원과 짐을 확인하는 건 출입국 절차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무소엔 출국, 입국이라는 표현 대신 ‘출경’(出境), ‘입경’(入境)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신원을 확인할 때도 여권이 아니라 북한이 내준 초청 문서를 근거로 통일부가 발급한 방북 증명서를 보여줘야 했다. ▷이는 우리 헌법과 법률이 북한을 외국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로 규정했고,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 명시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방남 역시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이들의 방문 신청서를 승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남북 교류를 동족 간의 일로 봤던 북한도 이런 왕래 방식을 수용했다. ▷그런데 북-미 비핵화 협상이 깨진 2019년 트럼프-김정은의 ‘하노이 노딜’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장을 선언하더니 대남 단절 조치를 하나하나 취하기 시작했다. 2024년 헌법에서 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한국을 ‘제1의 적대국’이라 불렀다. 곧바로 북한은 남북 회담과 교류를 담당하는 조평통 등 대남 기구를 전부 폐지했다. 통일전선부는 노동당 10국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최근 노동당 10국이 외무성으로 편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급기야 북한은 두 달 전 헌법에 남북을 경계를 맞댄 두 국가로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은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보인 모습은 새로운 딜레마를 안겼다. 통일부는 이전처럼 이들에게 방남 증명서를 발급했다. 그런데 북한 선수단은 그 증명서가 아니라 북한 여권을 내보이며 입국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우리가 사증을 발급하거나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으면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셈이 된다. 출입국청은 이를 피하려 여권은 얼굴 사진을 비교하는 용도로만 참고했다고 했다. ▷선수단은 굳은 표정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가 ‘영원한 적국’이라고 규정한 곳에 와서 활짝 웃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통일부는 18일 통일백서에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겠다’는 대목을 넣었다. 하지만 당장 여권 문제부터 난제다. 우리 선수단이 북한에서 국제 경기를 치러야 할 상황이 생길 경우 북한이 여권 없이는 ‘입국’을 거부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이 통일을 지운다고 우리도 섣부르게 두 국가 운운하다가는 그런 관계가 고착화되는 빌미를 줄 수도 있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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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병영 휴대폰 허용했더니 상관 모욕죄 급증

    군 복무 시절 한참 줄을 서야 겨우 공중전화 한 번 이용할 수 있었던 이들에겐 낯설겠지만 지금 병사들은 생활관(옛 내무반)에서 휴대전화로 코인 투자도 한다. 2020년 7월부터 모든 장병들이 일과 시간 이후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일부는 불법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댔다가 돈을 잃고 휴대전화로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이 ‘병장론(loan)’ 등을 광고하는 대부업체의 현역병 대출을 제한할 정도다. 지난달엔 금감원장이 직접 훈련병들에게 관련 특강을 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허용은 6년 만에 병영 문화와 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휴대전화가 가혹행위 등 쉬쉬하던 병영 부조리의 제보 창구가 되는 일도 많아졌다. 부대 안에 걸린 ‘마음의 편지’함에 신고 내용을 적은 종이를 넣을까 말까 망설였던 병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게 됐다. 5년 전 국무총리부터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까지 고개를 숙였던 코로나19 격리자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도 휴대전화 제보에서 시작됐다. ▷상관이나 선임에 대한 불평도 생활관 뒤편에 삼삼오오 모여 눈치 보며 털어놓는 대신 단체 채팅방에 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기록이 디지털에 남는 게 문제다. 단순한 불만을 넘어 상관을 헐뜯은 단톡방 글이 상관모욕죄 처벌의 근거가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16∼2020년 상관모욕 혐의가 적용된 장병은 821명이었는데, 2021∼2025년엔 1551명이었다.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2020년을 기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7월엔 한 정비병이 병사들이 있는 채팅방에서 욕설을 섞어 가며 중대장에 대해 “징계 어쩌고 해서 개겼다”는 글을 올렸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군형법의 상관모욕죄는 친고죄인 모욕죄와 달리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제3자 신고만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벌금형 없이 징역·금고형만 있다. 상명하복의 엄격한 기강을 유지하려는 취지다. 순간의 사적인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 항변해도 법원이 상관의 명예를 침해했거나 명령 체계를 허문 하극상이라고 판단하면 졸지에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일상에서 뒷담화와 모욕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기도 한다. 2021년 대법원은 단톡방에서 상관을 ‘도라이’라고 표현한 해군 하사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표현은 부적절하지만 군 지휘 체계를 문란하게 만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무리 홧김이라도 자신이 상관의 지휘를 따라야 하는 군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군대든 아니든 여러 사람이 모인 채팅방에서 다른 이를 함부로 경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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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인생샷’ 찍으려다 전투기 접촉사고

    미국은 얼마 전 이란 공습에 투입된 F-15 전투기가 추락하자 네이비실 등 특수부대원 수백 명을 투입해 조종사를 구출해 냈다. ‘어떤 전우도 전장에 버려두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을 테지만, 특히 전투기 조종사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양성하는 핵심 전력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 공군도 숙련된 전투기 조종사 1명을 길러내려면 KF-16은 122억여 원, F-15K는 210억여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만큼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엄격하다. 20개월 동안 3단계의 비행 교육을 마치고도 1년을 더 훈련을 받아야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조종사는 비행 전날부터 이륙 직전까지 다른 조종사들과 함께 임무 계획과 예상 위험을 확인하는 ‘브리핑’을 수차례 거치며 비행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 모든 건 작은 실수 때문에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F-15K 조종사가 작전 중 개인 소장용 기념사진을 남기겠다며 전투기를 함부로 기동하다 다른 전투기와 접촉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2021년 12월 당시 공군 A 소령은 대구 11전투비행단에서 F-15K 2대가 편대를 이룬 임무 중이었다. 인사이동 전 마지막 비행이었다. 그는 비행 중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이를 본 다른 전투기의 편대장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A 소령은 갑자기 기체를 상승시킨 뒤 조종석이 아래를 향하게 뒤집으며 편대장 전투기 위로 접근했다. 두 전투기가 너무 가까워지자 편대장 전투기는 하강했고 A 소령은 왼쪽으로 피했지만, 편대장기의 주날개와 A 소령 전투기의 꼬리날개가 부딪쳤다. ▷두 전투기가 무사히 착륙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민가에라도 추락했다면 인생샷 한번 찍으려다 자신은 물론이고 민간인들까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게 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공군은 사고를 쉬쉬하면서 A 소령에게 수리비 8억여 원을 변상하라고 했고 A 소령은 감사원에 재검토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비행 중 촬영 관행을 통제하지 않은 군에도 책임이 있다며 변상액을 10분의 1로 줄여줬다. 이런 내용이 담긴 감사 보고서를 22일 공개한 뒤에야 4년 4개월 만에 전말이 드러났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것 자체가 아찔한 일인데, 안전에 신경 쓰기도 빠듯할 비행 도중 개인 사진을 찍는 것이 이전부터 반복된 관행이라니 어이가 없다. 여전히 공군은 사건 이후에도 그런 관행이 이어졌는지, 재발 방지 대책이 있었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KF-16 전투기 조종사가 사격 좌표를 3차례 확인해야 하는 수칙을 지키지 않아 민가에 오폭하는 사고가 났다. 기강 해이를 다잡지 않으면 언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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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李계정 비번 바꾸고, 밤늦게 페북 말라 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이스라엘 비판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던 15일 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하나 올렸다. 조폭 연루설과 대장동 부패 조작만 아니었어도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 때문에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지, 이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조폭 연루설이 허위 정보였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재판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1심이 진행되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중단됐다. 여당은 대장동 수사가 조작됐다며 공소 취소에 특검까지 거론한다. 이에 대해 실체를 밝히기도 전에 조작이라 단정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터다. X에 “대장동은 조작” 규정 재판의 당사자인 이 대통령까지 대장동 사건을 조작이라 규정하면 검사와 재판부가 느끼는 부담감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엔 X에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 ‘증거·사건 조작은 강도·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글을 올렸고, 2월엔 위례신도시 의혹 수사를 겨냥해 ‘법리상 되지도 않는 사건’이라고 했다. 둘 다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올해 1월부터 이 대통령의 X 글이 부쩍 늘었다. 세어 보았더니 21일까지 260개가 넘었다. 1월만 해도 부동산 문제나 설탕 부담금 도입처럼 민감한 정책 현안을 먼저 던지고 의견을 물었다. 정부 부처가 충분한 검토 없이 따라가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공직 사회의 긴장을 높여 정책 집행과 위기 대응이 빨라지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2월부터 이 대통령 본인 사건과 관련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야당이나 언론에 대한 날 선 저격도 늘었다.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그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곧장 매국노라고 맞받으면서 오히려 인권 강조보다 정치적 공방이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의 손을 붙잡아 악수를 시키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런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는 수시로 야당과 거친 언어로 싸운다면 진영 간 극한 대결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취임 초 이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뒤집은 것이 실용 외교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야당 지도자일 때와 여야를 포함해 온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일 때는 판단과 행동이 다르다고 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60%를 넘는 국정 지지율은 이 대통령이 보인 이런 절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상대를 이기고야 말겠다는 승부욕이 자꾸 고개를 내민다. SNS에선 보이지 않는 절제 소셜미디어에선 잠시의 흥분이 여과 없이 표출될 때가 많다. 이 대통령의 경우는 최측근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를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소셜미디어 계정을 직접 관리했던 그는 새벽에 올라온 글도 거의 실시간으로 다 체크했고, 잘못된 글은 바로 지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계정 비밀번호를 바꾸고 알려주지 않은 적도 있다. 친명계 좌장이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6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에게 자주 하는 조언을 소개했다. 밤늦게 혼자 페이스북에 글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차분하게 하라. 흥분하지 말라”, “정치인이 과하게 반응하면 포용력이 적어 보인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그들이 이렇게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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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지구당 부활 논란

    2002년 ‘차떼기 사건’은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수법뿐 아니라 그 검은돈을 살포한 방식도 세간을 놀라게 했다. 한나라당은 기업들로부터 823억여 원을 수수했다. 한 기업은 현금 수백억 원을 실은 2.5t 트럭의 열쇠를 경부선 만남의 광장에서 한나라당 측에 건넸다. 한나라당은 대선 한 달 전부터 그렇게 받은 돈을 전국의 지구당 등에 나눠 줬다. 주로 늦은 밤 10∼11시경 지구당 사무국장들을 몰래 중앙당 재정국으로 불러내 한 번에 수천만 원씩 줬다. 전국 227개 지구당 선대위에서 약 340억 원을 받아 갔다. ▷그때까지 지구당은 여야 지역 활동의 기본 거점이었지만 운영에 큰돈이 들었다.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할 지구당 위원장들이 일부 기업과 지역 토호 세력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사업 이권이나 지방선거 공천 등을 반대급부로 주는 일이 일어났다. 차떼기 사건은 그런 지구당의 폐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불법 정치자금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지구당 위원장을 사퇴하기도 했다.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지구당은 사라졌다. 현역 국회의원들만 지역구에 사무실을 열고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위원장,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구를 관리하는 책임자를 두고 있다. 의원이 아닌 원외 위원장은 선거 때 후보가 되지 않는 이상 사무실을 열거나 정당 활동을 할 수 없어 ‘휴대폰 위원장’이라고도 불린다. 편법으로 자신의 연구소나 변호사 사무실을 지역 사무실로 운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외 위원장들이 지역 유권자와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고 의원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2024년 여야 대표가 한때 지구당 부활에 공감했지만 돈 선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다. 그런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외 위원장도 지역사무소를 낼 수 있도록 정당법을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을 내지 못한 지역구에서도 사무소를 통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2028년 총선을 바라보고 양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당은 원외 사무소의 후원금 모금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당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무소 운영만 해도 돈이 든다. 보통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는데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원외 위원장들이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는 불분명하다. 정치자금법의 감시를 받는 국회의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불법 자금 수수로 구속되는 일이 반복됐다. 음성적 돈을 완전히 차단할 방지책이 없으면 원외 사무소가 탈법의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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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출국 후 미국행 알린 張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틀 전인 9일만 해도 14∼17일 2박 4일 일정으로 미 국제공화연구소(IRI) 회의 등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는데, 돌연 출국 일자를 사흘 앞당겼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미국으로 떠난 지 하루 뒤인 12일에야 미국행 사실을 알렸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의 방미 일정이 공개된 이후 미국 각계에서 면담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당 대표가 한국을 떠난 이후에야 그 사실을 당이 공개하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장 대표가 한국을 떠난 시점은 6·3 지방선거 52일 전이었다. 공천과 선거 지원으로도 시간이 빠듯할 시기에 당 대표가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우는 셈이 됐다. 공천 등에 대한 주요 결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IRI 회의 참석 이외에 다른 일정은 자세히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IRI는 미 공화당 출신 인사들이 이끄는 단체다. 연구소 홈페이지를 보니 올해 5월 열리는 콜롬비아 대선의 공정성 평가단 파견, 지난달 치러진 네팔 하원 선거 감시단 파견 등 주로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의 선거를 감시하는 일을 해 왔다. ▷장 대표는 이 단체의 회의에 참석하는 이유도, 그 자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올해 2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온 전한길 씨의 유튜브 토론이 끝난 뒤 선거 시스템 개편을 거론하며 이번 지방선거 감시를 위한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장 대표가 지금 미국에 갈 만큼 한가한 상황도 아니다. 당장 공천부터 큰 혼란에 빠진 상태다.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은 구인난 속에 경선 일정조차 나오지 않았고, 대구시장 후보 경선도 컷오프 탈락자들의 불복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공천의 심판 역할을 해야 할 당 지도부 일부는 최고위 회의에서 대놓고 자기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판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지도부의 리더십이 붕괴됐다는 비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6일 인천에서 첫 지역 현장 최고위를 열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쇄신마저 거부하며 당 지지율이 10%대 최저치로 떨어진 터였다.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당이 후보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지, 짐이 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라” “혁신과 희망을 제시했는지 돌아보라”며 비상체제 전환 요구까지 꺼냈다. 일부 지역 예비후보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기피하는 데 이어 아예 면전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럴수록 더 지역을 찾아 쓴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대표가 할 일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8일과 9일 각각 예정됐던 세종시와 강원 방문 계획까지 취소했다. 그러고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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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트럼프의 ‘문명 파괴’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도 넘은 막말을 많이 했다. 자신이 대선에서 지면 “미국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위협한 적도 있고, 비판 세력을 ‘해충(vermin)’이라고 부르며 근절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폭력과 멸절을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악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라지만, 이번엔 지지층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die)”이라는 발언까지 꺼냈기 때문이다. ▷문명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건 민간인까지 살상하겠다는 얘기다. 제네바 협약은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이란 인구는 9000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민간인들이다. 그들의 삶은 물론이고 그 기반까지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무기는 극소수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온다는 우려를 전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이 바뀌지 않으면 미국이 사용한 적 없는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논란을 키웠다. 그러자 백악관이 그 가능성을 부인했고 뒤이어 2주간의 휴전 국면에 들어가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문명 파괴’ 주장의 파장은 일파만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때 측근이었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의원은 “악이자 광기”라며 대통령 권한을 중단시키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론했다. 마가의 대표 스피커 터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그리스도에 빗대며 전쟁 범죄라고 저격할 정도다. 레오 14세 교황도 “진심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과거 대통령들도 전쟁을 벌였지만 상대를 말살하겠다는 겁박은 없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사마 빈라덴 사살 뒤 “우리는 이슬람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걸프전을 시작하면서 목표는 이라크 정복이 아니라 쿠웨이트 해방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내내 “지옥에 살게 될 것” “함정을 침몰시키는 것이 더 재밌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 왔다. ▷그사이 백악관의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것은 공습 장면을 할리우드 영화나 게임과 합성한 영상들이다. 골프 게임의 홀인원 장면에 실제 폭격 장면을 이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석유를 전리품이라 하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거론하기도 했다. 부동산 사업가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였던 그에겐 전쟁도 비즈니스나 쇼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미국은 유대인 절멸을 공언한 히틀러의 독일에 맞섰다. 트럼프 시대엔 그런 역사도, 인권을 중시해 온 미국의 가치도 하나둘 ‘생경한 과거 속의 일’이 돼가는 것처럼 보인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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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뉴 이재명’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뉴 이재명’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집권 초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보다 높다는 면에서는 그렇다. 여권에선 뉴 이재명을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다가 취임 뒤 지지하게 된 유권자층,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여당은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9.4%였다. 2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67%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6%)보다 높다. 이런 현상은 이 대통령처럼 전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초기에도 비슷했다. 문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41.1%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집권 2년 차인 2018년 3월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71%였고 같은 시기 민주당 지지율 49%보다 높았다.뉴 이재명은 스윙보터물론 뉴 이재명 현상이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점도 분명하다. 이 대통령의 팬덤과 대선 뒤 새로 유입된 지지층이 결합된 신주류가 민주당의 구주류와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통령도 여당도 지금은 구주류라 불리는 친문·친노·운동권 세력이었다는 점에서 동일체와도 같았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민주당 정권의 집권 초에 벌어진 신주류와 구주류 사이의 충돌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친노 신주류가 동교동계에 쇄신을 요구하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지금의 여권 내 갈등이 그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노선의 방향이다. 노무현 정부의 신주류가 이념으로 무장한 강경론자들이었다면 현재의 신주류는 상대적으로 중도·실용을 지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분화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2월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밝혔을 때부터 예견됐다. 당시에도 친문·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얘기하지 말라’고 견제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뒤에도 한일 관계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뒤집지 않겠다며 실용 외교로 나아갔다. 원전 문제에서도 국민 여론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검찰 권력을 뺏는 것이 개혁의 목표가 아니라는 이 대통령의 상식적 언급은 여권이 노선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트리거가 됐다. 유시민 작가의 ABC론이 그에 기름을 부었다.ABC론의 핵심은 가치 중심의 코어 지지층인 A그룹과 달리 이익 중심의 뉴 이재명인 B그룹은 이 대통령이 어려울 때 먼저 등질 세력이라는 논리일 것이다. 이는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으로 가고 있다며 지지하기 시작한 유권자층이 뉴 이재명이라면 그 집단이 바로 정치권이 이전부터 그렇게 주목해 왔던 스윙보터다. 과거 정권들의 지지율 추락 이유는스윙보터는 관심 이슈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만 충성도는 약하다. 집권 세력이 이념에 매몰된 채 민생에 눈감고 비판에 귀를 닫는다고 판단하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과거 민주당 정권의 지지율 추락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고공 행진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이어졌지만 각종 입법 독주와 정책 실패, 불통이 발목을 잡았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극심한 이념 대립을 일으킨 4대 개혁 입법 등으로 좌충우돌하다 독선과 오만 비판을 자초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그 교훈은 대통령과 여당은 강성 일변도의 핵심 지지층만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 초 기대감으로 새로 유입된 지지층은 집권 세력의 실정에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이념적 선명성을 내세우며 스윙보터를 배제하려는 세력이 여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광경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답은 자명할 것이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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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트럼프 방중 코앞에 뚫린 北-中 여객 열차길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는 북-중 관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열차들이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이 다리를 수시로 오갔다.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이 열차에 몸을 실었고, 평양을 구경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좌석을 메웠다. 유엔에 따르면 10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서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이 2019년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억 달러 가까이로 추정되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95%였다.▷2020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자 북한이 먼저 국경을 닫았다. 열차는 물론이고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까지 모두 끊겼다. 팬데믹 시기 북-중 교역액은 2019년의 10%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6년 만인 12일 북-중 여객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2022년 화물 열차 운행길만 열린 상태였다. 30일부터는 중국 항공사의 베이징∼평양 노선도 6년 만에 다시 운항한다. 그간은 북한 고려항공만 오가고 있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 것이 2022년이다.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반길 열차길과 하늘길의 전면 개방은 4년이나 ‘지각’한 셈이다. 사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중 전까지만 해도 북-중은 서로 얼굴을 붉혔다. 2024년 중국의 대규모 지진 때도, 북한의 압록강 대홍수에도 위로 전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해 북-중 정상이 2018년 다롄 회담 때 함께 산책한 걸 기념한 발자국 동판이 제거되는가 하면, 중국은 대북 제재 준수를 이유로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전원 귀국을 압박했다.▷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김 위원장이 핵보유 노선으로 방향을 튼 것이 1차적 원인이었다. 1993년부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해 온 중국이 이를 선뜻 수용할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도로 밀착한 북-러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위원장은 북-러 관계가 대외정책의 1순위라고 선언했고,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중국이 이를 지지하기는 어려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재집권하자 상황이 또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김 위원장에게는 만나고 싶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13일에도 “김 위원장을 만나는 건 참 좋다”고 했다고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1기 때도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먼저 찾았다.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시할 수 있는 핵심 지렛대인 셈이다. 이달 말∼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의 민감한 거래를 앞두고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얻을 카드를 꺼내 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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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윤동혁, 고동혁, 전동혁’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 9일 만인 2024년 12월 12일 돌연 닷새 전 공언했던 2선 후퇴를 뒤엎는 담화를 내놨다. 탄핵에 맞서겠다며 ‘계엄군의 국회 투입은 의원들을 막으려 한 게 아니었다’ ‘계엄은 헌정 질서 붕괴를 막기 위한 것’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 하루 전 유튜버 고성국 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하야보다 탄핵과 정면으로 맞서라”며 계엄 이유를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갈 시간을 벌어주려 군을 늦게 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논리와 똑같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담화 엿새 전 고 씨에게 7분 사이 다섯 차례 전화를 걸었다. 극단 유튜버 주장 빼닮은 尹-張 논리 그런 고 씨가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 다음 날인 20일 오전 유튜브 방송에서 윤 전 대통령은 무죄라며 “내란죄를 덮어씌우려 짜맞추니 판결문 안에 모순되는 부분이 부지기수”라고 주장했다. 2시간여 뒤 나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회견문의 논리는 고 씨의 강변과 다를 바 없었다. 무죄 추정 원칙을 주장하며 판결문 곳곳에 논리적 허점이 발견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 경선 때 고 씨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구속을 비판했고, 대표에 선출되자마자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낸 승리”라고 했다. 고 씨 같은 윤 어게인 유튜버들의 지지 덕분에 당선됐다는 부채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부채의식으로 따지면 전한길 씨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대표 경선 도중 장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김문수 후보 면전에서 장 대표 지지를 선언했던 전 씨다. 그런 그가 12일 오전 소셜미디어에서 “윤 대통령 선고를 1주일 앞두고 이재명을 만나러 청와대에 간다고? 지난번엔 계엄 사과하더니”라고 했다. 유튜브 방송에선 ‘그래 놓고 무조건 장동혁을 지지해 달라느냐’며 울먹였다. 이날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오찬을 불과 1시간 남기고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은 유튜버와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둘 다 코너에 몰리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찔끔 변하는 척하며 시간을 벌다가 뒷걸음질 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진짜 정체를 드러내며 파국을 자초하는 것도 빼닮았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야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하자 ‘민생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를 묵살하다 논란이 커지자 입장을 밝혔지만 사과 없는 반쪽짜리 해명이었다. 중도층이 매력을 느낄 정당을 만들겠다는 장 대표의 지난해 약속도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선 것이라 주장하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지난달 계엄에 대해 사과했지만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반쪽짜리였다. 윤 전 대통령은 총선 참패 뒤 잠깐 야당 대표와 대화했지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 진술에 따르면 군 수뇌부에겐 ‘비상대권으로 야당 대표를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2일 의총에서 윤 어게인에 동조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지만 장 대표는 20일 윤 어게인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가 전체를, 장 대표는 당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회견은 그의 ‘계엄 모먼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윤 어게인 껴안은 張의 ‘계엄 모먼트’ 장 대표는 당내에서 “윤 어게인은 당의 노선이 될 수 없다” “6월 선거에서 TK 빼고 전멸할 수 있다”는 성토가 쏟아지는데도 생각을 바꿀 조짐이 없다. 이대로라면 ‘윤동혁’(윤석열+장동혁) ‘고동혁’(고성국+장동혁) ‘전동혁’(전한길+장동혁)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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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우크라이나 전쟁 4년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요….” 우크라이나 중부 체르카시주에 머물고 있는 할리나 포프랴두히나 씨(65)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향인 동부 돈바스를 떠난 뒤 4년간 피란만 3번을 다니며 우크라이나 전역을 전전했다. 입대한 두 아들은 생사를 모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와 같은 피란민이 900만 명 이상이다. 우크라이나 인구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이들이 고향을 잃었다. ▷유엔 인권감시단에 따르면 24일로 전쟁 발발 4년을 맞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만 1만5000명, 부상자는 4만 명을 넘어섰다. 이달 11일에도 러시아군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의 주택가를 공격해 30대 아버지와 두 살짜리 쌍둥이 아들들, 한 살배기 딸이 생때같은 목숨을 잃었다. 임신 35주 차였던 아내는 뇌 손상 등 중상을 입었다. 전쟁 중 민간인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였다. 2024년보다 31%나 증가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전쟁이 전후방을 가리지 않는 드론전 양상으로 변하면서 생겨나는 비극이다. ▷러시아군의 무차별적 납치로 수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가족과 생이별하는 일도 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억류돼 러시아 등으로 강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최소 3만5000명에 달한다. 러시아가 이들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러시아 가정에 입양시키거나 러시아군으로 훈련시키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영하 20도 아래까지 내려가는 한파 속에서 러시아군의 연이은 발전소 공격으로 난방과 전기 없이 맞은 우크라이나인들의 5번째 겨울은 혹독하다. 하지만 이런 참상을 끝내야 할 종전 협상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 시작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과 이달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간 3자 회담이 3차례 열렸지만 빈손이었다. 핵심 쟁점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지다. ▷돈바스의 80%를 점령한 러시아는 돈바스를 다 내놓으라고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미군 등 다국적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하지만 러시아가 반대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럽 안보는 유럽이 책임지라’며 안전 보장엔 소극적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전사자는 우크라이나군이 10만∼14만 명, 러시아군은 27만5000∼32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양보 없는 공전이 길어지면서 희생자만 더 늘고 있다. 평범한 삶을 되찾을 날을 간절히 원하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고통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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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빛의 위원회’ 논란

    2024년 12·3 계엄의 밤 어떤 이는 걱정하는 딸의 만류를 뿌리쳤고, 다른 이는 유서를 쓴 채 국회로 달려갔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며 강조했듯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결정은 무장한 계엄군에 맞선 시민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가 이런 시민들의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빛의 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대통령령을 입법 예고했다. ▷위원회 활동의 핵심은 비상계엄에 항거한 시민들에게 ‘인증서’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3월부터 시민들로부터 인증서 신청을 받는다. 이를 위해 35명 이내로 위원회를 꾸리는데, 재정경제부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까지 각 부처 장관급 인사만 10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대규모다. 위원회 아래에는 고위공무원을 단장으로 하는 지원단을 갖추고 각 부처 공무원들을 파견받을 수 있게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은 우리 민주주의를 40여 년 전 쿠데타의 흑역사로 퇴행시킬 뻔했다. 이에 맞선 시민들의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그 모습은 다양했다. 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모여든 시민만 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어 수많은 시민이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며 각종 집회에 참석했다. 그 방식도 온라인 활동을 포함해 저마다 달랐다. 그런데 대통령령엔 ‘빛의 혁명으로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한 국민’이라고만 돼 있을 뿐 언제, 어떤 활동까지 인정할지 그 기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저항을 정부가 나서 평가하는 것에도 야당에선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계엄 반대에 경중을 매겨 인증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면 인증서를 받지 못한 국민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정부는 ‘인증서 대상자에 대한 예우’ 계획도 밝혔는데, 그 수준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5·18민주화유공자법 등은 희생자의 유족 등 예우와 보상 대상을 엄격히 법으로 규정했다. 이런 예우와 형평성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 ▷빛의 위원회 업무엔 ‘국가기념일 지정 자문 및 지원’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3일을 법정공휴일인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위한 절차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며 많은 논쟁이 있을 것인 만큼 국민의 의사에 따르겠다고 했다. 계엄에 맞선 시민들에 대한 평가는 이를 역사에 분명히 남겨 다시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자칫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새로운 갈등의 소재가 돼선 곤란하다. 먼저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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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윤완준]계엄의 밤 진실 감춘 한덕수의 6개월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이 공분을 일으켰다. 검찰의 논리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년 뒤 대법원은 두 사람의 내란죄를 인정하며 그 논리를 반박했다. 신군부가 정권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해도 내란에 대한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은 쿠데타가 일어난 지 17년이 지나 이뤄진 ‘지연된 정의’였다. 내란에 성공할 경우 정권을 잡은 권력자가 힘을 잃을 때까지 내란을 처벌할 방법이 없는 뼈아픈 현실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법원은 국헌 문란의 목적 달성 여부와 관련 없이 이를 위해 폭행, 협박 행위를 하면 내란죄가 완성된다고 했다. 내란이 성공하지 못해도 그 시도만으로 내란죄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韓, 내란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 전 대통령의 궤변은 배척됐다. 친위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헌정 질서를 무력화하려는 포고령,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와 선관위에 진입하는 폭동이 있었기에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심 판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그 쿠데타에 합법의 외양을 입히려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열 생각이 없었던 국무회의를 제안했고, 계엄을 선포하러 가는 윤 전 대통령을 말리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 계엄을 막아야 할 의무를 저버린 ‘부작위’의 죄가 있다며 23년형을 선고했다. 여기까지가 그에게 내릴 수 있는 사법적 단죄일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는 대목이다. 계엄이 실패한 이후 이듬해 대선 국면까지 한 전 총리의 행보는 국민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의 연속이었다. 그 6개월의 언행은 그가 계엄을 저지할 책무를 외면한 부작위를 넘어 계엄의 실패를 뒤집으려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 우선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당시 헌법재판관은 3명이 공석인 6명이었다. 1명이라도 탄핵에 반대하면 기각인 상황이었다. 재판관 2명의 퇴임도 예정돼 있어 아예 탄핵 심판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지만 한 전 총리는 끝내 등을 돌렸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한 전 총리는 권한대행으로서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대선에 출마하며 대행직을 내던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를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 경선으로 선출된 당의 후보를 쳐내는 황당한 날치기까지 벌이려 했다. 왜 대선 나가 정권 잡으려 했나 이 수상쩍은 6개월의 시간 동안 한 전 총리는 계엄의 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진실은 숨겼다. 윤 전 대통령한테서 계엄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거나 기억이 없다고 발뺌했다. 계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그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서 단전 단수 지시를 받은 사실을 알고서도 제지하기는커녕 독려했다’고 밝혔다. 계엄 문건을 받은 줄도 몰랐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날 밤의 실상은 지난해 10월 용산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가 공개된 뒤에야 드러났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의 공모자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해놓고 계엄이 실패한 뒤엔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결정을 한 셈이다. 그다음엔 대선에 나가 정권을 잡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그의 뜻대로 됐다면 실패한 계엄은 실패로만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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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중국 軍 2인자 숙청

    “중국 정치는 베테랑 전문가들도 들여다보기 힘든 블랙박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맷 포틴저가 한 말이다. 그만큼 외부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된 중국 권력 내부에서 벌어진 사태의 전말을 알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실각설이 제기됐다. 중국 군부의 2인자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군 권력을 장악했다는 주장이었다. ▷중국 국방부는 24일 장유샤가 류전리 중앙군사위원과 함께 ‘군사위의 주석 책임제를 짓밟은 행위로 입건됐다’고 발표했다. 장유샤가 군사위 주석인 시 주석의 군권에 도전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 숙청 이유로 부패 등을 드는 것과 달리 정치적 혐의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유샤가 정치 파벌을 만들고 미국에 핵무기 정보를 유출한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군을 이끄는 군사위는 이미 멤버 7명 중 3명이 부패 혐의 등으로 숙청된 상태다. 이제 둘이 더 빠졌으니, 시 주석과 지난해 시 주석이 부주석으로 승진시킨 장성민 두 사람만 남게 됐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2017년 연임, 2022년 3연임을 거치며 권력 집중 체제를 강화해 왔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당 상무위원회는 후진타오 주석 시절까지만 해도 집단 지도 체제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연임할 때부터 시 주석의 측근 세력인 시자쥔(習家軍)들로 채워졌다. 3연임을 확정한 2022년 당 대회 때 후 전 주석이 끌려나가듯 퇴장한 장면은 시 주석 1인 체제를 알리는 상징적 장면과도 같았다. ▷당정이 물갈이된 3연임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게 군부였다. 2017년 군사위 부주석에 오른 장유샤는 8년 넘게 군부의 실세였다. 73세인 시 주석보다 나이가 세 살 많은 그는 칠상팔하, 즉 67세까지만 현역이고 68세가 되면 퇴임한다는 중국 지도부의 관례를 깨고 부주석을 연임하며 실권을 유지했다. 그런 그의 실각은 시 주석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10월을 앞두고 시 주석이 군부까지 완전히 장악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집권 첫해부터 부패한 고위 관료를 호랑이, 하위 공무원은 파리라 불렀다. 강력한 부패 척결을 내세워 이들을 때려잡자고 했다. 장유샤는 호랑이 중에서도 거물 호랑이에 해당할 테니 그 파장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중국군 기관지는 썩은 살을 도려내겠다며 장유샤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후속 숙청을 예고했다. 중국 권력의 심장부를 ‘훙창(紅墻)’이라 한다. 자금성의 붉은 담장에서 나온 말이다. 밖에서 볼 수 없는 담장 너머에서 벌어진 격동의 내막은 과거 중국 권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야 조금씩 드러날 듯하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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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트럼프 “대만 어떻게 할지는 시진핑이 결정”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2024년 취임 연설에서 대만이 첨단 반도체 제조의 중심이라며 “세계는 대만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대만에 있는 한 미국이 대만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대만인들은 이를 ‘실리콘 방패’라 부른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대만인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얘기를 꺼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여기고, 대만에 대해 무엇을 할지는 시 주석이 결정할 일(that‘s up to him)”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미국 대통령 재임 중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임기 때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 답을 피했다. 그런데 이번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권리가 있고 자신의 임기가 아닐 때 벌어지는 일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시 주석에게 ‘대만 통일’은 자신이 내건 중화민족의 부흥, 즉 국가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목표다.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한 2022년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조국 통일의 역사적 대세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 어떤 방식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대만 통일 주장이 그냥 엄포가 아닌 것은 분명한 셈이다. ▷실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점령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미국의 워게임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응해 파견한 미국의 최신예 항공모함이 대만에 접근하기도 전에 중국 미사일에 격침된다는 내용의 극비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워게임을 할 때마다 “우리가 항상 진다”고 했다. 미국이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대만 방어를 위해 한국, 일본 등 동맹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속으론 대만 침공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해 냉전 이후 이어져 온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끝났다며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세력 균형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공격이 서반구에서 중국을 포함해 누구도 미국의 패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선언이라면, 뉴욕타임스 인터뷰는 동북아에서는 중국의 세력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예고편일 수도 있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워 국제 질서의 판을 흔든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안보에 격랑을 가져올 위험천만한 거래를 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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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그 소를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여당이었을 때부터 정부에 쓴소리를 많이 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그는 12·3 비상계엄 이후부턴 불법 계엄을 옹호하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친윤 등 당 주류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윤리위는 7월 당내 분열을 조장한다며 그를 징계 심의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11월 초 징계 대신 주의 처분을 내렸다. ▷여상원 당시 윤리위원장은 “독재 정당에선 어떤 사람에 대한 비판이 전혀 허용되지 않지만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의 이념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당이 그 정도 견해도 허용하지 않는 건 민주 정당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런데 얼마 뒤 여 전 위원장은 임기가 내년 1월까지 남아 있음에도 당의 요구라며 사퇴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을 징계하지 않아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가 김 전 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다시 시작한 시점이 그로부터 열흘여 뒤인 11월 말이다. ▷현 당무감사위원장은 장동혁 대표가 임명한 이호선 국민대 법학부 교수다. 4월 자신의 블로그에 ‘비상계엄으로 감겼던 눈이 떠졌다’며 계몽령을 연상시키는 주장을 올린 인물이다. 당무감사위는 16일 김 전 위원에게 당원권 2년 정지의 중징계를 내리라고 당에 요청했다. 김 전 위원이 장 대표에 대해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파시스트적”이라고 한 발언,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 연대를 표방하자 “망상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들과 손을 잡았다”고 비판한 것 등이 극단적 비유이고 모욕적이라고 문제 삼았다. 김 전 위원이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에 불복 의사를 밝힌 것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징계 권고 하루 전 이호선 위원장은 블로그에 성경의 출애굽기 중 한 대목을 올렸다. ‘소가 받는 버릇이 있고 (소 주인인) 임자가 그로 인해 경고를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아 사람을 받아 죽이면 그 소를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는 내용이다. 친한계는 계엄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는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김 전 위원은 물론이고 한동훈 전 대표까지 몰아내려는 위협이라며 들끓고 있다. ▷당무감사위는 징계 의결서에 당론이 결정되면 따르는 게 정당의 존재 이유라고 썼다. 하지만 의결서엔 ‘개인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당 윤리 규칙도 언급됐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헌법 수호를 위배하고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끼쳤다’고 했다. 그런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당론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윤 어게인’ 세력과 손을 잡는 것이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뜻인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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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윤완준]계엄 1년, 국힘 의원 65명의 침묵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은 불법 비상계엄이 1년을 맞는 3일이 되기 전부터 장동혁 대표가 계엄에 사과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의원들 차원에서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에 대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겠다고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3일 장 대표의 사과는 없었다. 그러자 ‘우리라도 사과해야 한다’며 초·재선 의원들이 나섰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문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소속 의원 107명 중 25명뿐이었다. ▷사과문엔 계엄을 막지 못해 국민에게 큰 고통과 혼란을 준 데 대한 사과, 계엄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 윤 전 대통령 등 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단절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별도 사과문을 낸 원내 지도부 10명, 개별적으로 사과문을 낸 의원 5명을 합쳐도 40명에 불과하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106명 의원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따라 한 당 대표를 제외하면 결국 국힘 65명은 그 어떤 메시지도 없이 침묵했다. ▷국민의힘엔 당의 무게중심을 잡을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34명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계엄에 사과한 사람은 5분의 1 수준인 7명에 그쳤다. 윤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엔 권력의 곁불을 쬐며 독단적 국정에 동조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은 반대했으며, 대선 패배 이후엔 쇄신을 좌절시키는 데 조용히 협력하며 자기 지역구만 챙겨 온 이들이 부끄러움도 모른 채 계엄 사과조차 못 하겠다고 버티는 꼴이다. ▷1년 전 그날 밤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단 18명이었다. 친윤 등 주류 의원 성향 50여 명이 국회 길 건너편 당사에 모여 있었지만 계엄이 불법이라는 한동훈 당시 대표의 입장이 생중계됐음에도 그 누구 하나 표결하러 본회의장에 가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생각을 바꿔 그나마 국민 앞에 염치라도 보이겠다고 나선 의원은 기껏 20여 명 늘어난 셈이다. 초선인 김재섭 의원은 4일 “25명을 중심으로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할 것”이라며 동참하는 의원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민 앞에 마땅히 해야 할 사과의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것인지, 아예 생각이 없는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며 다음 공천만 눈 빠지게 기다리는 것인지 모를 다수 의원들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계엄, 탄핵, 파면, 대선 때마다 번번이 새로 태어날 기회를 스스로 내던졌다. 그 뒤엔 ‘당이 어떻게 되든 내 의원 배지만 챙기면 된다’는 방관과 무책임이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모두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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