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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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장을 거쳐 정치부장으로 있습니다.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습니다.

zeitung@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칼럼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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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북핵문제 총괄’ 이도훈, 윤석열 캠프 갔다

    문재인 정부에서 2차례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윤석열 캠프에 깜짝 합류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핵 문제를 총괄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 전 본부장이 반문(반문재인) 기치를 내걸로 대선에 출마한 윤 전 총장 캠프에 전격 합류하자 여권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전 본부장은 10일 윤석열 캠프가 공개한 정책자문 전문가 외교·안보·통일 분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윤 전 총장 캠프 총괄간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본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최근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대북정책은 정파·정부를 초월해 일관성 있어야한다는 차원에서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캠프 외교안보통일 분과 간사인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상황이 악화된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허물어진 외교를 어찌해서든 정상화시켜야한다는 생각으로 최근 한두 달 사이 캠프에 들어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윤 전 원장이 윤 전 총장과 개인적 인연이 없는 이 전 본부장을 윤 전 총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본부장은 현 정부의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발탁돼 북핵 수석대표로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무 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 협의를 주도했다. 3년 3개월이라는 ‘최장수 본부장’ 기록도 세웠다. 당시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속내를 털어놓는 당국자로 꼽혔다. 그런 그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임명 직전인 지난해 12월 본부장에서 물러난 뒤 올해 3월 발표된 춘계공관장 인사에서도 배제돼 옷을 벗었다. 주요국 공관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상황에서 정권이 교체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외교부가 탈락 배경에 침묵하자 뒷말이 무성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정 장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부터 대북 접근법을 놓고 충돌하는 등 정 장관과 불편한 관계였던 이 전 본부장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것이라고 전했다. 정 장관은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이 전 본부장이 청와대와 다른 얘기를 한다고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반면 이 전 본부장은 미국이 우리 입장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여권은 이 전 본부장이 수석대표를 맡았던 대북 제재 면제를 논의하는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도 강했다. 이 전 본부장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상, 이를 위한 한미 협의의 내막을 가장 잘 아는 인사로 꼽히는 만큼 그의 윤 전 총장 캠프행에 여권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문단에는 이 전 본부장의 전임인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참여했다. 김 전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임기 말 본부장을 지낸 뒤 현 정부에서 보직을 받지 못한 채 퇴임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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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가석방에…與 “백신 확보 역할 기대” 野 “경제 살리기 매진 계기되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가석방된 데 대해 청와대는 이날 “법무부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진 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 대선 주자들은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무부가 가성방의 요건과 절차 등을 고려해 심사 판단한 것에 대해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캠프 명의의 입장문에서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사의 평소 생각”이라면서도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 씨(이 부회장)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재벌 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김두관 의원은 “오늘은 재벌권력 앞에 법무부가 무릎을 꿇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의미 있는 결정이다. 미래를 준비하며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변인실 명의의 논평에서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은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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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ICA. LG·포스코와 손잡고 개발도상국에서 직업훈련 인력 양성 돕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포용적 비즈니스 솔루션(IBS·Inclusive Business Solution)’ 프로그램을 활용해 LG전자, 포스코건설과 함께 에티오피아 등에서 직업훈련사업을 추진한다. IBS 프로그램은 민간 기업의 사업을 바탕으로 개발협력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해 현지의 경제성장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KOICA와 민간 기업이 함께 마련한 재원으로 진행된다. 21일 KOICA에 따르면 LG전자와 에티오피아 및 캄보디아에서, 포스코건설과는 방글라데시에서 직업훈련 분야 사업을 추진한다. 두 기업은 협력 대상국의 수요에 맞는 산업인력을 양성하고, 현지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훈련생들에게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제공해 현지 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에티오피아에서 국내 비정부기구인(NGO)인 월드투게더와 함께 4년 동안 약 24억 원을 투입해 ‘에티오피아 직업기술대학 운영사업’을 수행한다 캄보디아에서는 굿네이버스와 협력해 3년 동안 약 13억 원을 투입해 ‘캄보디아 전자·전기·ICT 분야 청소년 직업훈련을 통한 가치사슬 강화 사업’을 진행한다. 포스코건설은 방글라데시에서 인하대와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청년층 건설기능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 올해부터는 KOICA와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취약계층 청년 대상 직업역량강화를 위한 건설기능인력 양성 사업’을 수행한다. 손혁상 KOICA 이사장은 “IBS 협력 모델은 KOICA가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협력하는 민관협력 모델”이라며 “KOICA는 협력국 현지 산업인력 역량 강화라는 개발협력 목적을 달성하고, 우리 기업은 현지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자사 숙련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양측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협력사업”이라고 밝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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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윤완준]핵무기만큼 중대한 위협, 北 사이버공격에 준비됐나

    “글로벌 사이버 안보 레짐(체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한국과 논의하고 싶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가 3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한 얘기라고 한다. 북한의 해킹 공격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중에 나왔다. 국가 차원의 해킹 공격을 통제할 국제 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북한도 가입시켜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5일 뒤인 8일 국가정보원은 우리 군 최초 전투기인 KF-21 설계도면 등이 유출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원전과 핵연료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대한 해킹 공격이 북한 연계 조직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작 이에 대해 북한에 경고할지, 항의할지, 어떤 대응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 국무부는 다음 날 “북한의 해킹은 중대한 사이버 위협이다. (이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으로부터 전력 등 국가 기반시설이 해킹 공격을 당해 서울이 며칠간 정전됐다고 생각해 보라. 핵무기로 공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자와 만난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이버 공격은 핵무기 같은 위력을 가진 무기로 등장했다”고 했다. “더 무서운 건 핵무기와 달리 이 무기를 억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핵은 ‘네가 공격하면 나도 죽지만 너도 죽는다’는 억지이론으로 핵전쟁 가능성을 줄였다. 핵군축 협상이 있었고 핵확산방지조약(NPT) 같은 국제 조약도 있다. 사이버 공격의 위력을 믿기 어렵다면 스턱스넷이 있다. 2009년경 미국이 이 컴퓨터 바이러스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공장을 공격해 운영을 중단시켰다. 러시아는 사이버 공격으로 에스토니아 정부 전산망, 우크라이나 송전망을 마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미국 남동부의 8851km 길이 송유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아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진 해킹 집단의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6일간 가동이 중단됐다. 미국 에너지 보급의 핵심 인프라가 공격받자 유류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의제도 사이버 안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이미 전 세계가 사이버 전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세계가 인터넷 인프라가 강한 한국을 주목한다고 한다. 사이버 공격은 보통 6, 7개국을 거쳐 목표를 향한다. 그 경로에 한국이 반드시 포함된다는 것이다. 언제 국가 기반시설이 무력화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당국자는 말했다. 북한은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해킹 공격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룰 컨트롤타워도 없다. 오히려 KAI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서버 관리자 등이 비밀번호를 바꿔야 하는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지키지 않아 해킹 공격에 뚫리는 한심한 수준이다.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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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ICA, 롯데장학재단과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지원 협약 체결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달 28일 롯데장학재단과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지원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 추천과 선발, 장학금 지급과 관련해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한민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협력국인 에티오피아, 필리핀, 콜롬비아 참전용사 후손 약 150명에게 총 6만7500달러(약 7647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KOICA는 그동안 6·25전쟁 참전국과 참전용사에 대한 보은을 위해 △에티오피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해결을 위한 긴급 지원 프로그램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직업역량 배양사업 △한-필리핀 인력개발센터 건립사업 △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 등을 운영해왔다. 롯데장학재단은 2017년부터 6·25전쟁 참전용사 후손을 지원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 터키, 태국, 콜롬비아, 필리핀 등 6개국 800명에게 약 4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손혁상 KOICA 이사장은 “롯데장학재단과 민관연대를 통해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지원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참전국의 향후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것 역시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보은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참전국들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 후손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진취적인 장학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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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표 의혹 알고도 임명, 문제되자 뒤늦게 경질…靑부실검증 심각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사실상 경질했다. 전날 경기도 광주 송정지구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기 1년 전 인근의 송정동 땅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자 김 비서관이 “투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한 지 하루 만이다. 특히 청와대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김 비서관의 재산 문제를 일부 파악했음에도 김 비서관을 3월 말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며 “김 비서관은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비판을 겸하게 수용한다”면서도 “추가로 제기된 부분에 대해 불완전한 청와대 검증시스템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전자관보에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현황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본인 명의로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에 ‘맹지(盲地)’인 임야 2필지(1578㎡·4907만 원)을 신고했다. 김 비서관이 2017년 6월 이 땅을 사들인 뒤 1년여 만인 2018년 8월 광주시가 이 땅 부근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하는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김 비서관이 다른 토지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비서관이 신고한 2필지는 송정동 413-166번지(1448㎡)과 413-167번지(130㎡)이다. 하지만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이 땅과 붙어 있는 413-159(1361㎡)도 소유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22조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해임이나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김 비서관은 신고한 부동산 91억2623만 원 가운데 부채가 54억6441만 원에 달해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 투기)’ 의혹까지 제기됐다.●인사검증 때 확인, 문제 되자 뒤늦게 경질 주말 사이 여론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는 27일 회의에서 “김 비서관이 투기가 아니라고 항변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시킬 수 없다면 경질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전날 청와대에 민주당의 부동산 투기 의혹 12명 의원 탈당 조치를 거론하며 김 비서관에 대한 신속한 신속한 거취 정리를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서관을 임명한 3월 말만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김 비서관의 재산 현황이 공개된 뒤 여론이 악화된 뒤에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내로남불’가 다시 불거지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임명된 지 3개월도 안 돼 옷을 벗게 됐다. 하지만 결격사유를 파악하고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결격사유를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해 “검증의 한계”라고 발뺌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인사 검증 때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각각의 취득 경위와 자금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김 비서관도 취득 부동산에 대해 향후 처분할 계획을 밝혔다”고 했다. 김 비서관을 임명하기 불과 20일 전인 3월 11일 청와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검증을 더 강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이 송정동 필지 재산신고를 누락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거쳐 언론 검증이 시작되고 청문회를 통해 국회 검증도 시작된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이 모두 검증의 기간”이라고도 논리도 폈다.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책임론에 대해서도 “개인의 책임보다 검증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며 선을 그었다. ●野 “검증 부실 반성보다 꼬리자르기”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부실 검증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보다 당장의 여론 악화를 모면하려는 꼬리 자르기로 끝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투기 의혹 대상자에게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할 업무를 맡겼으니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청와대가 인사 검증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면 국민 기만”이라고 했다. 그는 “자진사퇴로 끝나선 안 된다”며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과 정부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사원의 부동산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202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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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윤완준]文, 中에 얻어맞더라도 할 말 할 수 있나

    지난해 말 한국 주최로 열린 국제회의. 중국 측은 한사코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회의에서 정식으로 거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배제하는 데 맞서 중국이 내놓은 구상이다. 중국의 5G 기술 표준을 존중하는 글로벌 규칙을 만들겠다는 것. 그러자 일본이 “그 이니셔티브를 회의에서 정식 의제로 제기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회의 당일까지 “거론하겠다”는 중국과 “절대 안 된다”는 일본이 평행선을 달렸다. 중간에 낀 한국이 난감해졌다고 한다. 중국은 기어코 그 얘기를 꺼냈고 일본은 정식 의제가 아니라며 무시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는 동맹 경시와 맞물려 실체 없이 좌충우돌했다. 정부는 미중 사이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외교의 달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다르다.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에 이어 일본 한국을 차례로 규합하더니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무대 삼아 유럽을 중국 포위를 위한 동맹으로 복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패권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힘을 내세워 동맹들에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을 함께 압박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게 세계 질서의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도 미국에 궤도를 맞추면서 중국에 한 대 맞더라도 우리가 할 말을 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중이 극한 경쟁을 벌이는 5G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은 미중이 결국 공급망을 디커플링(단절)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제조업 공급망은 미국도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큰 만큼 디커플링하기 어렵다. 이런 정교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원칙을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차이나 리스크’를 지나치게 키우지 않는 선에서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낼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정부의 모습은 그런 치밀함보다 당장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견제에 동참한 성격이 분명한 한미 정상회담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G7 정상회의 일부 세션에 “특정국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하는 식이다. 중국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 정부 소식통은 기자에게 “‘중국’ 표현이 없어도 우리를 겨냥한 걸 다 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뒤 “불장난하지 말라”는 중국 외교부의 주장에 미일 정상회담 성명 때보다 수위가 낮다는 점만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가 다음에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G7 참석 직전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편향된 장단에 놀아나지 말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통화 뒤 양국이 결과 발표 내용을 조율할 때 한국은 공개를 원하지 않았던 대목이다. 그 ‘경고’가 중국 발표의 가장 첫머리에 들어갔다. 정상이든 고위급이든 다음 한미 회담 뒤 정부가 발표할 자료에 “인도태평양”을 다시 강조할지 지켜볼 일이다.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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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亞-유럽에 ‘中포위 벨트’ 구축… 한국 외교 다시 시험대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뒤 5개월 만에 미국이 아시아와 유럽에서 동시에 중국 포위망 구축을 시도하자 정부가 한국 외교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발 국제질서 지각변동이 시작됐는데도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반발하자 다시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번째 해외 순방인 이번 유럽 방문에서 서방의 동맹들과 함께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3∼5월에는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와 미일, 한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어 아시아 동맹들과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을 규합해 동쪽의 아시아와 서쪽의 유럽에서 중국을 전방위로 협공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포위를 위한 태평양-대서양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美, 아시아와 유럽서 중국 동시 협공” 바이든 대통령이 4월과 5월 워싱턴에서 미일, 한일 정상회담을 차례로 개최할 때만 해도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동맹 중시 기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봤다. 바이든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달 G7, 나토 정상회의를 주도해 중국 견제를 핵심 이슈로 끄집어낸 것. 중국과 밀착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만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국가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만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지 않은 셈이 됐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무너진 미국 동맹관계를 차례로 복원하는 체계적인 세계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구호를 말뿐이 아니라 미소 냉전 종식 이후 역할이 약화되던 나토에 “중국의 구조적 도전”에 대처하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등 실제 외교 전략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것.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마디로 아주 치밀하고 영리한 행보”라며 “이런 전방위 공세에 중국이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미-미일-G7-나토 성명 중국 내용 비슷” 특히 정부는 한미, 미일 정상회담과 쿼드, G7, 나토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일련의 중국 관련 내용들이 모두 비슷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도 한미 관계 차원을 넘어 동맹들과 함께 중국을 동서에서 포위하려는 세계 전략에 한국을 편입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간) 발표된 나토 정상회의 성명에는 중국의 행동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와 동맹 안보와 관련된 분야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성명에 “중국” 표현은 없었지만 “한미는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대만, 남중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원 조사 문제 모두 G7 정상회의 성명에 포함됐다. 실제 외교 소식통은 회담 준비 과정에 대해 “미국이 먼저 한미 공동성명 초안을 한국에 제시했고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방식이었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진행되는 세계질서의 변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구상에서 공동성명을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성명에 대해 중국이 “불장난하지 말라”며 불만을 표시하자 “성명이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미중 사이 모호한 태도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국익에 바탕을 둔 분명한 원칙을 제시하지 않으면 미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에 끼지 못하면서 중국과도 불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대응 목적으로 G7 정상회의 성명에 명시된 글로벌인프라 계획인 ‘더 나은 세계 재건(B3W)’에 미국이 협력을 요청해 오는 시점부터가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주파수를 맞추면서 보편적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중국의 반발에도 할 말을 해야 하는 쪽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권오혁 기자}

    •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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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흔 살 국군포로 김성태, 95세 6·25 美용사 퍼킷 [광화문에서/윤완준]

    열일곱의 김성태는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1948년 입대했다. 국군이 창설된 해였다. 경기 동두천의 7사단 1연대에 배치됐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전방에서 고립된 채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다 포로가 됐다. 좁은 감방에서 굶주림과 사투를 벌였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직전인 그달 18일. 강원도 바다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혔다. 휴전협정 이틀 전인 25일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스물두 살의 그는 교도소에서 두들겨 맞았다. 죄수들이 죽어 나가는 걸 봤다. 1954년 평양 복구 건설에 동원됐을 때 탈출하려다 실패했다.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1966년 함경북도 온성의 추원탄광으로 끌려갔다. 서른다섯 청년은 그로부터 27년간 시커먼 석탄가루를 삼켜 가며 버텼다. 일흔이 다 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왔다.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에 잠시 희망을 가졌다. “국군포로 생존자를 돌려보내 달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다음 해 아들과 함께 몰래 중국으로 갔다. 50년의 탈출 시도 끝에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올해 아흔이 된 김 씨는 24일 다른 국군포로 2명과 함께 정부에 북한의 송환 거부와 강제노역, 가혹행위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틀 뒤였다. 28일 그와 통화했다. “역시나 우리 얘기는 없더군요….”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일본 납북자 얘기가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즉각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짧은 표현이었지만 이 문구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때 납북자 문제를 반드시 꺼낼 겁니다.” 국군포로들의 진상 규명 요구를 돕고 있는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방미에서 6·25전쟁 때 피를 같이 흘린 동맹을 강조했으니 립서비스라도 문 대통령이 국군포로 얘기를 꺼냈다면 어땠을까”라고 했다. 올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국군포로들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포함됐다. 2011년 미 하원은 처음으로 국군포로 송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다. 문 대통령은 방미 때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났다. 하원이 10년 전 국군포로 송환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로 그곳이다. 유엔이 발표한 국군포로 수는 8만2000명이다. 북한이 휴전협정으로 돌려보낸 국군포로는 8300명뿐이다. 현재까지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는 80명. 대부분 진폐증, 폐암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18명이 생존해 있다. 김 씨가 생존자 중 가장 ‘젊다’. 최고령자는 99세 이원삼 씨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 문 대통령은 6·25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국군포로들과 나이가 비슷한 95세의 이 용사 옆에 무릎을 꿇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를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았다. 국군포로들과도 그런 장면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걸까.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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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왜 한국 군인들에게만 백신을 주기로 했나

    한미 정상은 2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연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과 별도의 한미 파트너십 자료에서 한미동맹이 기존의 ‘대북 중심 군사안보동맹’에서 인도태평양, 나아가 글로벌 차원의 경제동맹, 첨단기술동맹으로 확대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백신 공급 협력, 미국 주도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협력, 반도체와 5G(5세대 이동통신), 6G와 인공지능(AI)등 미국과 중국이 극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명시했다. 안보 분야에서도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남중국해 문제가 회담, 공동성명,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두 거론됐다. 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문구가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안보·경제·기술 분야 전반에서 동맹국으로서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호응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정책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 김 미 국무부 차관보 대행을 북한과 협상을 담당하는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하는 등 북한과 대화에 나설 준비가 있음을 보였지만 비핵화 문제에 대해 “환상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조속한 대화 재개를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과 온도차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한미 스와프 대신 한미동맹 차원서 장병들에 백신 지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 장병 55만 명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은 백신 지원을 통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하는 한편 한국보다 상황이 더 어려운 국가들에게 백신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미국 국내 여론도 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전인 2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세계에 대한 미국의 백신 지원 계획에 대해 “(어떤 나라에 먼저 지원하는 것이) 공평하고 지역적으로 균형 있을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에게 백신을 지원할 때 더 높은 허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이었다. 한국이 상반기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인도 등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다른 나라들보다 상황이 좋은 만큼 일반 한국인들에게 백신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군 장병들에게 지원하는 것이 명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먼저 백신을 빌리고 나중에 되갚겠다는 한미 백신 스와프에 대해서는 미국이 결국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백신 지원 한미 백신 파트너십, 쿼드 백신협력과 일치특히 한미 정상은 미국의 백신 관련 선진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규모 백신 지원을 앞세운 ‘백신 외교’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미국이 견제하는 데 한국이 참여하기로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같은 협력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의 백신 파트너십 방향과 같다. 쿼드는 이를 위한 백신 워킹그룹도 만들었다. 중국을 의식한 문재인 정부가 쿼드에 명시적으로 가입하지는 않지만 백신과 같은 비군사 분야에서 쿼드와 협력하기로 한 셈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한미 백신 파트너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협력이 전 세계 백신 공급을 늘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공급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한국도 백신의 안정적인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내가 칭송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 한국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 그리고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량을 결집해 전 세계에 대해서 보호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북한 비핵화에 대해 어떤 환상도 없다”는 바이든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4개월간 공석이던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성 김 미 국무부 차관보를 임명한 것은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나설 준비는 됐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에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하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봐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 비핵화라는 말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썼다. 한반도 비핵화는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선언에 있는 표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공식 문서로 비핵화를 약속한 선언에 있는 표현인 만큼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써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명분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 양국은 소통하며 대화·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할 것이다.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며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미국과 긴밀한 협력 속에 남북관계 증진을 촉진해 북미대화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과 시간표에서 두 정상의 생각이 일치하는지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굉장히 빠르게 재검토를 마무리한 것은 그만큼 대북정책을 외교정책에서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시간표에 대해서 양국 간에 생각의 차이가 있지 않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나도 문 대통령에 동의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완벽한 한반도 비핵화하다. 실질적으로, 실용적으로 진전을 이뤄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의 안보를 높이길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선제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의 핵무기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해 행해졌던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섣불리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김정은)가 바라는 것을 다 주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합법 국가로 인정받는 건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어떻게 진행할지 윤곽이 잡히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지난 4개 행정부가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현이) 어려운 목표”라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이 조속한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한 것이어서 한미 정상 간 온도차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 ‘5G 중국’ 견제 6G서도 한미 협력, 첨단기술동맹으로 확대한미 정상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분야 등 우리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이른바 BBC(Bio Battery Chip) 분야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보 중심의 한미동맹이 경제동맹, 특히 첨단기술동맹으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디커플링(단절)할 수 없기에 미국의 공급망 재편 협력이 중국과 단절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중국 견제 성격이 있는 점도 분명하다. 이 때문에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역할 확대를 강하게 주문해온 바이든 행정부에 문재인 정부가 호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술적인 진보에 있어서도 한국과 미국이 같이 협력해 부상하는 과학기술을 같이 다듬어 나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양국 간의 협력을 좀 더 증대시켜 5G 이동통신 네트워크도 보다 더 잘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5G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다. 바이든 대통령은 4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와 SK, LG 등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우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일어설 것을 부탁한 뒤 “앞으로 협력이 더 기대된다. 이런 투자로 인해 정말 좋은 고용이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며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해 첨단 신흥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는 6G 민간 우주탐사, 그린에너지 등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G 이동통신은 중국이 선점한 5G를 대체하기 위해 미국이 연구와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달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도 6G 협력이 명시된 데 이어 한미일이 중국의 5G를 견제하기 위한 6G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셈. ● 중국 극도 민감 대만 문제까지 한미 정상 논의안보 분야에서도 문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는 바이든 행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려는 기류가 엿보였다. 대북정책에서 협력을 얻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에 어느 정도 호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문제든 북한 문제든 동맹 간 협력, 특히 한미일 3각 협력이 중요하다고 문재인 정부에 강조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 앞에서 한미동맹이 쿼드와 관련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 파트너 관계는 한반도의 문제만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인, 또 글로벌한 문제를 아우르고 있다”며 “그리고 아세안과 쿼드와 그리고 일본과의 한미일 3자 협력 관계까지도 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 것.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4자 협의체다. 특히 “문 대통령과 지역 내 안보와 안정에 대해, 예를 들어 남중국해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하게 한다면 대만과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서 한미가 협력하겠다고 공식화한 것. 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 강하게 압박했느냐’는 질문에 “다행히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면서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함께했다.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한미 양국이 그 부분에 대해서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군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제한한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됐다는 사실도 직접 밝혔다. 현재 800㎞로 제한돼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사라지면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할 수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워싱턴=공동취재단}

    •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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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윤완준]“남측 때문에 광대놀음” 비난 북 내부에서 나온다는데

    2019년 초만 해도 평양 옥류관에 ‘문재인 냉면’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9월 그곳에서 먹으며 ‘평양냉면 맛의 극대치’라 했던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 했다. 이 냉면을 직접 맛본 중국인 학자 A 씨가 기자에게 전한 얘기다. “옥류관에서 파는 다른 냉면보다 양념이 더 들어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는 것.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 간부들은 문 대통령을 “문 목사”라 부르고 “남측 때문에 광대놀음을 했다”고 비난한다. 9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전한 얘기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문 대통령을 믿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섰지만 얻은 게 없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이 목사가 설교하듯이 말을 잘했지만 말대로 된 게 없다는 논리다. 지금 북한 간부들은 “남측이 민족끼리 문제를 풀기보다 핵 폐기처럼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 행태만 계속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본다는 그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북-미 협상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를 대하는 김정은 정권 내부 분위기는 잘 보여준다. 올해 초 남북은 별다른 소통이 없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대북정책에서 긴밀히 협의하는 게 남북대화 동력을 되찾을 힘이라고 했다. 미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면 다시 대화 상대로 인정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당국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 대북정책에 한국 입장이 꽤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합의가 아니라 스몰딜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스몰딜을 강조해 왔다. “한미 간 조율이 남북대화의 힘”이라고 당국자들이 말해 온 만큼 21일 한미 정상회담 전에라도 정부가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종전선언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하겠다며 북한과 접촉을 시도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처럼 다시 협상에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2018년 3월 우리 특사단에 미국과 대화 의사를 밝힐 때 김 위원장은 자신이 국면을 주도할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원칙적인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불확실하다.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지만 북한은 미국 눈치를 보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마음이 바쁘다는 점을 파고들어 어떻게 해서든 한미 관계의 틈을 벌리려 할 수 있다. 그것이 현 정부의 딜레마가 될 것이다. 2018년처럼 ‘우리가 미국에 잘 얘기할 테니, 우리만 믿으라’는 방식은 다시 먹히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을 대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과 협상 방식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전하고 현실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북한에 할 말은 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러지 않고 낙관적으로만 접근했다가는 “문 목사”니 “광대놀음”이니 하는 말을 또 들어야 할지 모른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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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윤완준]美가 왜 中체제 문제 삼는지 잘 모르는 정부 관료들

    정부 관계자들이 종종 자문을 하는 외교안보 분야 A 교수를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들이 찾았다. 미중 관계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 A 교수 눈에 비친 경제 고위 관료들은 기술·경제와 안보·외교가 긴밀히 얽힌 미중 패권경쟁의 실체를 잘 몰랐다. 그는 “반면 외교안보 부처 관료들은 미중 경쟁의 본질이 첨단기술 패권경쟁에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중 한 가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왜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체제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문제 삼고 있는지다. 중국은 “미국이 견제하는 5G(5세대 이동통신)는 4G의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국가 제조업의 미래를 결정할 무기”라고 말한다. 5G는 사물인터넷을 가능하게 한다. 사물인터넷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5G 사물인터넷의 발전은 곧 차세대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이다. AI의 능력과 속도는 반도체가 결정한다. 5G와 달리 AI와 반도체는 미국이 앞선다. 그런데 AI는 훈련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량의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야는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 중국은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는 체제다. 개인정보 보호의 ‘장벽’ 없이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무한정 수집할 수 있다. 중국이 빅데이터의 우위를 앞세워 5G는 물론이고 AI, 반도체까지 역전해 공급망을 좌우할 정도가 되면 미국의 산업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중국에서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기술독재라 부르며 문제 삼는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는 게 A 교수의 생각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에 기술·경제와 안보·외교가 분리될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금도 미 국무부에서 한국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료는 지난해 기자에게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은 거짓된 이분법”이라며 “미국의 기술, 경제적 중요성을 깎아내리면 안 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달 초 왕이 외교부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회담 결과 자료에서 “한국과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몇 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기술 패권경쟁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5G, 빅데이터, AI, 반도체 집적회로”가 빠짐없이 들어갔다.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중국의 분명한 메시지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의 5G는 물론이고 우리가 빅데이터 분야에서 중국과 정보를 교류하거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걸 미국이 반길 여지는 적어 보인다. 이 때문인지 최근 한중 정부·전문가 간 화상회의에서 중국 측에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한국에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제 기술·경제와 안보·외교를 함께 다루는 컨트롤타워 없이 21세기 미중 경쟁 시대를 헤쳐가기 힘들어졌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10차례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공개한 청와대 보도자료들에서 이런 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단서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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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슘 등 남아있을수 있는데… 日 “재정화해 문제없다” 일방 조치

    일본 정부는 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하며 “처리수(오염수)를 재정화하고,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충분히 낮추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국내외에서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지통신은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작업을 우선시하면서 어업 관계자들의 반대를 억누른 형태”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정부가 후쿠시마 출신 의원 등과 사전 조율 없이 밀어붙였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민감한 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해 결단력을 보여주려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로 두 차례 정화해 배출 기준을 충족시키고 △ALPS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바닷물을 부어 충분히 희석시키며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 관찰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오염수를) 마시더라도 별일 없을 것 같다”고까지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리튬이 ALPS로 정화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 “중국과 한국, 대만을 포함해 세계에 있는 원자력 시설에서도 트리튬이 포함된 액체 폐기물을 방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자력 전문가들이 “정상적인 원전 가동으로 배출되는 트리튬과 사고로 인한 트리튬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모든 오염수를 ALPS로 1차 정화해 탱크에 저장한다. 하지만 현재 탱크에 저장된 125만 t의 오염수 중 29%만 방사성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시킨다. 향후 도쿄전력이 나머지 71%를 2차 정화하더라도 세슘 등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이날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한 뒤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우리 국민 안전과 해양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일본에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조치”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우리 국민의 반대와 우려를 일본 정부에 분명히 전달 △국민 안전과 해양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일본에 강력히 요구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해 일본 조치의 안정성 검증 정보 공유, 국제사회의 객관적 검증 요청 등을 제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1, 2차 피해를 보는 양국 국민 이해관계자를 모아 소송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일본 정부에 요구해온 투명한 정보공개와 오염수 처리 상황에 대한 공동조사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라 정부가 협력하겠다고 밝힌 IAEA도 방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서 국제사회 공조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외에는 중국 외교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핵 폐수 방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고, 주변국 국민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일본 내에서는 강한 반대가 나오고 있다. 소마후타바어업협동조합 다치야 간지(立谷寬治) 조합장은 13일 NHK 인터뷰에서 “정부는 바다에 흘려보내면 괜찮다고 간단히 말하지만 국민이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출의 안전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드시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다. 올해 1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5%가 반대했고, 찬성은 32%에 그쳤다. 35년간 일본 도쿄 쓰키지 어시장에서 생선 경매를 해왔다는 이시이 히사오(石井久夫) 씨는 본보에 “아무리 삼중수소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20년, 30년 후에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며 “후쿠시마 어민들을 지켜야 해 도쿄 경매인들도 해양 방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선 12, 13일 연속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 시위가 열렸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2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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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북제재 완전한 이행’ 밝힌 날, 中은 한국에 ‘제재 완화 노력’ 촉구

    한미일 3국 안보실장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미국이 밝힌 날 중국은 한국에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대북 적대정책 중단과 대북 제재 완화 주장 등을 가리키는 말로 써 왔다. 미 백악관은 2일(현지 시간) 메릴랜드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 뒤 낸 언론성명에서 “3국 안보실장들은 북한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핵 확산 방지와 한반도에서 (대북) 억지 강화 및 평화·안정 유지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자 간 조율된 협력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도 밝혔다. 대북 억지를 강조하면서 북한과 중국에 대북 제재 준수를 압박한 것.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회의 뒤 기자들에게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일 3국 조율을 통해 백악관이 밝힌 성명에 북-미 협상의 조속한 재개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각 측이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왕 부장은 또 “중국은 한국과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집적회로 등 분야의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질 높은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반도체를 중국 견제를 위한 국가안보 이슈로 다루기 시작한 미국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3국의 반도체 공급망 유지를 주요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eitung@donga.com·최지선 기자}

    •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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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윤완준]‘제2위안부합의’ 나올까… 우려하는 공무원들

    “정권 바뀌기 전까지 잘된 합의라고 쓰다가 문제가 많은 합의라고 말을 바꾸려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만 해도 외교부 직원들은 국회 답변 자료에서 합의의 의미를 앞다퉈 홍보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이 180도 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했다. 전 정권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해도 문제는 실무 직원들이었다. 외교부 직원들은 졸지에 국회 대정부 질문을 비롯해 각종 국회 자료에서 위안부 합의의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합의에 관여한) 실무진에게 합의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바꿔 자료를 내라 하니 특히 젊은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위안부 합의에 관여한 실무진 중에는 스스로 “적폐청산 대상이 됐다”며 자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올해 1월 상황이 급변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 토대 위에서 해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한일 관계 복원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실무진은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임기 말 시간에 쫓겨 법적 근거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일본과 새로운 합의를 하면 또 다른 위안부 합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린다. 다음 정부에서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또다시 부정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임기 중반 부처들 차원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보려 할 때는 청와대가 소극적이다가 임기 말에 갑작스럽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대위변제다. 정부가 우리 기업들을 기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이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에 나중에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만들지 않은 채 우리 기업들이 기금 조성에 참여했다가는 자칫 박근혜 정부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처럼 정부가 기업들의 참여를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해법을 책임 있게 내놓지 못하는 한 실무자들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합의에서 약속한 사죄의 진정성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보이지 않은 것은 분명 큰 문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는 문제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정작 일본에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고 이 전문가는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 말 실무진에게 새 해법에 대한 의욕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현 정부가 졸속이라 비판한 위안부 합의도 지금 조 바이든 미 행정부처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하던 시기에 나왔다.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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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아시아전략 ‘약한고리’인 한일관계 개선 적극 나설 것”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한일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 한미일 안보협력을 패키지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는 18일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센터장 진창수) 주최로 열린 ‘한일전략포럼’에서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쿼드 참가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으나, 바이든 정부 하에서 쿼드 문제가 대북정책과 연동될 경우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안보와 경제라는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만을 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미중 갈등 상황을 견제할 수 있는 다자적 협조 체제가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인 한국의 대북정책 및 동북아 정책을 존중할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며 “한국이 자기 의제에만 몰입할 경우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현재 태도가 이율배반적이고, 친중국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한일관계에 대해 “한일 간 갈등 현안은 그대로 관리하면서도 미래의 협력적인 현안들에 집중할 때”라고 지적했다. 도쿄대 사하시 료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미중 대립은 향후에도 일본 외교, 경제활동에 계속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경제안전 보장과 인권을 염두에 둔 대처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기에 가세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비대해지는 일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수동적 대응뿐만 아니라 규칙과 규범에 따른 대응을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북정책을 계기로 한 미중의 공조는 설령 그런 움직임을 보인다 하더라도 미중 대립의 기본구도를 무너뜨릴 정도의 영향력은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한일 양국에서 30여 명의 정부 관계자, 학자, 언론인들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진 센터장은 이번 포럼의 취지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부상과 점증하는 미중갈등, 보건, 환경 등 초국경적 위협에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할 전략적 파트너”라며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동북아 정세 변화와 바이든 시대의 한일 협력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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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北 압제정권” 北 “대화 없을것” 南 “다시 협상을”

    미국이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겨냥해 “압제적 정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회담 전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같은 기회도 없을 것’이라며 도발을 위협하고 나섰음에도 북한 인권 문제 거론 등 원칙적 대북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모든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한미가 발표한 2+2 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 ‘북한 인권’ ‘중국’ 표현이 빠져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음을 시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5년 만의 한미 2+2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 아래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 압박 옵션과 향후 외교적 옵션의 가능성을 검토하지만 대북정책의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에 가하는 광범위한 위험을 줄이며 북한 주민들을 포함해 모든 한국인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한미는 2+2 회담 뒤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오전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를 확인하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며 “싱가포르 합의는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날 2+2 회담에서 중국 압박을 위한 동맹국 전선의 동참 필요성을 한국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인 쿼드와 같은 지역 협력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 안보 번영에 도전하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에 대해 (한국과) 이야기했다”며 “중국의 행동 때문에 동맹국들의 공통의 접근법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날 본보 등과의 간담회에서는 “쿼드를 통해서도 우리(한미)가 협력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최지선·권오혁 기자}

    •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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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강조한 ‘비핵화-北인권’에 한국 이견… 결국 공동성명서 빠져

    미국이 18일 서울에서 열린 5년 만의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해 “압제 정권(repressive government)”이라고 비판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핵심 대북정책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이날 회담 전 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면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군사 도발까지 위협했지만 미국이 대북 접근법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권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북한을 고려해 인권 문제 거론을 피해 온 우리 정부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그럼에도 한국은 북한 비핵화 목표와 인권 문제에 방점을 찍은 미국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가 올바르다”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되풀이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압제 정권” 김정은 정면 비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2+2 회담이 끝난 뒤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부터 북한을 정조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authoritarian regime)이 자국민들에게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비판 수위를 한층 더 높여 김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블링컨 장관은 대북정책의 “압박 옵션과 향후 외교적 옵션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정책의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북한이 미국과 우리 동맹에 가하는 광범위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선희는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기를 감수하고 받아들일 준비도 안 돼 있는 미국과 마주 앉아 봐야 아까운 시간만 낭비한다”며 “싱가포르나 하노이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합동 군사연습을 벌여놓기 전날 밤(7일)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차례 이어진 최선희 담화 관련 질문에 직접적인 답은 피하면서 오히려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북한의 위협에 상관없이 원칙적 대북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 美 “북한 비핵화”, 韓은 “한반도 비핵화가 맞다” 한미는 이날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한 조율”을 강조했지만 2+2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견이 드러났다. 한미 2+2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블링컨 장관이 강조한 “비핵화” “북한 인권”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 방문 전 일본 도쿄에서 발표한 미일 2+2 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못 박은 것과 대비된다. 한미 2+2 공동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해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런 문제들이 한미 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아래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이 당장 대화 재개보다 북한 인권과 대북 억지 및 압박에 방점을 찍은 반면 회견에 함께 나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핵 문제는 시급한 사안”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강조했다. 특히 정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 맞느냐, 한반도 비핵화가 맞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비핵화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회견에서 앞서 블링컨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라고 분명히 밝혔는데 바로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 정 장관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서 우리 정부가 스스로 핵무기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도 비핵화를 같이 하자는 의도”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 억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도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는 일반화된 용어이기 때문에 공동성명에 꼭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최지선 기자}

    •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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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링컨 美 국방장관 “北 자국민 학대 자행…비핵화 노력” 직격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방장관이 17일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자국민들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선 것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방한한 블링컨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자들에게 맞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우리가) 함께 직면한 도전”이라며 “한국 및 일본을 포함한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대해서도 “강압과 위협을 사용해 체계적으로 홍콩 경제를 침식시키고 있다.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신장위구르의 티벳의 인권을 유린하고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위반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지역(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붕괴를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 근간이자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의 핵심축”이라며 “오늘 회담 결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이 이날 예상과 달리 북한과 중국에 대해 쏟아낸 강경 발언은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이 한국에 중국 견제 동참을 요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 핵심으로 삼아 북한에 제기할 방침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해온 우리 정부와 달리 블링컨 장관은 “북한 비핵화”라고 콕 짚어 강조했다. 중국과 관계를 중시해 미중 사이에서 ‘전략성 모호성’을 취하는 동시에 북한과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인권 문제 거론을 피하며 대북 유화 기조를 유지해온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1년 만에 미 국무, 국방 장관이 동시 방한해 18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단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여는 데 대해 “공고한 한미동맹 강화의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번 두 장관의 방한에서 북한과 중국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을 제대로 좁히지 못할 경우 남은 정부 임기 1년간 양국 간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도 이날 이날 두 장관의 방한 목적을 설명하는 ‘철통같은(Ironclad) 한미동맹 강화’ 제목의 자료에서 “북한은 국제평화와 안보 세계 비확산 체제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미국은 북한 인권 보호와 증진뿐 아니라 대북 억지 강화와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기대와 달리 당장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보다 압박을 통해 북한의 심각한 위협을 억지하는 데 우선 초점을 두겠다는 것.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도전(challenges)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는 핵심 국가”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위협과 중국의 역내 질서 도전에 맞설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도 먼저 제기했다. 국방부는 “두 장관이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협력적인 동북아 안보 구도 형성을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이 “한반도와 동북아 주변, 인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 서 장관은 “국방부 차원에서 예정된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이 차질없이 추진될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군은 전했다. 국무부도 이날 자료에서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공고하고 효과적인 한미일 3각 관계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을 지키며 인도태평양과 세계의 규칙을 증진하기 위한 우리의 공동 안보와 이익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한일관계보다 더 중요한 관계는 없다”고도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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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부 “남북 판문점선언 되살리겠다” 北 “3년전 봄날 다시 오기 어려울것”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또는 화상으로 회담하거나 서신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남북 간 합의 이행을 재확약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정상 수준에서 판문점선언을 되살려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경색 국면인 남북관계를 2018년 수준으로 복원시키겠다는 것. 반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맹비난하면서 “3년 전(2018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관계 전면 단절을 위협하고 나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6일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남북 정상이 다시 확인해 복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김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문 대통령이 방문할 수도 있고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날 수도 있다. 화상회담이나 서신을 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복원한 남북관계를 차기 정부로 넘겨 임기 초를 비교적 안정된 남북관계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8∼18일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남조선 당국(한국 정부)이 앞으로 상전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명백한 것은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번 담화에서 김여정은 미국을 겨냥해 “4년간 발편잠(마음 편한 잠)을 자는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 기자}

    •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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